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카는 어떻게 개발했을까④(마지막회)

입력 2016-06-07 15:34
수정 2016-06-19 16:24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카로 토요타 프리우스를 꼽는다. 1995년 도쿄모터쇼에 컨셉트카로 등장한 뒤 1997년 양산차로 나왔으니 벌써 19년이 지난 셈이다. 그 사이 프리우스는 4세대로 진화하며 전기 활용 기술을 향상시켰고,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원래 프리우스에는 전기 사용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금 프리우스는 전력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전기가 들어갔을까. <편집자>

▲더 이상 퇴로는 없다

1997년 3월25일, 도쿄 아카사카의 호텔에서 토요타는 'THS(Toyota Hybrid System)' 기술을 발표했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에 앞서 소비자에겐 생소한 '하이브리드 기술의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쿠다 히로시 사장은 직접 인사말로 "토요타는 21세기 환경 문제에 대한 대답 중 하나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선언했고, 즉시 언론에는 연내에 토요타가 효율을 두 배 높인 신차를 공개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언론을 접한 프리우스 개발담당 오기소 사토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효율이 ℓ당 28㎞에 달하고, 코롤라보다 불과 500만원 비싼 친환경차가 나오는 것으로 도배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28㎞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그렇게 발표되자 원하든 원하지 않든 효율의 목표는 28㎞로 정해졌다. 회사가 세상을 향해 의지를 표명한 이상 이제 퇴로는 차단된 셈이다.



그 해 7월, 도쿄 부도심에서 토요타 환경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토요타는 지구 환경 보전을 최대 중요 과제로 삼고 코로나에 THS를 조립한 제품의 시승회도 함께 열었다. 8월까지 개발 차종의 시험이 거의 완료돼 9월부터는 타카오카 공장의 전용 라인에서 시험제작을 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 단계에선 엔지니어가 공장에 상주, 생산을 위한 설계 변경에 대응해 변경은 최소화됐다.

▲세상에 등장한 첫 하이브리드

1997년 10월14일, 도쿄에서 드디어 세계 첫 하이브리드 양산제품 프리우스가 공개됐다. 워낙 주목도가 높아 자동차 전문언론 뿐 아니라 일반 매스컴도 대거 밀어닥쳤다. 통상은 발표를 2회만하는 게 정상이지만 워낙 많은 미디어가 몰린 탓에 3회에 걸쳐 진행했고, 그 마저도 참석 언론을 모두 소화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때 발표된 효율이 바로 'ℓ당 28㎞'였다. 토요타로선 약속을 지킨 것이며, 215만엔이라는 가격은 3월에 공개된 예상보다 오히려 낮았다.



이날 주인공은 오쿠다 사장과 개발 책임자인 우치야마다 다케시였다. EV주행이 가능한 만큼 실내에서 직접 주행을 실현했고, 전기로 움직이는 모습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기에 충분했다. 10월22일 개막한 도쿄모터쇼의 주인공으로 '프리우스'가 선정됐을 만큼 일본 내에서 관심이 높았다. 덕분에 1997년 일본 '올해의 차'에서 1위를 차지했고, 12월에 열린 국제회의에선 참가자를 태우고 회의장 사이를 이동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모인 언론사가 프리우스에 시선을 두며 토요타의 임원 및 엔지니어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예상치 못한 대박

그런데 프리우스는 초기 일본 내에서만 월 1,000대 판매를 예상했다. 잘 팔릴지 몰랐기에 생산 물량은 한정했다. 게다가 시장에서 운행될 때 문제점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여서 추후 품질안정화가 이뤄지면 소비자 주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일본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주문이 월 1,500대를 넘어섰다.

프리우스가 인기를 모으자 이듬해 1월, 북미 디트로이트오토쇼에 미국 빅3가 빠짐없이 차세대 친환경차 컨셉카를 출품했다. 그리고 2001년 생산을 장담했다. 2004년에는 연료전지차도 등장시킨다는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양산 및 판매로 연결된 제품은 하나도 없다. 아직 친환경차에 대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빅3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집중 연구하기 시작했다.

▲누계 800만대에 이르기까지

프리우스는 발표 직후부터 한달 만에 월 판매 목표의 3배를 넘는 3,500대가 공급됐다. 가격이 비쌌지만 높은 환경 의식을 가진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에 적자 논란은 늘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토요타는 이익이 적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기간의 이익 감소가 훗날 큰 이익 증대로 돌아온다는 점을 확신했다.



실제 2003년 2세대가 등장하자 판매를 매월 5,000대 수준에 올라섰다. 더불어 유명 배우들이 친환경을 위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며 제품 이미지도 향상됐다. 헐리우드 스타가 프리우스를 타고 레드 카펫을 걷는 모습은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토요타는 ‘THS’의 시스템을 다른 차종으로 확대했다. 2001년 미니밴 에스티마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고, 코롤라와 크라운 등 토요타를 대표하는 제품에도 적용했다. 2006년에는 렉서스 GS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하고, 2007년에는 최상급 세단 LS에 적용했다.

프리우스는 2015년 4세대가 이르러 효율이 ℓ당 40㎞에 달할 정도로 발전했다. 덕분에 2015년 7월 글로벌 하이브리드 누계판매가 800만대에 도달했다. 또한 꾸준히 하이브리드 기술을 발전시켜 온 덕분에 지금은 '프리우스=하이브리드' 대명사로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적어도 하이브리드에 관해선 토요타를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토요타는 또 하나의 미래 대안으로 수소차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6,000만원대 가격으로 구입 가능한 미라이(Mirai)를 등장시켰다. 이외 같은 시스템을 다른 차종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이미 마련했다. 20년 동안 하이브리드 시대를 개척한 만큼 앞으로 또 다시 오랜 시간 수소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비록 세계 첫 양산 수소차 타이틀은 놓쳤지만 '수소차=미라이'라는 인식을 넓혀 간다는 계획은 확고하다.그래야 새로운 미래에 또 다시 대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어쩌면 그게 바로 토요타의 미래 전략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연재칼럼]최초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개발했을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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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최초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개발했을까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