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흠잡을 데 없다는 말이 과분하지 않다. 깎아 놓은 듯한 타고난 비주얼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력, 더불어 이제는 중후함을 머금은 여유로움까지 느껴진다.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온 배우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로 진한 감성을 그려 냈다.이달 7일 개봉된 ‘나를 잊지 말아요’는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정우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악역 도전에 이어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며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던 정우성이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 다시 한 번 멜로를 택했다. ‘정우성 표 멜로’를 기다렸던 대중들에게는 당연히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정우성의 첫 마디는 의외였다.“‘정우성 표 멜로’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저에게 ‘멜로 깡패’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지금은 그걸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석원이가 멜로에는 적합한 인물로 부합되지만 사랑하기에는 얄미운 사람이잖아요. 석원의 캐릭터가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다가가느냐는 관객들이 평가해 주실 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대중들이 배우 정우성에게 바라는 이미지에 연연해하거나 지키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업을 통해 알고, 관객들이 보이는 관심을 보며 ‘팬들이 원하는 모습들도 지켜주면서 자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나를 잊지 말아요’는 ‘관객에게 보여줘야지’라는 목적성보다는 다른 의미에서의 기획이 시작입니다. 다행히 절묘하게 관객들이 바라는 모습, 캐릭터, 성향의 영화가 된 거죠. 다행스러워요.”
정우성은 극중 주연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손을 뻗으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정우성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스크립터였던 이윤정 감독이 ‘나를 잊지 말아요’의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방황할 당시 그의 손을 잡았다. 앞서 단편영화 데뷔작 ‘킬러 앞에 노인’, ‘세 가지 색-삼생’을 통해서 감독으로서 대중들을 찾은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는 배우이자 제작자로서의 역량을 드러낸 것이다.“선배로서 후배에게 작업의 기회를 갖게 한 것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이윤정 감독이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그린 단편을 먼저 접했어요. 현실적인 사랑의 희로애락을 그린 것이 끌렸죠. 단편의 무드가 독특했기 때문에 장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내린 당연한 결정입니다. 그리고 장편을 하고 싶으면 장편다운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된다고 말해줬어요.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게 되면 단편도 훼손하는 꼴이 되니까요.”“이 시나리오는 전형적이지 않은 스토리텔링과 구성을 따릅니다. 같은 표현이라도 같지 않은 전개가 새롭게 보였어요.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니까요. 그리고 거기에 얼마만큼의 연기와 색깔이 덧 돼 지느냐로 좌우되겠죠. 제작사로서는 배우이기에 더 특별한 제작자의 경험이었어요. 제작자가 현장에 상주하고 자주오는 경우는 드물지만 저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늘 바로 잡아주고 서포트 하고 싶었어요. 배우이다 보니 현장에서 상주하면서 배우로서 느꼈던 현장에서의 막연한 문제점들을 더 확실하게 바로 잡고 싶더라고요. 제작자로서 배우에게 걸림돌이 되는 제작자는 제작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우성은 극중 기억을 찾고 싶은 남자 석원 역을 맡아 10년간의 기억을 지워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차분히 그렸다. 특히 정우성은 기자 간담회 당시 “진영의 영화가 되길 바랐다”며 자신의 역할이 아닌 김하늘이 맡은 진영 역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석원이는 속편했어요. 무의식중에서도 기억을 외면하려는 인물이니까요. 오히려 진영이가 흥미롭지 않나요? 김하늘 씨는 두 가지 연기를 했었어야 했어요. 모든 기억을 갖고 있는 진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석원 앞에서는 모르는 척 연기해야 했죠.”“살에 와 닿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는 게 진영이고 그렇기 때문에 진영의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의 달콤함도 있지만 사랑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예요. 그리고 진영을 통해 석원이의 아픔을 보듬어주려는 용기, 그런 사랑의 대한 용기를 갖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이어 정우성은 김하늘과의 완벽했던 호흡을 언급하기도 했다.“김하늘 씨가 투자 배급사와 확정 전 이 시나리오를 선택해줬고 확정되기까지 뭔가 가시적인 진행이 이뤄질 때였어요.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말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지부진하게 만남을 미뤄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오빠가 먼저 연락해야 되지 않았냐’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고요. 개인적인 성향이겠지만 누구나가 다 자기 직업, 신분에 따라 처세술 안에서 연기하지 않나요? 특히 여배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하늘 씨는 처세술이 없더라고요. 솔직하고 담백함이 있어서 여동생같이 편안했어요.”“연기는 두 말 할 것도 없었죠. 멜로퀸이잖아요. 좋았어요. 표현의 폭이 굉장히 넓은 배우입니다. 오히려 로코를 많이 경험해서 진영이의 연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수위조절을 절묘하게 잘 해낸 것 같아요.”앞서 말했듯 ‘나를 잊지 말아요’는 기존의 전형적인 멜로의 틀을 따르지 않는다. 정우성 역시 섬세한 멜로 감성과 더불어 미스터리한 심리 구조를 따르는 색다른 전개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시도는 정우성이 이 작품을 택한 이유이자 앞으로의 그의 행보의 시작점이 됐다.“‘나를 잊지 말아요’가 후배 이윤정이기 때문에 의리와 우정으로 참여한 건 아니에요. 어느덧 선배가 됐고 지나다니는 후배들이 선배를 대하는 막연함을 봤을 때 먼저 다가가고 싶었어요. 업계인으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기회를 나눠줘야 되는지 고민했습니다. 후배들이 실수하는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앞으로도 배우 이외의 이런 모습들을 계속 가져갈 생각입니다. 감독도 계속 할 생각이고요. 준비를 오래 했기 때문에 이제는 많게 느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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