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AVN 1위 통째로 삼킨 삼성전자

입력 2016-11-15 10:55
수정 2016-11-15 11:23
자동차 전장 사업 분야는 다양하다. 흔히 운전자 지원 시스템으로 불리는 ADAS가 있고, 통신을 매개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텔테매틱스도 있다. 또한 외부 정보를 연결해 운전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도 전장사업의 한 분야다. 더불어 이런 정보들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출력장치와 듣는 장치도 일종의 전장사업으로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바로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을 뜻하는 'AVN'이다.



그런데 여러 전장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바로 AVN이다. 듣기(AUDIO) 위해선 파워유닛과 스피커가 필수이고, 보기(VIDEO) 위해선 모니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내비게이션은 외부 정보 연결의 창구로 활용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AVN은 사실 자동차회사가 아닌 별도 전문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해 왔다. 대표적으로 하만(Harman)과 보스(Boss) 등이 꼽힌다. 완성차기업들이 제품을 알리려는 카탈로그에 각 사만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브랜드를 적극 강조하는 것도 AVN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AVN 브랜드를 썼느냐가 곧 완성차의 프리미엄 여부를 결정할 정도이니 말이다.게다가 AVN은 미래자동차의한 축으로 불리는 연결성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간 국내 자동차 AVN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변방, 아니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LG전자와 현대모비스가 경쟁과 협업 등을 펼치며 국내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에 한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무려 9조원짜리 하만그룹을 통째로 삼켰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이미 하만이 갖추어 놓은 완성차회사의 공급망을 100%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의 여러 가전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이미 알려진 FCA그룹 산하 마그넬리 마렐리 인수 검토 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마그넬리가 기계를 기반으로 한 전장사업 진출이라면 하만 인수는 첫발부터 기계가 아닌 자동차 엔포테인먼트 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여서다. 삼성전자 자체로는 자동차 전장사업이 어렵다는 전망 하에 '기계'와 'AVN' 중 결국 가전기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AVN'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AVN 시장 진출로 바짝 긴장하는 쪽은 모비스다. 그간 기계 중심의 기술을 개발하며 최근 전장사업부문의 외형을 키워가는 입장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어서다. 게다가 오디오는 모비스도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직접 개발했을 만큼 강화해 나가는 분야다. 그렇게 보면 자동차와 가전의 융합에서 결국 전장분야는 가전기업이 우위를 점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완성차기업들이 미래 자동차 권력 싸움에서 주도권을 잃을까 바짝 고삐를 쥐는 것도 가전과 IT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 때문이다. 그리고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