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아해줘’ 최지우, 오래 보아도 사랑스럽다

입력 2016-02-16 09:11
수정 2016-02-17 20:28
[bnt뉴스 이린 기자] 탈탈 털어 봐도 도도함과 까칠함만 나올 것 같은 지우히메가 어느 샌가 옆집 언니처럼 익숙하다.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를 통해 털털함으로 우리에게 한 발 다가온 배우 최지우가 이번에는 사랑스러운 푼수미까지 장착했다. 거기에여유로움은 덤이었다.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현진)의 주역 최지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좋아해줘’는 악명 높은 스타 작가와 안하무인 한류스타, 되는 일 없는 노처녀와 사랑 잃은 오지랖 셰프, 그리고 청각을 잃은 천재 작곡가와 밀당의 고수 초짜 PD의 사랑법을 다뤘다. 최지우는 극중 겉으로는 야무져 보이지만 뭐 하나 되는 일 없는 어리바리한 노처녀 스튜어디스 역을 맡았다. 깜짝 놀랄 정도의 변신에도 예능을 통해 익히 드러났던 몸에 밴 사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전 몇 개월을 쉬다가 새 작품을 들어가면 캐릭터화 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거든요. 하지만 예능과 드라마에서 밝은 에너지를 받은 게 ‘좋아해줘’를 잡아 가기까지 조금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감독님께서 여섯 명의 배우들 중 싱크로율이 제일 높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랜만에 하는 영화여서 그런지 조금 더 마음의 부담보다는 즐길 수 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란 역을 내가 한다면 재밌게 촬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최지우가 확 달라졌다. 영화 ‘여배우들’(2009)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좋아해줘’에서 숨겨 놨던 코믹 본능을 깨웠다. 거침없이 망가지고 통쾌하게 질렀다. 특히 상사에게 잘 보이려 되도 않는 막춤을 추다 탬버린이 머리에 껴 반짝거리는 불빛과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응급실에 가는 장면은 절로 웃음을 일으킨다.“탬버린 신을 대본에서 보고 너무 재밌었는데 직접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실제로도 몸치거든요.(웃음) 재밌는 신이었지만 함주란(최지우)은 조금 더 처절해야 했어요. 그래서 따로 준비를 하고 가진 않았어요. 춤들을 순간순간 생각해 내면서 음악 없이 췄어요.”최지우는 극중 코믹 본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상대 배우 김주혁(정성찬 역)을 꼽았다. 극중 최지우와 김주혁은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기막힌 인연으로 반 동거를 시작하는 사이다. 사석에서도 만난 적 없는 초면이었지만 김주혁은 최지우에게 특유의 재치와 함께 편안함을 주며 환상의 코믹 케미를 이끌어내는데 한 몫 했다.“서로 처음 본 사이었어요. 하지만 ‘싱글즈’(2003)나 ‘홍반장’(2004) 등 (김)주혁 오빠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었어요. 로코계의 손꼽히는 최강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혁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배우면서 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이 강했어요. 주변에서도 배려심이 좋은 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은근히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하고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주혁 오빠는 이상할정도로 불편함이 없었어요. 극중 성찬이 그대로 편했어요.”“주혁이 오빠와 같이 사는 동거신이 대부분이잖아요.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어떤 게 실제 대사였고 애드리브였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어요. 서로 캐릭터에 빠져서 ‘저 대사는 뭐지’라는 생각이 없었어요. 이끌어주고 맞춰주니까 분위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호흡이 처음부터 너무 좋아서 끝까지 밸런스가 맞은 거죠.” 극중 주란은 성찬(김주혁)에게 시시콜콜 연애 조언을 받고 허당기를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면 사이다를 한 사발 마신 듯 똑 부러지게 대변한다. 할 말은 하는 주란의 모습처럼 최지우 역시 또박 또박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전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자신을 가까고 꾸밀 줄 아는 모습까지 그는 또 다른 모습을 품고 있는 주란과 많이 닮아 있었다.“지금 최지우는 20살 때 최지우를 당연히 못 이겨요. 지금 예뻐졌다고 말씀해 주시는 건 연륜과 함께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여유가 얼굴이나 행동, 마음가짐에서 풍겨서겠죠. 그냥 자연스럽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다면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는 불안했었지만 지금의 제가 있는 것처럼 지금처럼 즐겁게 보내다보면 제가 원하는 모습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좋아해줘’는 웃음 바이러스를 펼치는 김주혁과 최지우와 함께 배우 이미연(조경아 역), 유아인(노진우 역), 강하늘(이수호 역), 이솜(장나연 역) 등이 출연하며 역대급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어벤져스 군단의 사랑법은 죽어있는 연애 세포까지 일일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어느 한 구멍도 허용치 않으며 촘촘하게 짜 맞춰 졌다. 그리고 최지우에게 ‘좋아해줘’는 행복했던 기억의 한 조각이 됐다.“처음부터 물망에 오른 1순위의 이름들이 모두 캐스팅됐어요. 좋은 배우들이 더 붙으면 든든하잖아요.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책임감을 나눠가져서 편한 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심적 부담이 덜하니까요. 굉장히 어렵고 흔치 않았던 이 조합이 또 가능할까 생각 들어요.”“‘좋아해줘’는 또 하나의 저예요. 정말 재밌게 촬영했고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는 한 계단을 밟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다른 모습들도 궁금하고 기대돼요. 못해본 역할이 더 많을 테니까요. ‘좋아해줘’처럼 제 새로운 모습은 저도 모르는 게 나오는 것 같아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 곧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