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산자부의 LPG 철옹성, 무너질까

입력 2016-10-20 10:16
수정 2016-10-20 10:51
"미세먼지 감축에 긍정적 효과는 있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전환에 장애가 된다. 저세율로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지원하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가 LPG 사용 제한을 전면 폐지하자는 곽대훈 의원(새누리당 대구 달서구갑)의 질의에 보낸 답변서의 내용이다. 온실가스 과다 배출과 친환경차 전환의 장애, 그리고 저세율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취지 훼손을 이유로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러자 국회 이찬열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갑)은 현재 7인승 SUV에 한해 적용되는 LPG 엔진 탑재를 5인승 SUV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산업부가 꽁꽁 묶어둔 LPG 규제 철옹성을 여야 가릴 것 없이 법안 발의로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산자부의 철벽 방어도 만만치 않다. 산자부 주형환 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내년부터 5년이 경과된 LPG 중고차의 일반 소비자 구매가 허용되는 만큼 상황을 보고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말은 곧 LPG 중고차 구매가 크게 늘어나면 '규제 유지',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추가 완화'의 뜻으로 해석됐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산자부가 어떻게든 LPG에 대한 규제 권한은 결코 풀지 않겠다는 의지로 판단한다.

그런데 LPG 규제 완화를 거부한 산자부의 논리에 맞서 국회의 공격도 거세다. 곽대훈 의원은 산자부의 답변서가 오자 거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장애인 LPG지원 사업이 2010년 폐지되면서 별도 지원금이 마련된 점을 들어 산자부의 취약계층 지원 훼손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실가스 과다 배출은 산자부 스스로의 모순임을 지적했다. 그간 산자부가 LPG 사용 제한을 단계별로 완화할 때마다 '자동차 공해저감' 및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와 수소차 전환에 LPG차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휘발유 및 경유차는 장애가 아니냐고 맞서며 산자부의 LPG 규제 권한을 송두리째 제거하는 법안을 전격 발의했다.



그렇다면 산자부는 어떤 근거로 규제 권한을 가진 것일까? 현재 산자부의 LPG 규제 권한을 보장하는 법률 근거 조항은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28조'다. 산자부 장관이 액화석유(LPG)의 적정한 수급, 사용상의 안전관리, 그 밖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장관령으로 승용차의 LPG 연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곽대훈 의원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28조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다시 말해 산자부의 LPG 규제 권한을 원천적으로 없애겠다는 의지다. 이찬열 의원 또한 28조를 주목하고,해당 조항 가운데 규제 제외 대상의 승용자동차를 '다목적자동차'로 바꾸자는 법률을 발의했다. 한 마디로 5인승이든 7인승 관계없이 SUV는 모두 LPG 엔진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이처럼 국회가 산자부를 겨냥해 LPG 규제 완화 법안을 쏟아내자 산자부도 대응책 마련이 한창인데, 시선을 돌리는 곳은 완성차회사다. 자동차회사가 LPG차 증대를 필요로 하느냐를 보겠다는 뜻이다. 완성차업계는 내심 완화를 원하지만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수소와 전기차 개발을 산자부가 지원하고 있어서다.한 마디로 산자부가 LPG를 반대하는 또 다른명분인 셈이다.

그러나 연료 선택권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국회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원유나 LPG 모두 완제품 수입은 같고, 이미 친환경차 분류에서 산자부가 클린디젤 및 천연가스를 배제하는 대신 '친환경 내연기관차'로 통합하려는 마당에 LPG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져서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LPG 규제 권한을 없애려는 국회와 어떻게든 지키려는 산자부의 기 싸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막으려는 산자부와 뚫으려는 국회, 결과가 궁금하지만연료 선택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맡기는 게 시대의 흐름인것 같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르포]스코다(SKODA)의 원조, 직접 찾아가보니...

▶ [칼럼]폭스바겐, '기업의 비양심 vs 제품의 양심'

▶ [칼럼]골리앗(현대기아)을 향한 다윗(르노삼성)의 한방

▶ [칼럼]'안전' 대신 '스웨덴' 선택한 볼보(Volvo)

▶ [칼럼]자동차, 공급과 수요의 숫자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