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예은 “무대와 브라운관 넘나들며 에너지 뿜어내는 배우 되고파”

입력 2016-12-26 14:30
[우지안 기자] 대형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이예은이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깊이 있는 연기력을 바탕으로 ‘THE K2’에서는 익살스러운 경호원 ‘미란’으로 분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법. 그동안 쌓아둔 연기 내공이 있었기에 첫 도전한 드라마 오디션에서의 합격은 이미 예견돼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첫 드라마에서 그가 해낸 연기는 호평 일색이었고 첫 도전임에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앞세웠다. 중심을 잃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는 이예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마스크에 춤도 노래도 잘하는, 거기에 섬세한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 이예은과 만났다. Q. 데뷔 7년 차의 뮤지컬 배우이지만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화보 촬영 소감은 어때요?너무 재밌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뮤지컬의 극적인 공간이나 판타지 공간에서만 캐릭터 컷을 많이 찍었거든요. 그때 와는 다르게 화보는 일상적인 느낌이 있어서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던 거 같아요.Q. 세 가지 콘셉트 중에 어떤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아무래도 슈트 입었던 콘셉트와 마지막에 나른한 무드에서 촬영했던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첫 번째는 일상적인 거였던 것에 반해 두 번째 세 번째는 특별한 콘셉트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Q. 모델 못지않은 표정과 포즈였어요. 따로 연습했어요? 제가 그동안 ‘도전 슈퍼모델’이나 ‘프로젝트 런웨이’ 같은 프로그램을 자주 챙겨보고 흥미롭게 봤거든요(웃음). 저도 패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뮤지컬만 하다 보니까 그런 모습들을 많이 못 보여 드린 것 같아요.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긴 해요.Q.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고 들었어요.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가 있었겠죠?저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춤, 연기 이런 것들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고 운동도 잘하는 편이었고 활발했어요.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했고요. 초등학교 때는 시에서 주관하는 합창단에 들어가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어린이 뮤지컬을 처음 접하게 됐어요. 막연하게 어린 마음에 가수,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다가 중학교 때 뮤지컬 배우가 하고 싶다는 꿈이 확고하게 생긴 거죠. 그때부터는 한길만 생각하고 걸었던 것 같아요. 집안에 반대가 있어서 일찍이 준비를 하지는 못했지만 고등학교 때 밴드부 활동도 하고 끊임없이 계속 무언가를 했어요.Q. 집안의 반대가 있었군요. 아무래도 딸이다 보니까 많이 걱정도 하셨고 연예계 쪽에서는 안 좋은 면이 부각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께서 많이 반대하셨죠. 뮤지컬을 제대로 배운 건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입시 준비하면서 배우게 됐어요. 대학교에 합격하면서 부모님께서도 인정해 주시고 그때부터는 무한 지원을 해주셨죠. Q. 뮤지컬 배우에서 최근에는 드라마에 도전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일단 카메라 연기에 대한 부분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알게 됐어요. 같은 과 친구들 중에 영화 전공하던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카메라 연기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된 거죠. 데뷔 후에는 대형 뮤지컬이나 장기 뮤지컬에만 참여하게 돼서 그런지 자연스레 뮤지컬만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활동의 연차가 쌓이면서 갈증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에는 드라마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사실 첫 오디션부터 잘 풀리게 돼서 너무 감사해요. 조금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지만요(웃음).Q. 오디션에서 어떤 점이 강점이었을까요?다른 분들은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평소에 영상 같은 것들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사람에 대한 흥미가 있어서 평소에도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거든요. 일상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 같은 걸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점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디션에서도 너무 과장되지 않게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려고 했죠. 연기할 때는 제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주변 사람들이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손 하나, 제스처까지 관찰해서 활용했던 것 같아요. Q. 개성 있는 마스크도 한 몫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타고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부모님께 감사해야죠(웃음).Q.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과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 예은 씨의 경우는 어땠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이 프레임 안에서 연기를 해야 된다는 점이었어요. 무대에서는 무대만의 자유로움이 있거든요. 카메라 프레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반면에 프레임 안에서의 동선은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또 한 장면을 여러 번 똑같이 해내야 되는 부분이라던지 시공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수 없으니까 그런 것들에 대비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적응하는 데 있어서 조금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아직 카메라 연기는 많이 해보지 않았을 텐데 어땠어요?아직 막 뭐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하기보다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있고 그런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확실한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재미있었고 좀 더 매력이 있었다는 거죠.(웃음). 그래서 앞으로도 바람이 있다면 무대와 카메라를 넘나들면서 상황에 맞게 알맞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첫 드라마 ‘THE K2’ 출연, 특별히 연기 조언을 해줬던 분들이 있을까요? 한 분을 꼽을 수 없을 만큼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먼저 손 내밀어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동받았던 순간이 많았어요. 너무 감사했던 부분 중에 하나에요. 