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흐를수록 깊어가는 ‘아름다움’, 배우 김희정

입력 2016-08-10 11:03
[김민수 기자] 데뷔 25년차 여배우 김희정에게 인생은 3개의 테마로 나뉜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 설레임과 연기를 배우는 즐거움 그리고 ‘명품 연기’를 보여주는 중년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의 25년이란 연기 인생 속에 고스란히 스며있다.그녀는 17년 무명 시절동안 겪었던 배움의 단계에서 벗어나 그만의 특화된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농아엄마’ 역할을 철저하게 소화해내며 배우 김희정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처럼 그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명품 연기’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여배우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Q. 간단한 화보 소감 부탁한다.화보 작업은 다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새로운 나하고 만나는 느낌(?) 항상 신선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Q. 평소 스타일은.예전에는 공주 스타일을 선호했다. 레이스가 들어간 의상이라든지 흔히 말하는 공주 의상 있지 않나(웃음). 그리고 귀걸이나 액세서리도 큰 것들만 차고 다녔었다. 그러다가 편한 옷을 찾게 되고 청바지나 트레이닝 의상만 입고 다녔는데 사실 내 스타일이 정확하게 없다. 작품을 하고 있을 때 맞는 역할의 의상을 구입하고 입고 다니는 편이다. Q. 혹자는 깜짝 놀랐다.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과 실제 보는 모습이 많이 다르더라.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듣진 않은가.보통 사람들은 내가 아줌마, 엄마 역할을 하다 보니 나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실물을 보면 생각보다 어리다고 말하더라. 아마도 그동안 내가 맡았던 역할이 메이크업이나 의상에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 없다보니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쇼핑하러 가게에 들어가면 이렇게 젊어 보일지 몰랐다면서 깜짝 놀라더라(웃음). Q. 40대 몸매, 20대처럼유지하기 힘들 텐데 매일 운동을 한다. 필라테스나 요가 그리고 기본적인 스트레칭은 물론이고수시로 걷는 편이다. 나는 타고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살도 살이지만 건강도 생각해야 돼서 운동을 많이 권하기도 하고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식단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배고프면 새벽에 먹는데 어떤 음식에 대해선 먹지 않는다. 내가 먹고 싶은데 안 먹는 것이 아니라 그냥 먹고 싶지가 않다. 대표적으로 인스턴트, 튀김, 치킨은 먹지 않는다. Q.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데뷔 25년차, 연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인가.(웃음)사실 배우가 되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취업 삼아서 한 것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연극이 좋긴 했다. 연극배우에 대한 생각은 했지만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당시 여배우는 예쁘고 여성스럽고 가녀린 이미지였는데 나하고는 거리가 멀더라. 그래도 어쨌든 연극영화과고 들어와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또 조연으로 평생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도 산이 정말 높았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라. 사실 그래서 내려놨다. 안되면 못하고 되면 하는 것이고 내려놓긴 했지만 주어진 부분에 대해선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깐 타 방송국은 못하고 계속 SBS에서만 17년을 한 것이지 않나(웃음). 또 한편으로는 관둬야할 이유도 없더라. 그래서 계속 연기만 하고 살았다.Q. 3년 전 언급했던 단역 출연료 9,800원. 이슈가 많이 됐었다.당시 너무 기사화가 되었는데(웃음). 처음 기수들이 들어가면 전속을 하지 않나. 그때는 월급에 하루 일당을 책정해서 주는 것이다. 그 다음에 계약기간이 풀리면 다음 등급을 우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처음 받았던 단역 출연료가 9,800원이라고 말했더니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못하겠더라.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았냐는 둥 이런 질문만 하는데 솔직히 전혀 시달리지 않았고 단역으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 적은 돈이라도 벌고 있었다. 물론 호화롭진 않았지만 굳이 남들에게 돈 빌리지 않고 내가 벌어서 생활했다. 보통 직장인들 사는데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이상일지도(?)(웃음). Q. 17년이란 무명 시절, 한번쯤은 스타가 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억울하지 않았나.나는 내 그릇이 그럴 줄 알았다. 솔직히 남들보다 예쁜 것도 아니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스타가 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냥 나는 성실하게 바닥을 다진 후에 올라가는 방법뿐이다. 