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강예원의 열연이 빛난 ‘날, 보러와요’, 남 일이 아니다

입력 2016-04-04 19:02
수정 2016-04-06 15:34
[bnt뉴스 이린 기자] 세상에는 믿고 싶지 않은 사건들도 믿기지 않는 사건들도 수두룩하다. 영화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도 그 중 하나다. 믿고 싶지도 믿기지도 않지만 믿어야만 하는 이야기다.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만으로도 당사자의 의견 없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 유산을 위해 전처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낸 사례도, 별거 중 이혼요구에 남편을 강제로 입원시킨 아내도 모두 일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대낮 도심 한복판 강수아(강예원)은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강제이송, 감금된다. 온몸이 결박된 채 어둡고 찝찝한 정신병원에 끌려온 강수아는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옷이 벗겨지고 씻겨 지고 무자비하게 폭행당한다. 어두운 골방 안에서 누구하나 의지할 이 없이 일정한 시간이 되면 줄을 서서 강제로 약물을 투여당하고 미치지 않았다며 살려달라는 외침은 그저 메아리처럼 돌아온다.그리고 일 년 후, 조작 방송으로 정직을 당한 시사프로 ‘추적24시’ 스타 PD 나남수(이상윤)의 앞으로 강수아라는 이름이 적힌 낡은 수첩 하나가 배달된다. 재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납량특집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된 나남수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기록된 작은 수첩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실을 파헤치려 강수아를 찾는다. 하지만 강수아는 현재 경찰서장이자 그의 아버지 강병주를 총살한 죄목으로 수감돼 있는 상태. 나남수는 감호소에서 겨우 강수아를 만나 그날의 이야기들을 캐묻는다. 영화는 사건을 추적하는 나남수의 다그침과 정신병원의 갇혔던 강수아의 회상에 무게를 두고 그때의 일들을 하나씩 교차시키며 그의 기억을 되짚는 구성 방식을 택했다. ‘날, 보러와요’는 강예원으로 시작하고 강예원으로 끝난다. 첫 스릴러 도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강예원은 강수아 그 자체다. 정신병원에 갇히면서부터 그 끔찍한 곳에서 겪는 모든 일들을 극한의 심리로 그려낸 강예원은 눈빛, 표정 하나하나 강수아의 지옥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더불어 이상윤의 강렬한 변신도 볼거리 중 하나다. 평소 바르고 훈훈한 이미지의 엄친아 배우 이상윤은 ‘날, 보러와요’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냉철함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이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 가는 강예원과 이상윤과 더불어 최진호의 악역 연기도 일품이다. 사립 정신병원 강원장 역은 최진호는 특유의 중저음으로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악의 축으로 활약한다. ‘날, 보러와요’의 이철하 감독은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당시 “아직도 사회 약자들을 이용해서 가두고,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나쁜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게 영화 소재로서 충격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강수아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약자를 대변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당위성을 마련해 영화적인 캐릭터로서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철하 감독은 ‘날 보러 와 달라’는 강수아의 애타는 마음과 ‘널 보러 가겠다’는 나남수의 끈기를 영화에 적절히 녹여냈다. 이 작품을 통해 전해지길 바라는 말도 안 되는 진짜 이야기에 대중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7일 개봉 예정. 러닝타임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출처: 영화 ‘날, 보러와요’ 메인 포스터, 스틸컷)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