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②]말 걸음에서 유래한 현대차 갤로퍼(Galloper)

입력 2015-07-27 11:17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오토살롱'에서 개인적으로 시선을 e둔 곳은올드카튜닝과 리스토어 부스였다.그 가운데 한국 4WD 스포츠유틸리티(SUV)의 전설 현대차 갤로퍼와 마주했다.갤로퍼는 지금의 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이 출시해 현대자동차서비스가 판매한 SUV다. 1988년 당시 현대정공 사장인 정몽구 회장은 이른바 지프차로 불리는 '4WD 자동차' 개발을 결심,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1991년 9월16일 갤로퍼 1호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미쓰비시 파제로(1세대)를 도입해 생산했으며, 출시 3개월만에 3,000대가판매되면서 쌍용차와 아시아차가 독점하던 4WD SUV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성능도 당시로선 나쁘지 않았다.디젤 4기통 2,476㏄ 엔진은 73마력이었고,이후 터보 차저를 얹어 81마력, 인터쿨러를 탑재해 101마력까지끌어 올리면서 성능 경쟁에선 당당했다.내구성을 알리기 위해'갤로퍼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7만㎞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이벤트를 두 번이나 펼친 것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그런데갤로퍼를 상징하는 동물이 말(馬)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차명이 말에서 비롯됐음도 마찬가지다.갤로퍼라는 차명은 '갤럽(gallop)'에서 가져왔다.갤럽은 말이속보로 움직일 때 쓰는 단어인데, 여기에 사람을 의미하는 'er'을 붙였으니'갤로퍼(galloper)'는 말(馬)이 갤럽으로 달리는 것 또는 말을 갤럽으로 달리게 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할 게다.일반적으로 말의 최고시속은 48㎞이며, 갤럽으로 달릴 때는 평균 시속이 20㎞ 정도다.이를 놓고'별로 빠르지 않네'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말 위에 타고 달릴 때느끼는 체감속도는 그 이상이다.







그렇다면 속도는 사람이 느끼는 체감시간에 어떤영향을 미칠까?지난 1995년 미국 써든메인대 스캇 브라운 교수는 이 연구를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컴퓨터 화면에 움직이는 속도(V)를 달리한 물체 1개, 3개, 5개를 보여주고, 각자 느끼는 시간(Sensory Time, ST)이 되면 버튼을 누르게 한 다음 실제로 걸린 시간(Real Time, RT)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실제 시간(RT)을 기준으로 본다면 속도(V)가 빠를수록 체감시간(ST)이 길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경마에서 1바퀴를 돌 때빨리 달리는 말일수록 사람들은 실제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고 느낀다는 것이다.즉 '체감속도=거리/체감시간'으로 정의할 때실제 말이 달리는 속도가경마 관람객 입장에선'빠르지 않다'고 여기는 셈인데,일종의 착시현상으로 볼 수 있다. 말(馬)의 걸음걸이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평보(walk), 속보(trot), 구보(canter), 습보(gallop)로 나뉘는데 여기선 갤럽에 대해서만 알아보고자 한다. 갤럽은 보통 3박자의 보조로 말의 가장 빠른 발동작이다.한쪽 뒷발을 내리고, 거의 동시에 대각선앞발과 나머지 한쪽 뒷발을 내리고 마지막으로 나머지 한쪽 앞발을 내린다. 짧은 정지 순간 동안 네발이 모두 지면에서 떨어지며 다시 이것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주법이다.갤로퍼 차 앞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면 '갤로퍼(galloper)'라는 차명 위에 달리는 말 형상을 볼 수 있다.결국 갤로퍼 차명은 말(馬)의 걸음걸이에서 따온 것인데,말(馬) 걸음걸이가 에서 유래된 품종으로는 미국 태생인 미주리 폭스 트로터(Missouri Fox Trotter)가 있다.미주리 폭스 트로터가 정식 등록된 것은 1948년이다. 하지만 이 말은 19세기 초부터 진화해왔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정착민들은 켄터키와 테네시, 버지니아주를 거쳐 미시시피 강을 넘어 서부로 이동했다. 이 때 정착민들은 동부지역 말(馬), 더러브레드와 함께 이주했고,이들을교합해새로운 지역에 적합한 말을 양성하기 시작했다.미국 서부로 가는 개척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를 보면 주인공인 톰 크루즈가 오클라호마의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주에 참가해 전력 질주(gallop)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시기에 나온 말이 바로 미주리 폭스 트로터다.당시 의사나 보안관, 목축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척박한 땅을 달려도 사람과 말 모두 피로감이 적도록 하는 것이었는데,해답이 바로 폭스트롯(fox trot)이라고 하는 걸음걸이였다. 폭스트롯은 말이 걸을 때 앞발은 구보로, 뒷발은 속보를 하는 것을 말한다.일반적인 말들이 트롯(속보)을 할 때 삐걱거리며 뒷발을 놓는 반면 폭스 트로터는 뒷발을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놓는다. 이 때문에 부드럽고 편안한 구보가 가능해 피로감 없이 장기간 구보를 할 수 있게 됐다. 폭스 트로터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지만 훈련을 통해 더욱 다듬어졌다. 지금은운송용 말로서의 역할이 시들해지자 레저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장거리 트레일 경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현대차 갤로퍼와 미주리 폭스 트로터는 닮은 점이 많다. 이름을 말의 걸음걸이에서 따왔다는 점, 비포장길의 우수한 주행성과 보행능력 등은갤로퍼가 미주리 폭스 트로터에서 가져온 게 아닌가 한다.그러나 갤로퍼와 미주리 폭스 트로터의 가장 비슷한 점은 따로 있다. 각각 한국 SUV와 미국 서부 개척자들의 정신과 역사를 가슴에 품고 있는 산증인이라는 점이다.송종훈(말 칼럼니스트)▶ [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①]현대차 포니와 조랑말 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