그 성실함과 지구력이 10년이든 20년이든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열심히 한다는 인정을 받으면 그 다음에 내가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Q. 25년 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 &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2007년에 방영한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작년에 종영했던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이 아쉬웠다. ‘맨도롱 또똣’은 그렇게 좋은 역할을 맡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엄마 역할로 출발을 했고 계속 엄마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이 맞는 부분인데 멜로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이도 있는 나에게 굉장히 축복이었고 내 연기생활에 보너스 같은 작품이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을 꼽았다.내가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느껴야했던 여러 가지 감정들과 처음 맡았던 배역에 대한 감정들 등 복합적으로 다 들어가 있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고 아마 내가 가장 열정을 쏟은 작품이 아닐까. 지금 그렇게 연기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지만 말이다(웃음).Q. 안내상, 이성재, 손창민, 서태화, 조성하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역은.그래도 내상이 오빠가 기억에 남는다.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같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내상이 오빠가(웃음).Q.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 섭외 당시 어땠나.‘어떻게 나한테 들어왔지?’, ‘나한테 들어 온 것 맞나?’ 그런 생각이었다. 성재한테도 미안했다(웃음). 성재도 처음 상대역이 강소라인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더라. 예전에 ‘구가의 서’, ‘수상한 가정부’에 출연한 적이 있어친분이 있는 사이다. 그러다 다시 만난 것인데 성재는 억울했겠지만 나는 괜찮다(웃음). Q. 영화 ‘연평해전’ 농아 엄마 역,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사실 많이 나오는 분량도 아니었는데 많은 관심을 받아서 깜짝 놀랐다. 예전에 ‘조강지처 클럽’에 출연할 때 작가 선생님이 극중 모지란 역할은 엄마인데 내가 엄마가 아니라서 가장 마음에 걸렸다고 하더라. 엄마라는 역이 오히려 나의 숙제가 된 것이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모든 상황을 생각했다. ‘이런 엄마는 이렇게 울겠구나’, ‘다른 상황이면 이렇게 울겠구나’하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연기라도 내가 공감을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에겐 숙제처럼 항상 남아 있다.Q. 연기를 너무 잘해서 놀란 후배가 있다고.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출연할 때 1, 2부 특집으로 잠깐 남편 역을 맡았던 조진웅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지금은 너무 대스타가 돼서 후배라고 말하기 애매한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온몸이 배우인 것처럼 타고난 사람이다.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더라(웃음). 그 순간의 몰입을 끌고 나가는데 정말 잘한다고 느낀 사람이다. Q.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 출연 예정이라고.배우 손호준의 고모 역인데 역할이 별로 없다(웃음). 그냥 고모 역할이다. 맨날 엄마 역할만 하다가 처음으로 고모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Q. 20~30대에 못했던 해외여행, 이번에 했다고.호주, 중국, 일본, 괌에 다녀왔다. 하루에 2만보씩 걸었다(웃음). 계속 걸으면서 그 나라 음식을 먹고 주변도 많이 보고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왔다. 사실 3년 만에 4달 정도 일을 안 했던 것이 처음인데 또 언제 쉴지 모르니깐 여행을 다녀 온 것이다. 2~30대 때 못했던 것을 앞으로 여유가 되면 해외든 국내든 여행을 할 생각이다. 여기서 더 힘이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웃음). 건강하게 살고 싶다. Q. 앞으로 계획은.거창하게 세워봤더니 별거 없고 목표대로되지 않더라.연기 생활이라는 것이 사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지만 내가 제작을 하거나 만들지 않는 이상은 힘들지 않나(웃음).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동안 할 게 없다. 하하. 그래서 긍정적으로 재미있게, 주어진 일에 열심히 사는 것을 목표로 수정 중이다. 항상 감사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Q. bnt독자들에 한마디.bnt촬영해서 너무 기쁘다. 지금까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선물해주는 것이 아닌가. 정말 감사하고 열심히 해도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좋은 배우의 모습 보여드리겠다. 기획 진행: 김민수포토: bnt포토그래퍼 박중원의상: 레미떼, 플러스마이너스제로슈즈: 지니킴헤어: 제니하우스 프리모 애리 디자이너메이크업: 제니하우스 프리모 희연 디자이너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