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파라솔의 특색이 담긴 앨범이에요.”최근 밴드 파라솔이 첫 번째 정규 앨범 ‘언젠가 그 날이 오면’ 발매 기념 한경닷컴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파라솔은 지윤해(보컬, 베이스), 김나은(기타), 정원진(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혼성 밴드다. 지난 2013년 첫 공연 이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왔고, 지난해 첫 EP ‘파라솔’을 발표하며 세상에 그들의 음악을 알렸다. 첫 정규 ‘언젠가 그 날이 오면’은 첫 번째 트랙 ‘법원에서’를 시작으로 타이틀곡 ‘너의 자세’ 등 모두 9트랙이 수록됐다. 모든 트랙은 합주실에서 사용하던 몇 개의 마이크, 노트북, 악기로 녹음했다. 믹싱 역시 홈 레코딩 방식을 이용했다. 사운드의 풍성함보다 여백을 살리는데 집중했다. 지극히 파라솔다운 결과물이 탄생한 셈이다.
◆ 의지와 의미와 의식을 버리고당연히 그래야 한다거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욕심 혹은 의지를 내려놨다. 첫 정규라는 의미마저 무색케 한다. 그 배경은 아주 심플하다. 파라솔이 원하는 대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다는 원칙만을 생각할 뿐이다.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엄청나게 있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보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인 거예요. 잘 한다는 건 좋은 거고… 그러니까 결론은 잘 해서 좋은 것 같아요. (웃음)”(지윤해) “덧붙여 말하면 이번 앨범은 저희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첫 정규 앨범이기에 갖는 의지나 어떤 의미도 두고 싶지 않았고요. 음악적 색깔 역시 의식하지 않았죠. 어떤 요소든 크게 생각 안 하고 무관심하게 표현했어요. 어렵나요? (웃음)”(김나은)어렵다. 결코 어려운 단어도, 문장도 아니건만 풀어가는 과정이 쿨하다 못해 서늘하다. 노래도 그렇다. 무심한 듯 흘러가는 보컬, 담백하게 되풀이되는 가사 그리고 가볍게 울렁이는 멜로디에서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리스너들은 이번 앨범의 어떤 코드 또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면 좋을까. 슬며시 내민 질문에 멤버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 바쁘다. 그리고 또 슬며시 대답이 돌아온다. 약간의 뜸이 반드시 필요한, 이마저도 파라솔다운 방식일 테다. “앨범 전체를 다 들으면 30분 조금 넘을 거예요. 하나하나 집중하기보다 그냥 하나의 이야기로 들렸으면 좋겠어요.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지 않았거든요. 파라솔 노래는 리스너들이 공감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듣고 웃었으면 좋겠네요.”(지윤해)“아무 메시지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듣고 잊어버려도 상관없어요. 그렇지만 적어도 그 3분, 4분의 순간만큼은 ‘내가 지금 다른 곳에 와 있나’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짧은 시간이지만 잠깐 다른 무드를 가져본다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김나은) “제가 드러머라서 특별하게 무슨 메시지를 주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지만… (일동 웃음) 파라솔은 밴드잖아요. 각자의 플레이에 담긴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각각의 스타일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파라솔의 음악이 탄생한 것이거든요.”(정원진)
◆ 파라솔의 유니크한 색깔을 담아 스타일도 성향도 제각각인 멤버들이 모여서인지 파라솔의 색깔은 참 유니크(Unique)하다. 어쩌면 세상에 ‘유니크’ 색이 존재한다면 이들을 두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질 정도. 제각각의 성격과 스타일을 염두하고 앨범 수록곡 중 멤버들 각자가 애착 갖는 곡을 꼽아봤다. 돌아오는 대답도, 그리고 이유마저도 파라솔답게 재미지다. “전 1번 트랙 ‘법원에서’가 좋아요. 특별하게 의미는 없고요. 그냥 후렴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정원진) “전 5번 트랙 ‘부러진 의자에 앉아서’를 추천할게요. 우선 음원 안에서 멤버 모두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곡이에요. 코러스 녹음하면서 재밌기도 했고, 처음으로 다 같이 목소리를 냈으니까 의미가 큰 것 같아요.”(김나은) “전 마지막 트랙 ‘언젠가 그 날이 오면’이요. 음원이 없을 때부터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마지막 트랙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고요. 무엇보다 가사가 좀 잔인한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지윤해)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파라솔에게 각자가 꿈꾸는 ‘언젠가 올 그 날’에 대해 물어봤다. 예상 밖의 질문이라 분명 한참의 뜸이 필요할거라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상당히 빨랐다. “파라솔 음악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앨범이 동나는 그 날을 꿈꿔 봅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네요. 순식간에 여러 ‘그 날’들이 떠오르면서 스쳐지나간 것 같아요.” (지윤해)“저는 언젠가 파라솔이 해체하는 ‘그 날’을 생각해 봤어요. 언젠가 헤어지고 남남이 된다면…그 때 이러지 않을까요? 우리가 벌써 앨범을 열 장이나 냈구나. (웃음)”(김나은)“전 해체 이후 언젠가 또 다시 만날 ‘그 날’을 생각해봤어요. 저희가 설령 해체하더라도 또 다시 파라솔로 모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게요. 이번 앨범 커버 보시고 제가 주인공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반대로 피해자에요. (일동 웃음)”(정원진)언제부턴가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히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했고, 정의를 내렸다. 문득 이 모든 것들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파라솔의 음악을 듣는 그 시간만큼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의지와 의미와 의식을 버리고, 그냥 무장해제 상태로 말이다. (사진제공: 두루두루amc)bnt뉴스 기사제보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