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 북적대는 마포구 서교동에 아는 이들만 찾아간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 줄서서 기다리는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단골들의 전화 예약으로 풀 타임을 기록하는 날이 잦은 곳이다. 특히 셰프가 알아서 내주는 특선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데다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레스토랑 '포코펠리체'를 책임지는 천종환 셰프는 와인이 좋아 요리를 배우게 됐다. 와인에 맞는 요리를 내고 싶다는 희망에서다. 그래서 그의 레스토랑엔 일반 음식점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와인이 비치돼있다. 천 셰프는 "새로운 와인을 시음하고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게 즐거워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접하게 됐다"며 "처음엔 90여종의 와인을 준비했는데 지금은 10~20종으로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사실 천 셰프는 소믈리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요리에 와인을 접목하는 것에서 벗어나 와인에 요리를 맞추고 싶어 직접 요리 세계에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대부분 요리에 와인을 맞추지만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어울리는 요리를 찾다가 요리 세계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며 "오히려 와인 애호가들이 이런 맞춤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는 와인을 탐구하는 것 만큼이나 자동차에 대한 호기심도 상당하다. 항상 새로운 걸 연구하고 파헤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럼 점에서 와인과 자동차에 공통점이 많단다. 천 셰프는 "와인과 자동차는 어쩐지 함께 즐기기 어려울 것 같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며 "와인도 주재료인 포도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토양의 상태가 어떤지, 양조장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자동차도 제조사의 역사와 기술력, 추구하는 가치 등에 따라 브랜드와 차종에 특성이 나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가 분석한 두 시장의 유행 패턴도 비슷하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와 SUV가 인기를 끄는것처럼 와인도 주류에서 벗어나 스페인 등 알려져있지 않던 제품이 유행이다. 천 셰프는 "소비자들이 항상 맛보고 경험했던 것에서 탈피해 새롭고 실용적인 제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며 "자동차는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와인은 프랑스에서 그 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와인을 시음하는 것처럼 차를 따져보고 각 와인의 분위기와 맞는 차를 매칭하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란다. 마치 와인에 맞춰 요리를 내는 것과 같은 재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1865와 같이 보편적인 와인을 마시면 현대차 쏘나타가 떠오른다"며 "둘 다 대중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고 많은 사랑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 셰프는 앞으로 와인과 자동차에 관한 칼럼을 써 나갈 계획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흥미롭게 와인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각 와인이 지닌 맛과 특성, 분위기를 자동차와 연관지어 풀어볼 예정"이라며 "와인과 자동차를 함께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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