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포르쉐, 서킷에서 드러낸 치명적 바이러스

입력 2015-08-24 08:42
지난 6월14일은 포르쉐에게 꽤 의미있는 날이었다. 17년 만에 복귀한 르망 24 내구레이스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것. 물론 이 우승은 포르쉐의 3만 여회 가운데 한 번에불과하다.포르쉐는 전천후 스포츠카를 표방한다. 그래서 잘 포장된 서킷의 내구레이스 뿐만 아니라 다카르 랠리 같은 험로 경기마저 적극 나선다.이 말은 서킷을 비롯한 일반 도로에서도 짜릿한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로도해석된다.그래서 포르쉐는 치명적인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이벤트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매년 세계적으로 펼치는 '월드 로드쇼'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3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2015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포르쉐 독일 본사가 아닌 포르쉐코리아가 주최한 행사다. 월드 로드쇼와 별도로 수입사가 개최했는데, 지난해10월 소비자 대상 이후 두 번째다.시승 체험 프로그램은 크게 슬라럼, 핸들링 두 가지로 분류했다. 차의 성능과 포르쉐 특유의 민첩함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했으며 대형 SUV 카이엔을 제외한 전 제품군을 타볼 수 있다.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체험한 슬라럼은 카이맨으로 간단한 짐카나 코스를 주행하는 프로그램이다.두 슬라럼 코스 중간에 고난도의 코너를 설정해 주의가 필요했다. 라바콘을 돌아나가는 카이맨은 엔진이 차체 중앙에 있어하중이동의 직관성이 뚜렷했다. 서너 차례 연습 주행과 2회의 타임 어택을 통해 참가자들의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다음은 본격적으로 인제 서킷 풀 코스를 달릴 수 있는 핸들링 프로그램이다. 먼저 오른 제품군은 그란 투리스모 '파나메라'다. 시승차는 디젤, 파나메라4, 터보 등으로 구성했다. 비교적 순발력이 낮은 제품을 앞쪽에 배치,간격 차이를최소화했다. 먼저 탑승한 차는 파나메라4였다. 4륜 구동, 게다가 자세제어장치를 켠상태임에도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 스릴이 상당했다. 네 바퀴를 굴리지만 동력 배분을 뒷바퀴에 몰았고 전자장치 개입을 줄여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하다는 게 인스트럭터의설명이다.제품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터보는 최고 570마력을 발휘한다. V8 4.8ℓ 배기량에 과급기를 더해 큰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성능으로 탑승자를 흥분시켰다. 디젤은 가솔린 못지 않은 엔진음이 인상적이었다.







중식 후 오른 제품은 '마칸'이다. SUV지만 포르쉐 모터스포츠 유전자가 고스란히 담긴 제품이다. 통상 서킷은 SUV와 어울리지 않는다지만 마칸의 움직임은 영민하다.역시 터보 제품의 가속력과 스포츠 플러스 모드의 조합은 '키 큰 포르쉐' 이미지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GTS 주행은 '포르쉐 바이러스'의 숙주라 할 만한 제품들로 구성됐다. 시승 제품군 중 가장 역동적인 911, 박스터, 카이맨을 타볼 수 있어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911은 카레라4, 타르가4, 타르가4 GTS의 4륜구동 제품으로 구성했으며 박스터, 카이맨은 GTS 버전이었다. 엔진이 운전석보다 뒤에 있는 미드십, 또는 리어 엔진 방식의 공통점도 있다.911은 6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포르쉐 핵심 제품이다. 포르쉐 마니아를 칭하는 '포르쉐파일(Porschephile)'은 "911이 아니면 포르쉐가 아니다"라는 말을 아낌없이 꺼낼 정도다. 타르가4 GTS에 올라 서킷에 들어섰다. 엔진을 차체 후방에 탑재해 일반적인 프론트 엔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우렁찬 엔진에 쫓기며빨리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911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특성이다. 코너에선 파나메라에서 겪었던 오버스티어가 그대로 전개돼 운전재미를 극대화한다. 코너링 실력도 짜릿하지만 가속 역시 대단했다. 서킷의 내리막 직선주로에선 220㎞/h까지 채찍질이 가능했다.박스터, 카이맨 GTS는 슬라럼에서 경험했던 그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히려 미드십 배치 엔진은 911보다 날렵한 핸들링을 보여줬다. 아쉬운 점을 찾기 힘들 정도의 성능을 체감하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일반적인시승 행사가 제품에 대한 특징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력한다면 포르쉐는 다른 성격을 보인다. 중독성 있는 체험을 통해 운전자로서 가질 수 있는 꿈, 이른바 '드림카'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서다. 또한 브랜드와 뗄 수 없는 '모터스포츠' 서킷을 활용,근본적인 제품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참가자들이결국 '포르쉐 앓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셈이다.포르쉐코리아 김근탁 대표이사는 "메르스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포르쉐 바이러스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번 걸리면 치명적일 정도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겪어보니 그 말에 참가자 대부분이 공감했다. 제품을 겪어봤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르포]AMG, 역동성 불어넣은 벤츠 타보니▶ 코란도스포츠, 인기 지속 이유는 '젊음'▶ 아우디. 500㎞ 주행가능한 전기 SUV 선보인다▶ 엔초 페라리, 영화로 재탄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