학교 선배님이신 지창욱 선배님은 원래 안면이 있어서 더 편안하게 촬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조성하 선배님, 송윤아 선배님, 이정진 선배님 모두 저에게 아낌없이 조언해 주시고 편하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 것 같아요. 윤아는 유일한 또래 배우인 만큼 학교 선후배처럼 지낼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랑은 할 수 없었던 여자들만의 고충들을 서로 얘기하기도 했고요(웃음). 그리고 엄혜란 선배님도 무대를 하셨기 때문에 제가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의문점들을 충분히 공감 해주시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제 자신이 너무 이방인 같고 차가운 시선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었던 거죠. 감독님들도 과하게 애정 해 주셨고요(웃음).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기준점 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기억에 남는 씬이 있다면요? 마지막 공항 씬이 기억에 남아요. 현장에서의 희로애락을 같이 겪었던 만큼 그런 것들의 무게감이 느껴져서 그런지 마지막 장면이 되게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눈물도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짠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또 ‘끝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여사님과는 케미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작품 참여한다고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어떤 분이 여사님 캐릭터를 맡으실까’ 하는 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랑 죽이 너무 잘 맞는 거예요(웃음). 아이디어도 잘 주고받고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Q. ‘미란’을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극 중 미란은 경호원 역할이잖아요. 경호원 특유의 선입견이나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사실 이 친구가 풀어지고 왈가닥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잖아요. 사람들이 가졌던 경호원과 제가 연기했던 미란의 모습이 너무 다르면 시청자를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미란이라는 경호원은 이럴 수 있다’라는 걸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죠. Q. 첫 드라마를 종영하고 아쉬움이 컸나요?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있죠(웃음). 처음에 촬영 들어갈 때도 주변에서 ‘첫 술에 배부를 생각마라’고 욕심을 버리라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오히려 첫 드라마가 아쉬워서 다음이 더 기대가 돼요. 다음 작품에서는 제가 어떻게 해낼지(웃음). 제가 생각해도 첫 촬영 때와 마지막 촬영 때는 확실히 달랐단 말이에요. 조금씩 성장함을 느꼈으니 다음도 기대가 되네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 나이 대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좀 더 다른 것들을 만들어내는 역할도 좋지만 일단은 계속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영화를 찍어도 사람 냄새가 풍기는 작품을 찍고 싶어요. 제가 특기가 노래나 춤이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성장 드라마 같은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며칠 전에 ‘미라클 벨리에’라는 작품을 봤는데 청각 장애우 부모님 밑에서 시골 소녀가 음악적 재능을 발견해 나가는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가족의 이야기,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 그런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Q. 차기작은 영화로 결정됐다고, 어떤 모습 보여줄 예정인가요? 장르는 법정 스릴러가 될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로스쿨을 졸업했지만 백수인 역할이에요(웃음). 미란하고는 다른 자유분방함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연기하면서 존경하는 사람이나 롤모델이 있다면요? 딱 한 분을 꼽기가 힘들어요. 적지 않은 시간에 많은 분들을 만나봤는데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들이 너무 많아요. 처음 뮤지컬을 했을 때는 조승우 선배님을 존경하는 분으로 꼽았었거든요.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가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최근 작품에서는 송윤아 선배님의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그런 에너지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남자 배우분들과 하는 것도 좋지만 여자배우랑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전도연 선배님과 송윤아 선배님이랑 작품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 Q. SNS 보니까 여행 사진도 많고 얼마 전에 베트남 여행 다녀오셨더라고요.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여행 좋아하는 걸 금세 아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스무 살 되자마자 처음으로 친구들 5명이라 인도 여행을 갔었어요. 그때 마침 친구 한 명이 인도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왁자지껄 떠들고 놀면서 여행의 참맛을 알았죠. 인도 가면 인생을 배운다고 하잖아요. 인도인들을 보면서도 많은 것들을 느꼈어요. 그 이후로는 돈만 벌고 시간만 생기면 다 여행으로 투자를 했던 것 같아요. 활동하면서도 적금 들고 돈을 모아서 ‘꼭 여행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덕분에 굉장히 많은 나라를 갔다 와서 친구들이 부러워하죠(웃음).Q.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있어요?유럽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추천하고 싶어요. 런던 여행 기억도 많이 남고 인도 여행도 꼭 추천하고 싶어요. 뉴욕도 좋았는데 뉴욕보다는 유럽의 분위기가 좀 더 여유롭고 역사가 그대로 느껴져서 더 좋았어요.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그 자체로 전해지니까 되게 낭만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아무래도 올해 첫 드라마 도전을 했잖아요. 강렬한 도전을 발판 삼아서 좀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뮤지컬은 내년 초쯤에 하게 될 것 같고요. 극적인 다크함을 선보일 것 같아요. 부지런히 좋은 작품 찾아서 내년에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또 중간에는 제가 계획했던 뉴질랜드나 호주로 여행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요?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고민도 많이 돼요(웃음). 저는 기본을 지킬 줄 아는 배우, 중심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자신이 생각한 어떤 기준점을 갖고 그대로 살아가면 흔들릴 수 있는 유혹이 있더라도 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연기를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획 진행: 우지안, 배아름포토: bnt포토그래퍼 권해근의상: 블락스페이스, 리플레인슈즈: 라니아로즈 백: 볼드리니 셀레리아헤어: 보떼101 미고 실장메이크업: 보떼101 정은주 부원장장소: AR스튜디오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