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전기차 몰이가 한창이다. 때마침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터지자 마치 전기차가 친환경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선 느낌이다. 전기차의 불편한 진실은 애써 외면한 채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며 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특히 전기차와 밀접한 산업군은 ‘전기차 예찬론’을 하루가 멀다 하고 토로한다. 배터리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 또한 전력 저장 용량이 커져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늘어났다는 점, 그리고 충전기 설치도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을 들어 전기차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떠들썩하다. 하지만 이들이 애써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있다. 바로 세금 문제다. 세제 외에 단언컨대 전기차 사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는 기술적으로 모두 해결된다. 충전기의 확산과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그리고 충전 시간도 기름 넣는 것보다 빨라질 수 있다. 어디서든 전기만 흐른다면 곧바로 충전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시점도 곧 온다. 다시 말하면 기술적인 난제는 모두 해결되고,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마음 놓고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밝은 전망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를 반문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 뒤에는 아무도 들춰보지 않으려는 어두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차 예찬론자들은 밝은 면을 집중 조명하는데 급급할 뿐 어두운 쪽으로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빨리 전기차 시대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타박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어두운 면을 못 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유야 어찌됐든 전기차라고 무조건 에디슨의 전구처럼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이 전기차 시대를 제대로 맞이하려면 매우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철옹성 같은 세제를 개편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관련 세금 구조는 구입 단계(개별소비세, 개별소비세교육세, 부가세)와 등록단계(취득세 및 교육세), 유지단계(자동차세 및 교육세)에서 각각 부과된다. 그리고 유지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료에도 막대한 세금이 더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유지 단계의 유류세금이다. 신차 판매 때 부과되는 세금은 향후 전기차가 일반화된다는 전제 하에 내연기관에 맞춰 부과하면 세수가 유지된다. 하지만 전기차 확대로 기름 사용이 줄어들면 정부의 유류세가 감소한다. 이를 보전하려면 전기차 연료인 전력에 유류세를 보전할 만큼 세금이 더해져야 한다. 최근 환경부가 무상 공급하던 전기에 휘발유 세금 대비 30~60% 가량의 전력세(?)를 넣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바로 세수 문제 때문이다.
갈등은 여기서 촉발된다. 현재 전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저렴한 연료비를 주목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기차 이용의 가장 큰 이유는 내연기관 대비 낮은 연료비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전기차의 에너지 경제성이 충전의 불편함과 주행거리의 짧음을 극복하게 만드는 요소다. 물론 기술적으로 충전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주행거리가 내연기관보다 늘어나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경제성이 떨어져도 유지 보수의 편리성이 내연기관을 압도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때는 줄어드는 유류세를 보전하기 위해 전력세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소비자로선 ‘내연기관 vs 전기차’의 경제성을 두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연료비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때 소비자 선택이 어디로 돌아설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예상처럼 '내연기관 vs 전기차'의 구도가 공정하게 형성되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충전망이 주유소만큼 많아져야 하며, 또한 세수의 변동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충전을 위한 별도 공간의 재산적 분쟁도 해결해야 한다. 실제 최근 서울시가 공공주택 단지 내에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유재산 문제에 가로막혀 좀처럼 진입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아파트 주차장 내 충전기가 설치된 전기차 전용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해당 면적은 주민들의 공공재산이어서 특정 전기차 소유자를 위한 공간을 내주기가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 비용은 입주자가 공동 부담하는데 혜택은 전기차 보유자만 얻게 돼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다.
더불어 세수 문제도 변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세청 2015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자동차를 통해 거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지방세)는 연간 19조3,55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유류세는 정부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세원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기름 값이 가파르게 오를 때 대통령이 유류세율 인하를 언급했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못했을 만큼 정부의 세율 유지 의지는 확고하다. 다시 말해 유류세가 줄지 않는 범위에서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이야 전기차 보급대수가 적어 논란이 없지만 점차 보급이 확대돼 유류세가 줄면 정부는 전력세를 높이게 되고, 이 경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경제성은 떨어지게 된다. 결국 전기차 보급은 유류세를 그대로 유지하는 차원에서 보급 확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부분이 정책적으로 해결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은 예찬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바로 눈 앞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차가 한국에서 제대로 보급되려면 기술적 난제 해결 추진 외에 정책적 판단이 선결돼야 한다. 산업적으로 전기차 혁명을 주도하자고 외쳐봐야 이를 가로막는 세제가 버티는 이상 '전기차 시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환경단체 주최로 전기차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기차 관련 일에 종사한다는 청중 가운데 한 명이 "소비자가 전기차의 장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홍보를 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 구입을 주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여기서 전기차의 장점이란 무엇일까?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연료비'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유류세를 줄여가며 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을까?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답이 나올 것이다. 결코 '아니오'라고 말이다. 그러니 전기차보급의 선결 과제는운행 대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유류의 세제 개편이먼저라는 의미다.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시론]현대차의 프리미엄 선택은 필수였나▶ [시론]폭스바겐 사태, 산업 전쟁의 산물인가▶ [시론]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가 주는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