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즈인더트랩’ 김고은, 그의 즐거움 누가 막으랴

입력 2016-02-15 10:41
[bnt뉴스 김희경 기자] 김고은이라는 배우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외유내강’이 아닐까. 작은 입에서 가끔씩 툭 툭 튀어나오는 이야기들은 쉬이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억지로 꾸미지도 않는 말들에는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필자는 김고은의 미소와 말 한 마디도 허투루 흘리지 못했다.최근 bnt뉴스와의 인터뷰를 가진 김고은은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고선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이제는 배우의 소명을 다하고 시청자의 입장으로 돌아간 김고은. 평소에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다시 봐도 너무 재밌다”며 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치인트’은 현재 평균 시청률 6, 7% 정도를 유지하며 9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반 대중들이 우려하던 시각에 비하면 상당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동명의 웹툰이 워낙 인기가 많았던 만큼 웹툰을 보던 대중들은 일명 ‘치어머니’가 돼 캐스팅 논란부터 시작해 드라마 대다수의 부분에 힐난을 일삼았다. 하지만 김고은은 초반부터 이 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캐스팅이 되기 전 제안만 받았을 당시 기사가 빨리 났을 때부터 난리가 났더라고요. 댓글을 살짝 봤는데 다 세더라고요.(웃음) 그걸 보고 저는 그냥 웃으면서 ‘무섭네요’라고 했던 거 같아요. 워낙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사실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던 거라고 생각해서 결정하고 나서도 큰 생각 없이 재밌게 찍은 것 같아요.” 반 사전 제작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하는 김고은에게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통해 드라마 암면(暗面)의 이야기에 대해 많이 들었음을 밝히며 “반 사전이 딱 좋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영화와 다르게 드라마의 장점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로 얻고 그 반응에 피드백을 준다는 점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생방송으로 접어들면 쪽대본은 기본이고 샵에 갈 시간도 없어서 바로 집에 들어가서 분장도 못 지우고 나올 때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진행되면 배우는 물론이고 촬영을 하는 기술자분들의 입장에서도 ‘조금만 시간을 더 준다면 더 나은 화면과 연기가 나올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사전은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시간이 있고 여유롭게 대본이 있으니까 배우들은 감정선을 명확하게 가져갈 수 있죠.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만족감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다 찍어버리면 나중에 수정할 수 없으니까 드라마의 장점을 가지고 가려면 반사전이 가장 최우선이라는 결론이 들었어요.”극중 김고은이 연기한 홍설은 현재를 살아하는 평범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홍설의 주변으로 극단적이지만 현실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현실감과 몰입도를 극대화 시킨다. 김고은 또한 “찍으면서 공감이 많이 됐다”며 드라마 속 캐릭터들에 대해 언급했다.“사실 연기를 하면서도 ‘저런 사람들 정말 있어’라고 생각된 부분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이다영(김혜지) 같은 여자들도 많잖아요.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실제로 여우같은 성격 좋아하지 않아서 촬영하면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장난으로 ‘저랑 다영이 싸우는 장면 좀 넣어달라’고 할 정도였죠.(웃음)”“하지만 이게 ‘치인트’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유정(박해진)도 이해가 잘 되는 캐릭터 중 하나였죠. 드라마상에서 극단적으로 이면을 보여주는 느낌이긴 하지만 사실 유정 같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도 유정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려고 하잖아요. 깊게 친해지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속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죠.” 근래 한국 드라마는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로맨스나 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이는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했다. 허나 현실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가미된 ‘치인트’는 대학생들이 뼈저리게 공감될 비참한 현실이나 인간관계의 섬뜩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냄에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 이 기묘한 현상에 대해 김고은은 작은 비유를 들며 조금씩 해답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작품이라는 건 하나의 창조물이죠. 각자 창조된 것들인데 맥락이 모두 비슷하면 그건 골라보는 재미가 없을 거예요. 그림에도 이런 저런 색채 기법이 있는 것처럼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드라마는 무조건 이래야 한다’는 기준도 없길 바래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나오는 게 결국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도 다양하지 않을까요?”“‘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이렇게 현실적인 드라마는 처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허구적인 희망이 드라마적 요소로 들어가 있잖아요. 현실에선 장그래처럼 살기만 하지, 좋은 상사는 없으니까요. 그 요소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힘이 생겼고, 그게 바로 드라마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김고은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필자에게 몇 가지 질문으로 역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딱히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보다는 순수하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고 부담이 없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꾸밈없이 내뱉는 질문들에는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김고은은 종종 자신의 말에 걱정하는 내색을 내비쳤다. “사회생활은 너무 어렵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본연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김고은의 모습에서는 얼핏 홍설의 모습이 비치기도 했다.“사실 ‘은교’를 찍으며 정지우 감독님에게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았어요. 제게 항상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노력하셨죠. 그래서 작품을 할 때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하고 말을 많이 하는 게 좋다는 걸 배우게 됐죠. 첫 배움이니까 그걸 또 지금까지 갖고 가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자기보다 어린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세요. 그리고 그런 생각은 제 스스로도 받아들이지 못하죠. 저는 존중이 깔려있지 않으면 그 관계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웃음) 지금 생각하면 정지우 감독님에게 정말 잘 배웠다고 생각해요.” 김고은은 자신의 똑바른 성격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었다. 21살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확고히 잡았던 그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똑같이 중심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바쁜 걸음을 옮기는 그에게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화법은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한 길만 바라본 그의 성격과 비슷했고, 애매한 대답보다 확실한 대답을 선호하는 모습에도 그만의 생각이 확고함을 나타냈다. 그렇기에 김고은이 말하는 최선과 노력에서는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현재까지의 김고은은 도전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전도연, 김혜수 선배님들처럼 그 사람만으로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위치만큼의 깊이는 없어요. 단지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정도죠. 선배님들처럼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노력하는 거고요.” (사진제공: 장인엔터테인먼트)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