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예쁘다기보다 아름답다. 농익은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소녀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여배우다. ‘접속’ ‘피도 눈물도 없이’ ‘너는 내 운명’ ‘밀양’ ‘하녀’ 등 한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이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으로 또 한 번 변신했다. 연기에는 ‘도가 텄다’라는 말이 무색할 그지만 첫 액션 도전이기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더욱 컸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가 그를 만나 작품과 ‘배우 전도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전도연의 첫 액션 도전…通했다!‘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 말을 배경으로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사극 무협 액션. 전도연은 대의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맹인 여검객 월소 역을 맡았다.전도연의 첫 액션 도전이라는 타이틀에 앞서 쟁쟁한 선후배, 동료 배우들과의 만남이 대중들의 기대를 먼저 북돋았던 것이 사실. 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도연이 “나만 어설프더라”고 말할 정도로 탄탄한 캐스팅이 화제였다. 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에 이어 박흥식 감독과의 세 번째 인연이 작품에 대한 신뢰도를 배가시켰다.전도연이 열연한 월소는 뜻을 같이 했던 유백(이병헌)의 배신 후 그를 향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모든 감정을 거세한 채 살아간 인물이다.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 역이지만 극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이기에 그의 모든 신경은 월소의 청각에 쏠려 있었다.“월소는 과거 이후 모든 것을 스스로 거세한 채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것을 설이에게 물려주고 그를 키웠죠. 맹인 연기가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감독님에게 맹인이 아니면 어떠냐고 제의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절제될 수밖에 없는 걸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맹인이더라고요. 모든 걸 드러내고 표출하는 건 월소에게는 이미 지난일이니까요. 월소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잔인할 정도로 차근히 지켜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를 제 안으로 끌어들였어요. 쉽지 않았고 완벽하게 해내진 못했지만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 전도연-이병헌-김고은-준호의 ‘연기 앙상블’그의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상대 배우들과의 합이 유독 중요했다. 전도연, 이병헌부터 김고은, 준호까지 ‘협녀, 칼의 기억’을 완성시킨 주요 배우들의 찰떡 호흡이 큰 힘이 됐다.“병헌 오빠(이병헌)는 10여년 만에 만났어요. 오랜만의 대면에 떨리더라고요. 오빠의 영화도 봐 오고 그 영화 캐릭터에 대한 팬심도 생기고 설레기도 하고 궁금했는데 보자마자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라고 하셨어요. 십 몇 년간의 시간이 어제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무색하지 않은 편안함이 있었어요. 촬영을 할 때도 서로가 서로의 감정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려주면서 촬영했어요.”“고은 양(김고은)은 배우로서 욕심도 있고 근성이 있는 친구예요. 늘 잘 해서 걱정을 안했는데 어느 순간 이 친구가 너무 힘들어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극의 모든 부담을 다 안고 있는 캐릭터더라고요. 과거와 미래를 잇는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해야하니까요.”전도연은 ‘제 2의 전도연’이라고 불리는 김고은의 수식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그 나이 대와 고은 양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이미지보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예뻤어요. 고은 양 나이 또래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예뻐 보이려고 하잖아요. 고은 양도 물론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반면 자신의 본능은 이야기를 따라가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면에서 저와 닮아있다고 생각해요.”또 전도연은 준호를 극찬하며 “영화 ‘감시자들’을 보고 율 역에 직접 추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준호 군은 굉장히 사랑스러워요. 촬영 내내 너무 행복했어요. 어른스러운 친구예요. 무대에 서는 친구라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에도 진중했습니다. 너무 잘하고 싶어 하고 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친구라 배우로서 자질도 충분한 것 같아요. 제가 추천했어요. 