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 살 때 생각하는 '합리'와 '권위'

입력 2016-10-31 08:00
수정 2016-10-31 10:54
미국의 최대 소비자단체인 컨슈머리포트가 자동차 제품 및 브랜드의 신뢰도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이 큰 조사인 만큼 미국 소비자는 물론 완성차기업의 관심도 높다. 무엇보다 컨슈머리포트의 신뢰도 조사 결과는 미국 소비자의 구매 가이드가 된다는 점에서 시선이 끌린다. 따라서 어떤 차가 추천과 비추천 영역에 있는지가 늘 관심거리다.

먼저 올해 해당 단체가 높은 신뢰도를 보낸차종 톱10은 토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CT200, 인피니티 Q70, 아우디 Q3, 렉서스 GX, 렉서스 GS, 벤츠 GLC, 쉐보레 크루즈, 아우디 Q7, 토요타 4런너다. 토요타와 렉서스 제품만 무려 5종이 포함됐다. 반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다시 말해 추천 등급이 낮은 차종으로는 피아트 500L, 포드 피에스타, 쉐보레 타호/GMC 유콘, RAM2500, 테슬라 모델X, 크라이슬러 200, 쉐보레 서버번/GMC 유콘 XL, 짚 레니게이드, 포드 포커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꼽혔다. 거의 대부분 미국 브랜드 제품이다.두 결과만 보면 신뢰도에서 일본차가 미국차를 압도하는 셈이다.

그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어떨까? '가장 믿을 만한' 브랜드 1~8위 가운데 일본 브랜드는 무려 4곳(렉서스, 토요타, 마쓰다, 인피니티)이 포함됐다. 이외 한국의 현대기아차와 독일 아우디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미국 브랜드는 뷰익이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신뢰성이 약한 브랜드 집단에는 링컨, 캐딜락, 짚, GMC, 테슬라, 닷지, 크라이슬러, 피아트, 램(RAM) 등이 꼽혔다. 신뢰지수 86점으로 1위에 오른 렉서스와 가장 신뢰도가 떨어지는 램(RAM)의 점수 차이는 무려 70점에 달한다.



이처럼 일본차가 미국에서 인정받는 배경은 무엇보다 품질이 꼽힌다. 철저한 품질 관리로 소비자 만족을 얻어냈고, 그에 따라 고장 나지 않는 차로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이 자동차 내구성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려 애를 쓰는 이유다.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고장 없는 내구성'은만족도를 결정 짓는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국내에선 내구성보다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특히 벤츠와 BMW 등의 독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는 매우 분명하다. 벤츠와 BMW가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분류하는 것도 국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와 무관치 않다는 뜻이다.실제 미국보다 신차 시장 규모가 월등히 적음에도E클래스와 5시리즈가 세계에서 3~4번째로 많이 팔리고, S클래스와 7시리즈는 4~5번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 한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소비자가 자동차를 바라보는시각의 차이를'합리'와 '권위'로 구분한다.하지만 최근 자동차 구매에선'합리'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는 점도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국내 소비자의 인식도 이제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무조건 비싸고 브랜드가 고급인 차가 아니라 저렴하되 품질이 좋은 차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일본차가 인정받은 비결을 한국도 배울 필요가 있으며, 그것의 시작은 '소비자의 목소리 듣기'라고...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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