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답하라 1988’ 성노을 아닌 배우 최성원으로

입력 2016-02-01 08:00
[bnt뉴스 이승현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제가 인기가 많아진 것 보단 워낙 훌륭하고 좋은 작품에 한 번 살포시 수저 얹은 게 아닌 가 싶어요(웃음).”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에 출연한 최성원은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노을의 모습을 벗어나 최성원이라는 사람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지난해 여름 뜨겁던 순간부터 한겨울에 들어설 때까지 반 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과의 이별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최성원은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많이 울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시간을 회상했다.“인사를 나누다 성동일 선배님을 끌어안는데 눈물이 터졌어요. 5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7개월 정도 촬영했네요. 뭔가 끝났다, 진짜 끝난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많이 아쉬웠죠. 이 세트장에 다시는 못 오는구나 싶더라고요. 이렇게 작품을 길게 하는 건 처음이라 아쉽고 섭섭했어요. 더 잘할 걸 싶은 부분도 있었죠.”빠듯한 촬영 스케줄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힘들었다던 그는 인기 실감은 잘 모르겠다며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인터뷰 오는 길에 차를 조금 멀리 대고 걸어왔는데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웃음) 작품이 잘 된 거지 제가 뛰어나게 뭔가를 잘 해서 인기를 얻었단 생각은 안 들어요. 분명 2, 3개월 지나면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더 많겠죠. 지금은 ‘응팔’에 잠깐 편승한 것 같아요.” 20화 중 16화 내내 고등학생 역을 맡아 덥수룩한 머리스타일을 선보였던 최성원. 아무래도 갑작스레 변화했던 머리스타일과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묻는 말에 “나름 압구정 샵에서 두 시간 반 동안 디자이너 실장님이 고생해서 만든 머리예요. 머리 스타일, 사소한 액세서리 같은 것 모두 신 감독님이 직접 진두지휘 하셨죠. 작은 것 하나까지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감독님이 그랬어요. 배우는 살찌고 스태프는 마르고 감독은 죽어난다고(웃음).”신 감독에 대해 “센스가 남다르시다”고 말하는 최성원의 눈빛엔 그에 대한 신뢰감이 묻어났다. 그는 “평소에도 재치 있는 분이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코드도 잘 알고 연기도 잘 한다”며 웃어보였다. 실제 신 감독은 촬영 전 리허설 때 말투나 톤을 직접 시연할 정도로 직접 구상한 캐릭터들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고.“리딩할 때도 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재주와 특기를 캐치하시고 그 부분을 살려주세요. ‘응팔’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뮤지컬 활동 경력이 있고 다 같이 노래방 갔을 때 신나게 부르니까 감독님이 그 부분을 캐치하신거죠. 윗옷 벗는 장면도 그랬어요. 어떤 스태프가 우연히 제 배를 만져보고는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감독님이 복근 한 번 보자고 하셔서 보여드렸더니 이 쓸 데 없는 걸 어디다 쓰냐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노을이라는 캐릭터가 복근을 갖고 있다는 게 안 어울리잖아요. 조명감독님이 그래도 한 번 벗기자고 하셨고 시간이 흐른 뒤에 간단하게 나오게 됐죠. 그렇게까지 바라신 거 같진 않아요(웃음).”‘응답하라’ 시리즈는 ‘논스톱’ ‘하이킥’ 시리즈를 잇는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성원은 “오디션이 아니라 그냥 미팅 같은 개념이었다”며 처음 오디션을 보던 때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당시 최성원은 다른 오디션에서 연거푸 떨어진 상태라 주눅 들고 기가 죽어 있던 상태. ‘응팔’ 역시 안 될 거라 생각해 오디션에 참석하기 조차 싫었다고 입을 열었다.“감독님 보시기에 그런 의지 없는 모습에서 노을이가 보였던 거 같아요. 더군다나 제 눈이랑 눈썹이 좀 쳐진 편이잖아요(웃음). 감독님이 원래 느린 편이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예전부터 어머니께 꼬물딱거리지 말라고 혼난 적이 많아요. 근데 사람이 느린 면도 있고 빠른 면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좀 느린 날인 것 같습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떤 대사를 고등학생처럼 읽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내가 왜 고등학생처럼 읽나 생각이 들었지만 최대한 그렇게 하고 넘어갔어요. 그리고 그 다음 번 미팅 때 노을이 대본을 보여주셨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있는 건데 졸려 보이셨나 봐요. 눈만 봐도 웃으시던데요(웃음) 그래 같이 하자, 하시며 합류하게 됐죠.”극중 최성원이 맡은 성노을은 성보라(류혜영), 성덕선(혜리), 성동일(성동일), 이일화(이일화)라는 꽤나 기가 센 가족들 사이 유일하게 의기소침한 캐릭터. 강한 캐릭터들이 즐비했음에도 최성원은 자신만의 캐릭터로 성노을의 은은한 존재감을 살려냈다.“노을이는 완충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라고 보시면 되요. 처음엔 밋밋할 것 같아 애드리브를 해볼까 했죠. 그렇지만 100프로 제 성격이 아니다보니 까불거리게 될 것 같아서 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노을이는 조용하고 불쌍하고 동정심이 생기지만 쉬어갈 수 있는 캐릭터로 유지됐죠. 분란이나 논쟁을 완충시킬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최성원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쌓았던 뮤지컬 배우. 그를 무대에서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많을 터. 그는 “올 해 한 편은 꼭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무대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무대를 떠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아무도 찾지 않더라고요(웃음). 엄밀히 말하자면 대학로 공연만큼이나 극을 채울 수 있는 배우들도 많아요. 한 해에 졸업하는 연영과 학생들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요. 지금은 조금 더 드라마나 영화에 집중하고 나중에 금의환향하고 싶어요(웃음).”반 년 넘게 성노을로 살아온 최성원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 역시 깊고 남다르다. 성노을을 떠나보내는 지금 그는 “제가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데 노을이를 표현하기에 부족한 배우를 만나 미안하다”며 웃어보였다.“좀 더 임기응변이 뛰어난 배우를 만났다면 노을이란 캐릭터가 더 빛나고 사랑받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저로써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요(웃음). 노을이가 튼튼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노래를 좋아하니 공연하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고 ‘응답하라’ 시리즈가 또 나온다면 다시 만날 날이 올 진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고 싶어요. 노을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참 행복하고 힘들고 괴로웠지만 많이 행복했어요.”“공연을 할 때도 운 게 한 번 밖에 없었어요. ‘응팔’은 정말 제가 갖고 능력치 대비 진짜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많이 아껴주시고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찾아뵙더라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