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 할인에도 종류가 있다

입력 2015-08-18 11:51
'특별한 혜택을 드립니다', '당신만을 위한 맞춤형 구매제안', '이런 기회는 없었다', '돈 없이 차를 사는 현명한 방법'. 대충 들어도 알 만큼 자극적인 문구다. 오랜 기간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하듯 앞 다퉈 사용한 탓에 이제는 식상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방위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는 한 가지, 먹히기 때문이다. 구입을 앞둔 사람에게 '특별', '혜택', '기회'는 단연 '할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자동차 할인폭이 확대됐다. 연초 개별소비세율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손쉽게 정지시킬 수 없는 제조사 입장에서 할인이 없다면 이미 드러누웠을 지도 모른다. 쌓인 재고에 먼지만 또 쌓이고, 그러다보면 하염없이 눈물만 쌓일 수도 있다. 그래서 판촉은 자동차 마케팅의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각 차종의 운명마저 뒤바꿀 수 있다.







기본적인 판촉 방법은 할인이다. 그러나 할인도 여러 가지로 나뉜다. 먼저 대상을 정한다. 여기선 철저하게 인기와 비인기가 기준이다. 인기 차종의 할인폭은 적고, 당연히 비인기는 높다. 기업은 인기 차종에서 이익을 내고, 비인기 차종은 본전만 건지면 된다. 반대로 보면 비인기 차종 구매자가 받은 할인은 인기 차종 구매자가 보전해 주는 형국이다. 그래서 기업은 손해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할인의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할인은 현금, 이자, 품목 등으로 구분된다. 현금은 뭉텅 깎아주는 확실한 방법이다. 반면 이자율 할인은 장기간 이자부담을 낮춰 결과적으로 할인의 효과를 낸다. 선택사항을 기본에 포함시켜 판매하는 것은 품목할인에 해당된다. 때로는 중복 적용되지만 비용만 갉아먹는 악성재고가 아니라면 중복은 별로 없다.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대당 할인이 가능한 금액을 미리 정해놓기 때문이다. 운용 가능한 금액 내에서 현금, 이자율, 품목 제공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자동차 판촉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자동차 판촉이야말로 가장 손쉽다고 한다. 마케팅의 꽃이지만 할인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한 언제든 숫자놀음을 할 수 있어서다.이런 중에 르노삼성이 이른바 '연식 마일리지 마케팅'을 선보였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획기적이다. 오래되면 가치가 떨어지는 자동차의 속성을 역이용했다. 타면 탈수록, 보유할수록 가치가 오른다. 발상의 전환이다. 직접 물어봤다. 왜 타면 탈수록, 보유할수록 재구매 할인을 높였냐고. 대답이 일품이다. "자동차를 타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가치 하락이다. 왜 타면 탈수록, 오래 보유할수록 가치가 떨어져야 할까?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오른다면 그게 바로 소비자를 위한 것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자동차는 공장에서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폐차될 때까지 가치가 하락한다. 입지가 좋으면 가격이 오르는 부동산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자동차오래 보유했다고, 주행거리 많이 됐다고 할인을 더해주는 일은 없다.







관심은 앞으로 할인이 얼마나 늘어날 지 여부다. 하지만 마지노선은 분명하다. 결코 원가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신차 등장 직전 재고 땡 처리가 시작되면 늘겠지만 기업은 수익을 이미 보전한 후다. 대당 200만원 깎아주면 후속 신차 가격은 그만큼 오른다. 소비자만 모를 뿐이다. 결국 아랫돌을 빼서 살짝 위에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 궁금하다. 대체 신차 가격 정할 때 마케팅 비용은 얼마가 더해지는 것인지. 회사마다 제품에 붙이기 나름이다.차 가격의 5%를 더하는 경우도 있고, 10%를잡는 곳도 있다. 쉽게 보면 원가에서 기본 수익을 확정한 뒤 마케팅 비용을 붙이는 격이다. 처음부터 5%를 배제하면 신차 가격 부담도 낮아지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판촉으로 판매량 조절이 가능해서다.요즘 내수 판매가 신통치 않다. 수출 활로를 모색 중이지만 유럽도 불경기다. 푸조와 르노, 피아트 등은 사상 최대의 할인을 제시했다. 2,000만 원에 판매되던 신차가 하루아침에 1,600만원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할인 전쟁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국내 완성차 회사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인기 차종 할인폭 축소로 위기 대응에 나서겠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 불경기 때는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성 다양화가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중이다. 상품성 다양화의 기본 골격은 패키징이다. 여러 품목을 성격별로 엮어 내놓으면 가격 인상 전략 활용에도 유리하다. 새로운 신차로도 포장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따라서 올해 국내 완성차기업의 핵심 생존방안은 상품성 강화로 단언할 수 있다. 부족한 신차를 보충하고, 수익성도 뒷받침 할 수 있어서다. 한 가지 더 추가할 대목이 있다. 할인의 함정이다. 자동차 구입할 때 직접적인 현금할인이 많으면 이자율이 높다. 이자율이 낮으면 현금 할인액은 적어진다. 동시에 모두 혜택을 주는 일은 거의 없다. '중복할인 불가 적용' 방침이다. 그래서 할인 방식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자신의 지갑 사정과 최소 3년 정도의 수입을 예측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덥석 물어버리면 나중에 후회가 밀려들 수도 있다.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칼럼]유로6 규제, 왜 하는 것일까▶ [칼럼]프리미엄 자동차를 지향하는 이유▶ [칼럼]티볼리가 바꿔 놓은 쌍용차의 편견▶ [칼럼]자동차 내수판매, 꿋꿋한 성장은 신차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