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통사고 사상자 제로(0)'를 달성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충돌 이전부터 이후까지 모든 운전상황에 대해 지원합니다. 모든 과정이 연계된 사이클을 반복하는 게 실제로 안전한 자동차 개발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일 일본 히가시후지연구소에서 진행한 기술설명회에서 세이고 쿠즈마키 CSTO(안전기술담당)는 토요타의 안전대응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토요타는 교통사고 사망자 저감을 위해 '삼위일체의 대응'과 '실제 안전의 추구'라는 두 가지 개념을 혼용하고 있다. 삼위일체의 대응이란 안전한 자동차의 개발, 보행자 등 사람에 대한 계몽, 신호나 표지 등 교통 환경의 정비를 뜻한다. 안전 추구는 실제 사고상황을 통해 배우고 이를 상품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즉, 사고를 유발하는 모든 주체와 상황을 분석 및 해석하고, 이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통합적인 안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
당연한 얘기일 지 모르지만여기엔 토요타만의 선구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토요타는 1995년부터 충돌안전평가시험인 GOA(Global Outstanding Assessment)를 사내 목표로 세웠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옵셋 정면 충돌시험(앞범퍼 일부만 충돌)을 시작했다. 세계 각 국의 법규나 평가에 대응하는 건 물론 실제 사고를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해를 거듭하면서 GOA도 진화했다. 2015년엔 시속 90㎞, 15도 각도의 전측면 충돌시험을 도입했다. 아직 글로벌 평가시험기관도 하지 않는수준의 고강도 시험요건이다. 기존 옵셋시험보다 충돌힘이 1.3배 커졌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차체 캐빈의 변형량은 반 이하로 억제했다.
충돌시험에 사용하는 인체모형, 더미(Dummy)에도 토요타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회사가 사용하는 더미는 고장이 안나도록 튼튼하게 설계한다. 더미의 가격이 개 당적게는 7,000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 따라서 인간 신체와 차이가 커서 실차 충돌 시 상해를 가상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토요타는 따라서 더미에 독자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적용, '썸즈(THUMS)'라는 모델을 고안했다. 고해상 CT스캔을 통해 생체의 신체 형상 데이터를 계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체 부위별 모델을 만들었다. 실제 뼈나 뇌, 간, 심장 등 신체 부위마다 재료 물성을 달리하고, 이들의 접합을 통해 전신모델을 창출했다. 2000년 등장한 썸즈 버전1은 골절이나 인대 파열 등을 표현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개발한 버전5는 생체반응인 근육작용까지 파악 가능하다.토요타와 토요타중앙연구소가 개발한 썸즈는 세계 81개 자동차회사와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사용한다. 세계 곳곳에서 썸즈를 이용해 다양한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토요타는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를 위해 기술을 공유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고 말한다. 세계 자동차제조사 및 부품사 안전수준을 향상시켜야 운전자 및 보행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서다.
한편, 토요타는 제품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계몽, 교통환경 정비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안전띠 장착 캠페인을 펼치고, 각국 정부와 안전기준 확립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 [르포]하이브리드 배터리, 깨지고 떨어지고 물에 빠져도...
▶ 토요타의 좋은 차 만들기 고민, 들여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