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이 삼킨 '하만(Harman)'의 역사

입력 2016-11-28 08:01
수정 2016-11-28 14:20
카오디오를 중심으로 커넥티드 사업을 펼치는 하만인터내셔널의 시작은 창업자인 시드니 하만(Harman)과 그의 직장 상사였던 버나드 카돈(Kardon)이 손을 잡고 1953년에 만든 '하만카돈'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버나드 카돈이 3년 후 돌연 은퇴하면서 하만카돈은 시드니 하만에 의해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시드니 하만은 1918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성장했다. 하만의 선친은 뉴욕의 보청기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보청기가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이란 점에서 어려서부터 소리에 관심을 가졌던 셈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하만의 첫 번째 직장은 데이비드 보겐사(社)였다. 보겐은 스포츠 경기장과 철도역, 그리고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넓은 공간에 마이크와 확성기 등의 안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다.하만은 이 때 그의 상사였던 버나드 카돈(Bernard Kardon)을 만났고, 둘은 보겐사에 13년 동안 같이 근무한 뒤 각각 5,000달러를 투자해 '하만카돈'을 설립한 후 '페스티벌 D1000'으로 불리는 컨트롤 유닛 통합형 고음질 수신기를 개발했다. D1000은 지금도 통합 수신기의 선두 주자로 일컬어질 만큼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 하나의 제품 안에 튜너와 컴포넌트 컨트롤 유닛 및 앰프 등을 모두 결합시켰고, 독특한 도금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표방했다.

잘 나가던 둘의 동업에서 1956년 버나드 카돈이 돌연 시드니 하만에게 주식을 양도하며 은퇴를 했다. 그러자하만은 본격적으로 '하이 파이(Hi-Fi)'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사명(社名)을 '하만인터내셔널'로 바꾸고, 하만카돈을 주력 브랜드로 삼았다. 이후 1958년 하만은 최초의 스테레오 수신기인 페스티벌 TA230으로 주목을 끌었다. 스테레오 사운드는 AM과 FM 채널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동시 방송 스테레오'로 불리기도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1959년, 초고속 광대역 스테레오 증폭기인 '사이테이션2(Citation II)'를 출시했다.

기술적 성공을 어느 정도 거둔 하만은 이때부터 하만인터내셔널의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1969년 스피커 제조업체인 JBL을 흡수했고, 1970년에는 스테레오 오디오 카세트 녹음 데크를 판매하기도 했다. 성공을 거듭하면서 정치권에도 발을 내딛었다. 1976년 지미 카터(Jimmy Carter)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상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것. 당시 공직으로 이동하려면 미국 법률에 따라 회사를 매각해야 했는데,1억 달러를 받고 식품가공회사인 비트라이스 푸드(Beatrice Foods)에 하만인터내셔널을 팔았다. 하지만 비트라이스는 오디오 제품을 마케팅 한다는 것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일부 지분을 매각했고, 그 결과 1980년 하만인터내셔널의 매출은 40%나 하락했다.

정부 관료 임기가 끝나고 돌아온 시드니 하만은 다시 하만인터내셔널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마침고전 중이던 비트라이스 또한 하만인터내셔널을 5,500만 달러에 되팔았다. 하지만 이 때 주력 브랜드인 하만카돈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드니 하만은 '하만카돈' 없는 하만인터내녀셜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1985년 하만카돈 브랜드를 추가 인수하며 하만인터내셔널을 자신이 매각할 당시의 원래대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이후 시드니 하만은 하만카돈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1986년에는 2억 달러, 1989년에는 매출액을 5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여러 브랜드 인수에도 적극 나섰다. JBL, UREI, 사운드크래프트, 알랜&히스(Allen&Heath), dbx, 스튜더, DOD, 렉시콘, AKG, BSS, Orban, 퀘스트 등이 순차적으로 하만인터내셔널에 편입돼 갔다.

오디오 부문은 소비자 가전으로도 확대됐다. 2011년 7월 비상장 회사인 MWM 어쿠스틱스를 인수한 것. 이를 통해 오디오 사업 부문의 다각화를 시도했고, 2013년에는 조명 사업 부문을 신설해 외형을 키웠다.이어 2015에는 뱅앤울룹슨(B&O) 자동차 부문을 인수해 카오디오 부문 점유율을 보다 확고히 다졌다.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2015년에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심포니 텔레카를 인수, 클라우드와 이동성 및 분석에 대한 역량을 확대했다. 하만이 네 번째로 구성한 사업의 시작이 이뤄진 셈이다. 또한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인 타워섹(TowerSec)을 인수해 자동차 사이버 보안 분야의 역량을 강화했는데,이를 통해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 오디오 및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넘어 미래 연결성 사업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2016년 11월 삼성전자가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다.

그 사이 창업자였던 시드니 하만은 2006년 88세까지 왕성한 기업 경영에 나선 뒤 은퇴, 2011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근대 오디오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자 미국 경영계에선 전설로 꼽혔던 만큼 하만은 오디오계의 대부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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