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속에서 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제조 외에 과정은 모두 가상 현실에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7일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미래기술연구원 주최로 '실감형 가상현실(VR) 기반의 컨텐츠 개발을 위한 구현기술 및 적용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성준 상무는 'VR을 위한 3D 기술동향과 솔루션 적용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다쏘시스템은 3D 기반의 경험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는 글로벌 업체로, 다수의 자동차와 항공 업체에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
이 자리에서 조 상무는 3D 경험을 크게 네 가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과 설계, 가상 시뮬레이션, 마케팅 등이다.
우선 디자인 부문에선 구상에서 실시간 렌더링 구현까지 가능하다. 태블릿 상에 2차원적인 평면 스케치를 하면 이를 입체감 있는 3차원으로 변환한다. 3차원으로 그려진 제품은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단면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불륨감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3D 프린터로 뽑아내면 색상이나 소재의 느낌이 시제품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원 디자인의 색상이나 재질을 변경하면 실시간으로 렌더링을 제작할 수 있어 새로운 대안을 내기도 훨씬 용이하다. 여기에 기술적인 요구도 즉각 반영할 수 있다. 제품의 그립감이라든가 효율성 등 기능을 위한 디자인을 추가해야 할 때 3차원의 디자인만 수정하면 된다. 실제 유명 자동차 디자인센터인 피닌파리나는 2013 제네바모터쇼에 '페라리 세르지오 컨셉트'를 출품할 때 3D 경험을 적용했다.
설계 부문에서 3D 경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협업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데이터를 보면서 웹상에서 작업을 공유하고, 설계 변수를 주고 받으면서 새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3차원 설계는 기본이고 고급 곡면 기술도 구현 가능하다. 또 수십만 3D 파츠를 조립할 수 있고, 실제로는 변형이 어려운 플라스틱 소재 등도 쉽게 비쥬얼라이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바로 3D 설계와 연계된 도면을 뽑거나 프로젝트 진행 일정을 확인하는 등 모든 면을 공유할 수 있어 공동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자동차나 항공 업계에선 3D 설계가 당연시되는 추세다. 이미해당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테슬라는다쏘시스템과의 인터뷰에서 "생산부 의견을 디자인부터 적용할 수 있어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팀원의 창의력과 생산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며 "보안도 철저히 유지돼 다른 부서와도 맘놓고 정보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정이나 도구를 바꾸는 비용이 적게 들어 훨씬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가상 시뮬레이션은 현실 공간에서 진행해야 할 시험이나 연구를 대체한다. 예를 들면 빙판길에서 미끄러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도로를 얼리는 게 아니라 가상 현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상에 마련된 빙판길에 힘과 가속도 등 다양한 물리 모델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실제 제조사가 안전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여러번 빙판길을 달리다 보면 보다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안전하면서도 비용적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러한 가상 시뮬레이션은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도시 계획 전반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 활용 분야는 마케팅이다. 아파트 분양을 위해 마련된 모델하우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최근의 모델하우스는 도면을 모니터에 띄우고 인테리어를 입혀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독일, 중국 등에 위치한 아우디 전시장에선 신차의 실물을 전시하지 않고 가상 모니터를 통해 차를 소개한다. 원하는 차종에 마음에 드는 휠과 색상 등을 입혀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조 상무는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가 공정에 가상 현실과 3D 경험을 도입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고 협업 체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 테스트와 같은 시뮬레이션 부문에선 결과값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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