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BMW의 리콜, 어떻게 바라볼까

입력 2016-05-20 08:10
"본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리콜을 하기로 했다"



최근 BMW코리아가 320d 등 13개 차종(1,751대)에 대해 내린 선제적 조치다. 국내에 비슷한 사례 3건이 보고되자 본사의 조사 여부와 관계없이 리콜을 먼저 시행키로 결정한 셈이다. 통상 제품 문제가 제기되면 정부와 기업의 조사 후 리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선제적 조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리콜은 지난 3월 일부 소비자가 제기한 연료 공급 라인이 발단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제작공정상 결함으로 균열이 발생해 연료가 누설될 경우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을 언급했고, BMW코리아가 안전을 위해 리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4년 6월25일부터 2014년 9월3일까지 제작된 320d 등 13개 차종 1,751대가 대상이다.

그러나 BMW 독일 본사의 입장은 달랐다고 한다. 보고된 사안에 대해 기술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내용은 리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3대에 나타난 문제도 소유자별로 운행 패턴이 다름에도일괄적인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BMW코리아는 일단 선제적 리콜 조치 후 관련 문제를 보다 깊이 살펴볼 것을 요구했다. 결국 설득을 당한 본사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선제적 리콜에 동의했고, 이번 리콜이 시행됐다.

사실 자동차 리콜은 국내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문제가 있으면 판매 후라도 개선하겠다는 제도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를 소비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서다. 자동차회사가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면 '솔직함'을 높이 사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나'라는 질책이 먼저 쏟아지기 일쑤다. 그래서 더욱 공개적인 리콜이 꺼려지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가 다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부적으로는 가급적 문제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조치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아 왔다. 부정적 인식이 오히려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를 차단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이런 이유로국내에서 자동차 리콜은 정부가 강제 리콜을 명령하기 전까지 기다리다 최후의(?) 수단으로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는 게 대부분이다. 단어는 '자발적'이지만 어차피 강제 명령을 피할 수 없을 때 이른바 '용어 순환' 차원에서 자발적 리콜을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이번 BMW코리아의 이번 선제적 리콜은 기업의 책임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BMW코리아 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선제적 리콜에 적극 나서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서다. 문제된 제품의 숫자가 아니라 일단 소비자로부터 문제가 지적된 사항을 서둘러 개선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리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리콜 자체가 곧 소비자를 위한 기업의 사후 활동임을 감안할 때 인식의 전환이 곧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문제라도 기업이 리콜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활발한 리콜은 곧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서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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