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으로 조작하는 세진이의 올란도

입력 2016-11-30 08:50
수정 2016-11-30 09:43
지난 10일, 한국지엠 부평공장 홍보관에서 의미있는 작은(?) 전달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로봇다리'로 알려진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세진 군에게 생애 첫 자동차가 기증된 것. 이른바 '세진이의 올란도'다.



김세진 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하지만 엄마 양정숙 씨는 그런 세진을 입양했고, 가슴으로 품으며 국가대표 장애인 수영 선수로 키워냈다. 엄마의 노력에 보답하듯 그는 세계 장애인 올림픽 수영대회에서 무려 160회나 메달을 목에 걸었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쉐보레가 그에게 올란도를 주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도전 정신' 때문이다. 데일 설리번 부사장은 "김세진 선수의 무한한 도전 정신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쉐보레의 철학과 무척 닮아있다"며 "쉐보레는 앞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꿈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진의 올란도는 무엇이 다를까. 먼저 자동차의 움직임을 별도 레버 하나로 조작한다. 발을 쓰지 못하기에 핸들 레버로 가속과 브레이크를 조작하게 된다. 레버가 페달과 연결돼 앞으로 밀면 가속페달을 누르는 효과가 나고, 뒤로 당기면 브레이크 페달이 조작된다. 김세진 선수는 "손으로 차를 모두 움직이니 너무나 편하다"며 "이제 어디든 갈 수 있게 됐고, 그 동안 운전해준 엄마와 동생들을 태우고 바다여행을 가고 싶다"며 즐거워했다.



조종 레버에는 방향지시등과 경음기 스위치도 달려 있다. 김세진 선수의 손 또한 사용에 제약이 있어서다. 그래서 왼손은 방향 조정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고, 오른 손은 올란도의 움직임에 관한 모든 걸 맡도록 개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김세진 선수의 몸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며 "올란도가 김 선수의 발이 돼 많은 사람들의 희망 전도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증식에서 김세진 선수를 바라보는 양정숙 씨는 미소를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까지 엄마가 보살필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제 스스로 운전도 하고, 사회의 모든 걸 경험해 나갔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미 큰 지병을 갖고 있는 엄마 입장에선 아들의 자립이 이뤄지는 과정이 대견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한편, 김세진 선수는 한쪽 팔과 두 다리가 불안정한 '선천성 무형성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장애를 극복,다수의 수영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2011 비장애인 시합인 제83회 한국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장애인 비공인 한국신기록을 세웠고,제5회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 7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2016년 리우 올림픽 수영 마라톤에선 10km 예선 참가 등 장애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부평=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