수지 이전에 효리와 지훈이 있었다...‘OFF THE REC. STARS’

입력 2017-01-24 08:00
[김영재 인턴기자] 카메라가 꺼지면 별은 인간이 된다.가수 수지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지난 2008년 이효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Mnet ‘오프 더 레코드, 효리’처럼 그 또한 집 안 이곳저곳 카메라를 부착한 채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사생활 공개에 나서 만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얼굴아 작아져라”를 되뇌는 인간 배수지의 백색 민낯을 보니 오늘따라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수지 못지않은 본인의 구릿빛 민낯에 “얼굴이 너무 진상인데?”라는 디스를 쿨하게 던졌던 이효리 그리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췄던 수없이 많은 스타들.카메라가 꺼지고 화장을 지웠을 때, 스타가 아닌 동네 친구로서 우리와 비슷한 밥을 먹고, 같은 술을 마셨던 그들이 오늘따라 보고 싶은 것은 왜일까.가깝게는 가회동 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월드스타부터 멀게는 제주도민이자 한 남자의 아낙네가 된 슈퍼스타까지 그들의 옛적 일상을 돌이켜본다.#이름은 이효리, 직업은 슈퍼스타...‘오프 더 레코드, 효리’ Mnet ‘오프 더 레코드, 효리’는 이효리가 서른 살이라는 나이와 가요계 10년차라는 성장통을 동시에 겪어야 했던 지난 2008년을 엿볼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그의 사생활은 집 안 곳곳 CCTV들과 핸디캠에 녹화돼 비비크림도 안 바른 민낯부터 연예인의 남모를 고충까지 대중에게 가감 없이 공개됐고, 그의 인간적 면모에 힘입어 3집 앨범 ‘잇츠 효리시(It’s Hyorish)’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우선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연출이다. 엠보싱 테이프를 활용한 로고와 인트로, 자막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검은 직사각형, 9개로 분할된 화면 등 지금 차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디테일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최재윤 PD만의 시선은 예능에도 저널리즘이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분명 이효리는 카메라와의 첫 대면에서 “재밌을까? 이렇게 훔쳐보는 게?”라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샤워실에서 바바리맨 흉내를 내고, 토끼 수면바지를 입은 채 호프집을 가는 등 렌즈를 의식하지 않는 상상 이상의 털털함을 뽐냈다. 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와의 작별에 눈물을 흘리고, 언론의 악의적 오보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리 내어 우는 등 당당함 이면의 여린 내면을 내비쳐 이목을 집중시켰다.이효리는 현재 2017년 상반기 6집 앨범 발매를 목표로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 음악 작업에 매진 중이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만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안녕하세요, 아이비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아이비 백’ Mnet ‘아이비 백’은 가수 아이비가 약 2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 2009년 3집 ‘아이 비(I Be...)’로 활동했던 모습이 담겨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광고나 뮤직비디오처럼 한 신당 3초를 넘지 않는 화면 전환, 화자를 강조하는 신속한 클로즈 업과 줌 아웃, 연대기를 거부하는 시간 외의 도치 편집등 ‘아이비 백’만의 연출들과 가수 아닌 인간 박은혜의 인간적 면모가 돋보였다.“예능도 안 했지, 라디오도 잘 안 했지. 볼 수가 없었다”라는 동료 가수의 성토처럼 과거 아이비는 벤에서 내리지 않는 연예인의 연예인이었다. 하물며 대중에게는 베일 속의 가려진 스타로 두말할 나위 없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터. 그런 그의 사생활 공개는 큰 관심을 불러 모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화장기 없는 민낯, 배우 오윤아를 비롯한 친구들, 엽기 셀카를 두려워하지 않는 깨방정 등 다채로운 그의 모습들이 그해 하반기를 수놓았다.‘아이비 백’을 시작하면서 “트로피의 묵직함을 느끼고 싶다”라는 각오를 다졌던 아이비는 2012년 ‘제18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신인상’을, 2015년 ‘제7회 서울 석세스 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분 ‘대상’을 받으며 이제는 가수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도 대중 앞에 우뚝 섰다. 앞으로 어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그의 진화를 담아낼 수 있을지 기대가 고조된다.#1326일의 시간을 깨고 정지훈을 조우하다...‘레인 이펙트’ Mnet ‘레인 이펙트’는 가수 비가 지난 2014년 발매했던 동명의 6집 앨범 준비 과정이 담겨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2013 마마(MAMA)’ 공연, 영화 ‘더 프린스’ 출연, 신곡 ‘라 송(LA SONG)’ 뮤비 촬영 등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중계했던 방송이다. 2002년 1집 앨범 ‘비’ 이후 가요계 11년 차에 접어든 그의 첫 사생활 공개로 화제를 모았다.대중이 비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프로페셔널함이다. KBS ‘상두야 학교가자’의 제비 역할을 위해 대본을 100번 이상 읽고, 영화 ‘스피드 레이서’ 촬영을 위해 35도가 넘는 스튜디오에서 몇 시간씩 연기에 몰입하는 등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은 익히 알려졌던 터.하지만 ‘레인 이펙트’에서는 달랐다. 프로 이면의 인간 정지훈은 여동생의 도움 없이는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켜지 못하는 허당이었고, 집에 오자마자 겉옷도 못 벗고 애완견의 대소변을 치우는 견바라기였으며, 어머니의 유골함 앞에서 “지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마음 어린 아들이었다. 늘 세상 혼자 사는 것 같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스타라는 단어에 완벽 부합되던 그의 이런 인간적 모습은 여심을 자극했고, 앨범 제목처럼 ‘비 효과’를 지속시켰다.“대중은 내 부모님이다. 나를 낳아줬고, 나를 먹고 살게 해줬다”라며 스타답지 않은 겸손함까지 갖춘 비의 미래에는 과연 어떤 음악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을지, 발리에서 ‘최고의 사랑’과 허니문을 즐기고 있을 그에게 작은 관심을 보태본다.돌이켜 보면 ‘오프 더 레코드, 효리’를 비롯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스타들의 신보 홍보를 위한 도구이자 케이블 채널들의 주 콘텐츠였다. 하지만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 시류와 맞물려 스타인 개인보다 예비 스타인 개개인에게 조명을 비추는 것으로 성격이 바뀐 후 그 세가 꺾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그리고 2017년 정유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스물넷 수지를 등에 업고 부활의 날개짓을 펼친다. 이미 스타가 인생의 술집에서 속내를 밝히고, 곰 인형 윌슨에게 거실을 공개하는 타 프로그램들의 선전 앞에서 사생활 공개라는 ‘리얼리티’만의 무기는 날이 많이 무뎌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그럼에도, 의도와 꾸밈이 없는 스타본연의 모습을 꾸준히 바라볼 수 있음은 여전히 팬들에게 큰 선물이 되고 있다.단언컨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하늘에 떠있는 별과 지상에 서있는 대중을 잇는 훌륭한 가교다. 앞으로 더 많은 스타들이 이효리, 박은혜, 정지훈, 배수지를 잇는 스타 아닌 인간 아무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간절히 소망해본다.(사진: bnt뉴스 DB, Mnet ‘오프 더 레코드, 효리’ 방송 캡처, ‘아이비 백’ 방송 캡처, ‘레인 이펙트’ 방송 캡처)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