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EV 천국 노르웨이의 비결, 결국은 에너지

입력 2016-04-29 08:10
수정 2016-05-04 08:03
그 동안 한국에서 노르웨이는 '북극으로 가는 나라' 또는 '연어가 많은 나라' 등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최근 노르웨이가 세계 여러 나라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바로 전기차 때문이다. 2004년부터 전기차 보급에 주력해 온 노르웨이의 전기차 대수는 이미 7만 대를 넘어섰다. 특히 수도 오슬로는 'EV vs 내연기관'의 구도가 아닌, 이미 연료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전기차 비중이 30%에 달하고, 폭스바겐 e골프가 판매 1위에 오를 정도이니 오슬로를 '전기차 천국'으로 부르는 데 손색이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도 오슬로를 찾아 EV 예찬론을 폈다. 테슬라 모델S를 미국 다음으로 많이 판매한곳이니머스크에게도 중요한 나라가 바로 노르웨이인 셈이다.







노르웨이내 EV 확산의 주역은 정부다. 노르웨이 정부는 EV 보급을 통해 지금의 탄소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프라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노르웨이전기차협회 크리스티나 부 사무총장은 "노르웨이의 전기차 보급은 사용자 입장에서 정책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공공 지출을 우선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전기차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전략을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했다. 먼저 전기에너지를 얻는 방법이다. 노르웨이는 타고난 자연환경 덕분에 95% 이상의 전기를 수력으로 충당한다.오슬로시청 기후에너지 프로그램부문 실라 비예르케 베스테르 디렉터는 "노르웨이는 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이며, 특히 수력으로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이런 전력공급방법이 EV를 확산시킨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설명했다.두 번째는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를 전기차에 공급하는 인프라 구축이다. 여기에는 오슬로를 비롯해 각 자치단체가 적극 나섰다. 완속충전기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충전비용은 받지 않았다. 시내 곳곳 어디를 가도 충전기를 볼 수 있을만큼의 인프라를 갖췄다. 그래서 사용자는 충전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차장칸마다 모두 충전기를 설치해 전기차와 내연기관 구분없이 이용 가능한 장소를 늘려 가는 중이다. 충전기를갖춘곳은 내연기관차의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오히려 충전기 확대로 해소하고 있다. 세 번째는 혜택이다. 전기차를 이용하면 보조금 지급은 물론무료 충전과 공공주차장 이용요금도 받지 않는다. 또 버스 및 택시 전용차로 이용을 비롯해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선박 이용 때도 무료다. 그러니 오슬로에 전기차가 많지 않으면 오히려 그 게 더 이상하다는 평가가 많다.노르웨이가전기차 전략을추진한 가장 중요한배경은 바로 '일렉트릭 시티' 개념에 있다. 오슬로 자체를 전기도시로 만든다는 게 노르웨이 정부의 계획이다. 풍부한 수력을 기반으로 공장이나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모두 전기로 대체하면 탄소 배출없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오슬로주 요한슨 지사는 "노르웨이 전체가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일체 쓰지 않아도된다"며 "늘어나는 전기사용량을 충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현재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노르웨이 녹색당을 이끄는 라스무스 한손 총재도 "환경은 지금이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노르웨이의 자연을 지키는 것에의회의 모든 힘을 집중한다"며 "그 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라고 단언한다. 환경을 지키는 것에는정치권조차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셈이다.







노르웨이는 최근에는 '클린 워터' 및 '퓨처 빌트', '파워 하우스' 등의 개념을 도입,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노르웨이의 주요 자원인 물은 최대한 재사용하되 배출 전에 정화를 추진하고, 친환경 건물은 지열이나 태양광 등을 이용해 냉난방 및 필요전력을 충당토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는 EV 인센티브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고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투자비용에 부담을 가진 사업자들의 이익을 세금으로 보전하되 공공의 적(?)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 추가 필요비용을 이른바 '환경보상' 개념으로 맞바꾼 셈이다. 이에 따라 학교 등의 공공시설도 리모델링 및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따른효율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물론 노르웨이 정부도 EV 확산에 고민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고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어서다. 당초 8만 대까지 보급하면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으나아직 EV의 소비자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아 보조금 중단이구매욕을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오슬로시청 내 스투빅 EV담당은 "오는 2018년 보조금 중단을 계획했지만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큰 만큼 보조금을 계속지급할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V 보급으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충분하다"며 "내연기관차를 모두 EV로 바꾸려면 2018년 이후에도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노르웨이는 자연을 이용한 발전, 여기서 얻어진 전력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EV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퓨처 빌트 프로젝트에 참여중인 엘린 하우센 환경매니저는 "바닷물을 냉난방에 이용하고, 이 때 필요한 전력은 모두 수력으로 충당한다"며 "필요전력 생산에 한국처럼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자체가 행운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도 EV 보급을 늘리려면 필요전력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친환경이 돼야 한다고 조언한 셈이다.석탄과 원자력에 대한의존도가 높은 지금의 국내 에너지 공급구조를 감안할 때노르웨이와 같은 EV 보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오슬로를 포함한 노르웨이의 EV 확대전략은 그레서 한국에겐 여전히 부러움일 뿐이다.오슬로=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르포]영국의 저탄소차 박람회를 아시나요?▶ [르포]쌍용차 평택공장, "티볼리가 분위기 메이커죠"▶ [르포]더 랠리스트 윈터캠프, "레이서는 아무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