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vs 250', '20,000 vs 2,000'. 숫자만 봐도 차이는 엄청나다. 바로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의 영업력 규모다. 700곳이 넘는 판매점에서 2만명 넘는 인원이 활동하는 현대기아차와 250곳에서 2,000명 정도인 르노삼성의 판매력 차이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1인당 1대를 팔아도 현대기아차는 2만대이고, 르노삼성은 2,000대에 머문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영업망에선 결코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를 넘지 못한다. 아니, '불가능'으로단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싸움할 때 외형상 불리해도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면 이긴다는 얘기로 '다윗과 골리앗'이 많이 인용된다. 2m70㎝에 50㎏의 갑옷, 그리고 3m에 가까운 창(槍)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거대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지략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실제 잘 하는 것이라곤 돌을 끈에 매달아 던지는 것일 뿐 체력도 무기도 골리앗에 비해 절대 열세였던 다윗은 골리앗의 약점을 찾았는데, 투구 사이에 드러난 이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골리앗의 창이 미치지 못하는 거리에서 정확히 이마를 맞춰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투 방법을 열거한 손자병법이나 그 어떤 유명한 교본에도 없는 한 방의 돌 팔매가 승리의 주역이었던 셈이다.
국내 자동차시장 내 규모로 현대기아차는 골리앗이고, 르노삼성은 다윗에 종종 비유된다. 실제 전시장 숫자나 인력에서 르노삼성은 현대기아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물론 덩치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막대한 투자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래서 떠올린 게 골리앗의 약점 찾기다. 그리고 골리앗(현대기아차)의 덩치에 주목했는데, 그것은 어느 한 순간 형성된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조금씩 만들어진 것이어서 줄이는 게 쉽지 않고, 변화도 어렵다는 것을 알아챘다. 마치 시멘트가 굳으면잘 깨지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다윗은 바꾸기 어려운 골리앗의 덩치를 겨냥해 재빨리 변화의 물결에 몸을 던졌다. 몸집을 줄여야 하는 골리앗과 달리 덩치를 키워야 하는 다윗으로선 변화에 대한 적극 대응이 곧장점이었다.르노삼성이 온라인 자동차 판매, 즉 e커머스를 도입한 배경이다. 가벼운 다윗에게 온라인은 경쾌한 움직임이 보장되지만 골리앗은 거대 오프라인 영업망에 갇혀 온라인에 뛰어들지 못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다윗이 외형적인 덩치를 골리앗만큼 키우지 못할 바에는 골리앗의 거대 영업망을 '단점'으로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런데 다윗이 골리앗의 약점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지난 5월 규제개혁회의에선 TV홈쇼핑의 국산차 판매가 결정됐다. 수입차는 되고 국산차는 안 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골리앗의 오프라인 영업망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른바 판매망 붕괴의 시초가 될 것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고, 결국 규제개혁에서 슬그머니결정이 보류됐다.순간 변화를 거부하는 골리앗의 모습이 포착됐고, 다윗은 이를 골리앗의 약점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다윗의 e커머스가 100% 온라인 판매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출고는 전시장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것은 크나 큰 진전이다. 그간 온라인 역할은 전시장 연결에 머물렀지만 결제는 '구매 단계' 진입을 의미하고 있어서다.
다윗은 온라인으로 골리앗의 덩치에 맞서려고 한다. 2,000명이 모든 구매자를 만나지 못할 바에는 구매자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몸집(판매)을 골리앗만큼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차피 골리앗은 이미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보여 들어오지 못할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약점이라는 것도….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칼럼]'안전' 대신 '스웨덴' 선택한 볼보(Volvo)
▶ [칼럼]자동차, 공급과 수요의 숫자 걱정
▶ [칼럼]폭스바겐의 자발적 판매 중단을 보는 시선
▶ [칼럼]디젤과 가솔린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입차
▶ [칼럼]테슬라가 던진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