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쉽지만은 않았어요.”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개봉을 앞두고 bnt뉴스와 만난 전도연은 “제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부담스런 작품이었다. 제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로 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의외의 시작이었다. “10년 전 처음 제안을 받고 계속적으로 거절을 했는데도 제게 잘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었어요. 그러다가 이윤기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얘기를 들었죠. 그때 느꼈어요. ‘아 이 작품은 제가 피해갈 수 없는 작품이구나’ 하면서 질긴 인연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오랜 시간 거절했던 작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 출연에 결정적 배경에는 이윤기 감독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있었다. 영화 ‘멋진 하루’(2008) 이후 이윤기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전도연은 “이토록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이윤기 감독의 건조함을 만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너무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주위에서 감독님과 얼마나 호흡이 좋았길래 또 함께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 감독님과의 호흡이나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기보다는 감독님의 완성본을 보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믿음도 있고요. 이번 영화에서도 완성본을 보고 나서 ‘아 내가 이윤기 감독님의 이런 감정과 정서를 좋아했지’ 하면서 새삼 느꼈어요.”“제게는 정통 멜로라는 장르를 이윤기 감독님과 하게 돼서 의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사실 신파적이고 뻔한, 그저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감독님이니까 다른 색깔의 멜로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남과 여’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공유에 대한 재발견의 시간이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 식구로서 공유와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은 전도연은 “항상 애로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서 제게는 그러한 이미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솔직히 공유 씨가 ‘남과 여’를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의아했어요. 이 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출연하는 걸까 궁금했죠. 더불어 제가 느낌 적으로 영감을 주지 못할까봐 걱정도 했어요. 그건 공유 씨도 마찬가지였고요. 흉내만으로는 감정 전달에 한계가 있잖아요. 공유라는 친구가 노력을 한 것인지, 그게 본연의 감정일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은 감정이 잘 나온 것 같아요.” “핀란드에 한 달 반 가 있으면서 공유 씨의 본 모습을 보게 됐던 것 같아요. 자상하고 따듯하고 남자다운 공유 씨요. 동생이지만 의지가 됐어요. 제가 감정적으로 파르르 흔들릴 때면 그 중심을 잡아준 건 공유 씨였죠. 제가 공유라는 친구를 예전보다는 확실히 이번 ‘남과 여’를 통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 촬영은 전도연에게 여러 가지로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핀란드 현지 촬영은 빡빡한 일정도 어려웠지만 눈이 내리지 않은 의외의 변수를 만나 고생했다고. 그는 “핀란드 가기 전에는 영하 20도에 눈도 허벅지까지 온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눈도 없었고 따뜻했다. 마침 그 당시 강원도에 내린 폭설 사진을 봤다. 우리가 여기(핀란드) 있을 게 아니더라”고 회상하며 웃었다. 또 사랑, 그 감정에 오롯이 집중된 영화는 제 아무리 ‘멜로 퀸’ ‘눈물의 여왕’ 전도연이라 할지라도 어려움이 따랐다. 더군다나 영화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상황. 그는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작품 속 상민(전도연)의 감정에 집중하기 힘썼다. “명확하게 어떤 감정을 갖고 연기하지 않았어요. 그러기에는 설명이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핀란드에서 상민과 기홍(공유)의 끌림은 힘든 현실에서의 도피, 그렇게 시작된 둘만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떠한 아픔이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면서 서로를 느낀다기보다 각자 처한 상황을 외면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두 사람만의 사랑, 그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상민의 마음은 달라졌죠. 우선 반가웠겠지만 기홍을 향한 감정을 부인했어요. 기홍 때문에 자기의 틀이 망가지는 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랬다가 점점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기홍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영화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다. 이래서 저렇고, 저래서 이렇다는 식의 설명이 없기에 ‘남과 여’는 인물들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배우로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두 사람의 사랑을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아마도 그 설명은 영화 속 공유와 전도연의 베드신이 대신해주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 전도연은 “베드신은 반드시 필요한 장면인 것 같다. 어른들의 사랑에 있어서 육체적 관계는 어린 친구들과의 관계와는 또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장면은 상민과 기홍이 위로받는 순간인 것 같아요. 서로의 살 냄새를 느끼고 서로의 품을 파고드는 모습에서 절실함이 보여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육체적 관계를 통해서 분명히 두 남녀의 감정이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베드신 촬영이 쉽지는 않았어요. 감정적으로 너무 중요한 장면이잖아요. 그리움이나 위로를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공유 씨와 저의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공유 씨나 감독님 등 현장 스태프 모두가 함께 그림을 그려가면서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전도연은 영화 엔딩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상민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자아를 찾은 셈이다. 늘 집착하고 현실적으로 부정했던 것들을 내려놓고 인정하면서 상민은 자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엔딩이 어려웠어요. 너무 막연했거든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 상민이 핀란드까지 기홍을 찾아가는 것도 또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상민이라는 여자가 앞으로 어떤 삶을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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