율 캐스팅이 안됐었을 때였는데 제가 감독님께 준호 군이 나오는 ‘감시자들’을 한 번 보시라고 강력하게 말했습니다. 웃으면 소년 같고 가만히 있으면 서늘한 면에서 유백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 “배우에게 부귀영화는 ‘좋은 작품’”내로라하는 연기자들과의 조합이었지만 전도연에게는 배우로서 큰 숙제였던 작품이었다. 액션과 맹인 연기, 모성애, 멜로까지 모든 설정들을 고스란히 흡수해야했다.“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드라마가 강해서 액션과 맹인 역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액션은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이렇게 눈도 깜빡이지 않는 리얼한 맹인 연기를 해야 될지 몰랐어요. 감독님께서 디테일을 요구하셨는데, 사실 굉장히 막연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 스스로가 눈 깜박거림 하나하나까지 온 신경을 쏟고 있더라고요.”전도연은 앞서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지난해 한국배우 최초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칸의 여왕’,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들이 그에게 책임감을 주지 않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그다.“책임감은 없어요. 이번에는 우연찮게 연달아서 들어가 다작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언제 또 다음 작품을 하게 될까’ 막연함과 두려움이 끊임없이 있어요. ‘어떤 배우가 돼야지, 길을 가야지’가 없기 때문에 책임감은 없고 순간순간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요. 칸도 책임감 보다 나에게는 ‘잘 하고 있고 네가 하는 고민이 맞아’라는 격려가 되고 길을 열어주는 수식어가 돼요. 배우에게 부귀영화는 작품이지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칸의 여왕’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배우가 됐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믿고 싶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 고민들은 늘 할 것 같아요.”
▶ 못 말리는 ‘칸의 여왕’연기 인생 29년이다. 공교롭게도 전도연의 대부분 작품들 속 인물들은 파격적이지만 공감가고 단순함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운을 남게 한다. 작품을 생각하면 전도연이라는 이름 석자부터 떠오르는 이유다.“캐릭터의 고통으로 인해 쾌감을 얻는 건 아니고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여배우라고 생각해 주세요. 굳이 몸 고생 때문에 좋은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배우라고요. 스스로 생각해보면 ‘못 말리는 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좋으면 끌리고, 끌리면 해야 돼요. 힘든 것 때문에 그 이야기를 잊기에는 아쉬움이 오래 가는 것 같아요.”수 없이 많은 작품들과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전도연의 많은 작품에는 유독 사랑이라는 베이스가 짙게 깔려 있기도 했다. “염두를 하는 건 아니지만 전 작은 사랑에 꽂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사랑을 꿈꾸고 사랑하고 싶은 캐릭터로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랑 이야기가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어떤 인물을 작게나마 크게나마 사랑을 꿈꾸는 여자, 꿈을 꾸는 캐릭터를 조금씩이라도 만들어나가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감동하고 감정적으로 동요해요.”“이번 작품도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전도연스러운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늘 조금 더 뭐가 먼저인진 모르겠지만 다양한 작품, 감독님과 하고 싶어요. 그리고 선택할 때 보면 결국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요. 쉽고 뻔한 이야기에 흥미를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렵지만 생각하게 되는 작품들이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은 사랑 이야기라 하더라도 가볍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랑이 아닌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표현의 사랑방식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 ‘협녀, 칼의 기억’, 그리고 ‘전도연’‘협녀, 칼의 기억’은 분명 전도연의 또 하나의 든든한 필모그래피가 될 거다. 마지막으로 ‘더 잘했어야 했다’는 그의 말에 “다시 협녀를 찍는다면 하겠냐”고 물었다. “안 할 거예요.(웃음) 그런데 맹인이 아닌 월소라면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맹인이었기 때문에 월소가 완성될 수 있었겠죠. 너무 지독한 인물이었어요.”“이 영화가 관객들께 이 시대의 사라진 협과 월소 캐릭터를 이해시키고 그걸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그런 것들을 느껴 주시면 감사하겠지만 ‘협녀, 칼의 기억’은 진한 멜로와 무협, 판타지 성 액션 드라마라고 편하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bnt뉴스 기사제보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