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계속해서 배움이 생기고, 그걸 극복해가는 과정이 좋아요. 제가 60세까지 연기를 한다면 그 때 까지도 이러한 과정이 이어질 것 같아요.”최근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 이재진) 종영 후 강찬빈 역을 맡아 활약한 윤현민과 bnt뉴스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윤현민은 빽빽한 스케줄 속 계속해서 이어지는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 없이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했다.대본을 통해 강찬빈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윤현민은 캐릭터와 작품의 매력이 느껴졌다고. 그는 “어른들의 스토리와 아역부터 2세들의 스토리가 좋았다. 이 부분이 풋풋하고 신선하게 그려지면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멜로가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역 백진희 씨와도 현장에서 서로 준비해온 것들을 리허설하면서 만들며 으쌰으쌰해서 촬영했다. 그때 당시 찬빈의 모습이 가장 찬빈스럽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빠른 스토리전개가 이 드라마의 장점이었지만 배우로서는 연기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어요. 찬빈이가 어떨 땐 아버지 편에 섰고, 또 어떨 때는 어머니 편에 서는 데 빠른 전개 속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아버지 강만후(손창민), 어머니 신득예(전인화), 사월(백진희)이 그 가운데서 찬빈이라는 인물이 어느 쪽으로 붙든 간에 애매한 포지션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손창민, 전인화 선배님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든든했어요.”
특히 극 후반부 아버지 만후의 악행보다 신득예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는 찬빈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원성 아닌 원성을 사기도 했다. 윤현민 또한 “그 부분들을 찾기 위해 많은 상상들을 했다. 아버지가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찬빈이는 왜 아버지 편에 섰을까 고민했었다. 제 생각에 결국은 핏줄이었고 찬빈이 본인마저 아버지 편에 서지 않으면 더 큰 죄를 저지를 것 같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또, 다른 악행보다 천비궁에 쓸 소나무를 불 지른 부분에서야 아버지에게서 돌아선 것은 극이 끝날 시기였고, 여기서 스톱시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자신이 고민한 지점과 찬빈의 마음을 이해하려 상상한 부분을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많은 이해가 필요했을 남자 주인공 강찬빈과 더불어 그의 상대역 금사월은 주연 커플임에도 불구, 그 어떤 악역보다 불만의 소리를 많이 듣기도 했다. 극중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친구 같은 모습부터 복수 후 차가운 관계, 또 위장 결혼을 하는 등 다사다난한 러브스토리를 그려갔고, 마지막엔 의붓 남매라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이에 주인공 커플의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느냐 묻자 윤현민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기도.“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중간에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 있었을 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었어요. 그렇게 되면 앞으로 이 두 사람의 멜로는 아무도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거였거든요. 그때가 연기하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어요. 찬빈으로서가 아닌 배우로서 잃고 싶지 않았던 지점이에요. 다시 사월이를 만났는데 이별을 통보해버리면 멜로가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찬빈이를 이해는 하지만 인정은 하기 싫었어요. 어쨌든 젊은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윤현민의 바람대로 두 사람의 멜로가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내 딸 금사월’은 그에게 데뷔 5년 만에 신인상을 안겨주고, 첫 남자주인공으로서 시청률과 화제를 몰고 다닌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무리하게 해준 작품. 그에게 ‘내 딸 금사월’은 어떤 작품인가 묻자 “사람으로서 성장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답했다.“정말 확실한 건 사람으로서 성장한 계기가 된 작품이라는 거예요. 사람으로 성장하는 부분은 돈을 주고도 배우지 못하는 거잖아요. 작품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했어요. 그 가운데서 힘내자고 다독이기도 했었죠. 이 과정 속에서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진 작품이 된 건 확실한 것 같아요. 또 다음 작품에 이를 갈게끔 만들어준 작품이라서 감사한 마음이 있어요.”이를 갈고 나오겠다는 그의 차기작에 절로 기대감이 드는 이유는 이제 그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이 낯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력을 벗고, 조금씩 낯익은 배우로서 우리의 곁에 다가왔다.“제 성향과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야구를 조금 더 일찍 그만 둘 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쉽지 않은 길인데 계속 이렇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경험을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 제 스타일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보면 ‘뭔가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할 때쯤 해결해야 할 수십 가지의 문제점들이 나타나요. 그럼 또 이걸 언제 다 풀어 하지만 수백 가지의 문제점들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도 해요. 또 다 이뤘나 했는데 몇 백가지의 문제가 생기죠. 이렇게 계속해서 배움이 생기는 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좋아요. 제가 60세까지 연기를 한다면 그 때 까지도 이러한 과정이 이어질 것 같아요.(웃음)” 10년 넘게 한 야구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에 들어서기까지 상상 이상의 큰 결심이 뒤 따랐을 터. “‘연기만큼은 평생 해야지’라는 생각 때문에 조급함이 없었다”던 윤현민은 2년 동안 쉼 없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또 일에 흥미를 잃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지금의 현실에 마냥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차근차근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윤현민이 꿈꾸는 앞으로의 이상향은 무엇일까.“처음 공연을 시작하고 연기를 할 때 제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라는 생각뿐이었어요. 너무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답이 안 나올 때, 제가 내린 정답은 ‘서른 살이 되자’였어요. ‘서른 살이 되면 남자 냄새가 나오겠지’ ‘세월이 흘렀으니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하면서 빨리 서른이 되길 기대했죠.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되고나니까 다 똑같더라고요.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도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하지 고민하고 있어요.”“2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한 작품, 한 작품 저에게 영감을 준 작품들이 있어요. 그렇게 작품들을 하면서 제 30대를 채워간다면, 40대가 됐을 때는 카메라를 쳐다만 봐도 사연이 보이고 농익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진짜 남자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또 40대가 됐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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