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EV 무풍지대 한국, 발목 잡는 것은...

입력 2016-12-14 08:10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EV 시장의 선점을 위해 각 기업마다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이 SM3 EV 택시 100대를 제주도에 투입한 데 이어 쉐보레는 국내에서 1회 충전으로 최장 383㎞ 주행 인증을 받았다. 또한 내년부터는 르노삼성이 초소형 EV, 트위지의 국내 판매에도 들어간다. 한 마디로 제품군이 서서히 갖춰지는 형국이다.

그러자 정부도 제도 정비로 흥을 북돋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초소형 EV 트위지의 국내 운행을 위한 제도 정비를 마쳤고, 전기요금의 결정권을 가진 산업부는 완속충전기의 기본요금 1만1,000원을 3년 동안 면제하기로 했다. 물론 급속충전의 기본요금(7만5,000원) 또한 면제되고, 완속이든 급속이든 충전 때 사용되는 전기요금의 50%도 할인해준다. 연간 40만원(1만5,000㎞ 기준) 가량의 전기요금을 13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니 거의 공짜인 셈이다.

구매 지원금도 대폭 확장했다. 환경부는 내년에 전기차 1만4,000대를 보급하기 위해 1,9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대당 구매 보조금을 1,400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자치단체 구매 보조금을 더하면 1,900만원이 되고, 이외 개별소비세 200만원, 취득세 140만원 등 400만원의 세금 감면을 포함하면 2,300만원이 주어지는 셈이다.이외 충전기도 늘린다. 환경부는 현재 전국 330개에 불과한 급속충전기를 530기까지 늘린다. 주도 수도권과 대도시부터 사업이 진행되며, 이동형 충전기도 공공장소에 배치하기로 했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국내 EV 활성화는 크게 다양한 제품의 등장, 가격의 구매 장벽 해소, 유지비의 경감, 그리고 충전 인프라의 구축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EV 보급을 위해 장애물로 여겨지는 것들을 모두 제거해 한국 내 EV 비중을 10%까지 끌어 올린다는 정부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다. 2,100만대 가운데 10%인 210만대를 EV로 바꾸면 대기환경 개선은 물론 수송 에너지의 다양화도 이뤄져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비용을 주목하고 있다. 1만4,000대 보급을 위해 투입되는 재정은 4,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아직 감내할 수준이지만 10만대를 보급하려면 2조3,000억원, 100만대라면 23조원 규모다. 게다가 EV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유류세를 거둘 수도 없다. 다시 말해 EV 운행으로 들어오는 정부 세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지출만 있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EV가 당장 재정에 부담될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직 충전시간의 단점이 해결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충전 시간의 단축 또한 EV 확장의 기반 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점진적 증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부도 '3년간 전기요금 할인'이라는 파격을 들고 나왔다. EV가 사용하는 전력량의 비중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국 내에서 EV 활성화의 전제 조건은 무엇보다 세수(稅收)라고 말한다. 제품을 만들고 사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기술발전과 노력으로 모두 가능하지만 세수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다. 중형 휘발유 차 1대가 연간 사용하는 기름 값 204만원(연간 1만5000㎞ 주행, 오피넷 주유소 판매가격 2016년 12월1주 기준 1ℓ=1,441원) 가운데 122만원이 세금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중형 가솔린 타던 소비자가 EV로 차를 바꾸면 정부는 연간 122만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반면 EV는 운행 때 유류세를 내지 않으니 내연기관이 EV로 대체될 때마다 초기 지원금 2,300만원과 매년 240만원 정도의 정부 재정에 부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일부에선 EV 활성화를 위해 향후 세금 제도의 개편을 지금부터라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V 마중물 단계에서 재정 지원은 마땅하지만 활성화로 가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어서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기름과 전기를 모두 외부에서 공급받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기름은 사용하되 전기 충전을 할 때마다 (기름)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줄어든 기름 사용을 전기로 돌리면 전력 요금 또한 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는 오로지 100% EV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차피 PHEV도 100% EV로 가는 과정이라면 PHEV를 훌쩍 건너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세수와 에너지 공급 측면의 과도기를 고려하면 PHEV 우선 보급이 보다 현실적이다. 최근 제주도가 100% EV 보급을 고집하다 PHEV로 시선을 돌린 것도 세수와 무관치 않다는 점은 EV 활성화를 위해 세수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칼럼]70만대 디젤 세단의 '주범' 낙인

▶ [칼럼]'기름' 자동차의 '전기(電氣)' 역전 방법

▶ [인터뷰]"자동차와 전자기기 디자인은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