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꽤나 공감이라는 표정에 “역대 최악의 악역이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 조차도 “두, 세 번 거절했다”며 고민 가득했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최근 영화 ‘함정’(감독 권형진) 개봉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마동석은 인터뷰 시작과 동시에 “영화 어땠느냐”고 물었다. 평소 친근하고 다정한 마동석의 모습이었지만 순간 ‘함정’ 속 성철이 떠올라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작품 속 마동석은 외딴 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성철 역을 맡았다. 험상궂은 겉모습과는 달리 찾아오는 손님들에 과도하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 성철. 바라보는 눈빛이, 미소 짓는 입 꼬리가 섬뜩하기 그지없다. 약 100분의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의 긴장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마동석의 극과극 캐릭터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가장 중요한 건 성철의 돌발적인 행동이 부각되는 거였어요. 그래야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고의적인 돌발이어도 안 됐고, 제 행동이 묻혀서도 안 됐고요. 성철이 과도하게 친절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강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영화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설정을 함께 했기에 누구보다 성철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마동석이었지만 성철을 직접 맡기에는 부담됐다. “솔직히 이 역할은 너무 힘들겠다 싶었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역할도 아니었다”고 운을 뗀 마동석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평소에 현장에서는 티를 잘 안내고 저 혼자 속으로 삭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이 끝나고도 한참 잔재가 남더라. 예전 최민식 선배가 영화 ‘악마를 보았다’ 찍고 순간적으로 충동이 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 역시 조금은 성격상으로 변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털어놓았다.
육체적 고충도 빼놓을 수 없을 터. 이번 작품에서 마동석은 조한선과 격렬한 액션 호흡은 물론 김민경과의 베드씬 등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김민경과의 호흡을 언급한 마동석은 “액션씬이라고 할 수 있다. 촬영 하다보면 조금씩 다치기도 한다지만 그날은 무릎에 피멍도 들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동석이 성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머뭇거리다 “끌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나리오가 끌리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장르 상관없이 작품에 임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함정’을 통해서 기존 ‘마요미’와 같이 친근한 이미지나 캐릭터를 바꾸고자 했던 의도는 없어요. 그저 시나리오가 좋았고, 성철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배우라면 모든 장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개인적으로 저는 작품 속에서 연기를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해요. 가장 실제 같고, 실감 나는 연기야 말로 제가 추구하는 연기 방식이에요. 조금이라도 연기가 들어간 가짜 같은 모습은 제 스스로 참지를 못 해요. 배우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노력하는 편입니다.” bnt뉴스 기사제보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