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방안을 확정했다. 핵심만 추리자면 크게 두 가지다. 보조금을 통해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고, 사용자 이용 편의성을 늘리기 위해 충전기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그간 환경부가 추진해 왔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있다면 신규로 주택을 지을 때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 비치하는 내용이 전부다. 물론 전반적인 방향은 맞다. 하지만 정부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만큼 친환경차 보급은 하이브리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여전히 기름을 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를 늘리는 게 유류 세원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는 82만대로 늘리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5만대만 보급키로 했다. 충전만 편리하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유류 사용량이 하이브리드보다 적은 만큼 PHEV의 갑작스러운 확대가 유류세 감소로 이어져 일단 피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에선 그 동안 PHEV의 성장성을 주목해 왔다.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인 EV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전기로 구동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애써 PHEV를 EV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으로 분류한 듯하다. 오히려 EV 20만대 시대를 앞당겨야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논란은 여전히 재원이다. 업계에선 2020년까지 최대 8조원이 넘게 필요한 친환경차 보조금을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부 자동차항공과 김수희 사무관은 "2016년 보조금 규모는 확정됐지만 이후는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며 "기획재정부도 해당 안을 받아들인 만큼 재원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보조금을 줄인다는 의미다. 더불어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가격도 조정키로 했다. 현재 거의 무료인 전기를 무한 공급할 수 없는 만큼 휘발유 대비 최대 60% 수준의 가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또한 보급 상황을 봐가며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PHEV를 지목하고 있다. 정부가 충전기를 늘릴수록 불편함이 사라지는 데다 평상시엔 기름 넣어 장거리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 차이에 따라 언제든지 내연기관 또는 전기 동력원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매력으로 꼽는다. 예를 들어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전기를 주로 사용하면 되고, 전기료가 오르면 휘발유를 태우면 된다. 그간 획일적이었던 에너지 선택권이 소비자로 옮겨 온다는 점에서 PHEV의 급부상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PHEV 사용자가 늘면 전력회사와 정유회사 간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PHEV는 여전히 부담이다. 게다가 EV를 20만대로 늘리기로 한 만큼 굳이 PHEV의 확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중이다. PHEV의 과도기적 성격 탓이지만'과도기'가 얼마나 될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제 아무리 재원을 쏟아 부어도 EV의 전성기가 언제쯤 도래할지 예측이 쉽지 않아서다. 게다가 한국만의 특수한 고율의 유류세, 소비자 가격에 가려진 완성차 개별소비세 등 손질해야 할 정책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래서 과도기로 표현되지만 어쩌면 장시간 PHEV의 전성기가 펼쳐질지모를 일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시론]전기차의 불편한 진실을 아시나요?▶ [시론]현대차의 프리미엄 선택은 필수였나▶ [시론]폭스바겐 사태, 산업 전쟁의 산물인가▶ [시론]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가 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