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내가 타는 차는 좋은 차일까?

입력 2015-05-28 08:30
일반적으로 특정 브랜드 차종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갑자기 그 차가 자주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마치 갓 임신한 여성이 어디를 가나 어린 아기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결정을 내렸어도 정작 구매 직전까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 권위를 지닌 사람에게 슬쩍 물어보게 된다. 이 때 던지는 질문이 '어떤 차가 좋은가'다. 예를 들어 국산 중형차를 사려는데 어떤 차를 선택하는 게 가장 현명한 것인지 묻는 게 일반적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 블로거로도 유명한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착각의 심리학>에서 '확증편향'이라는 말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확증편향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누군가로부터 확인받으려는 것도 확증 편향 심리인 셈이다. 더불어 <설득의 심리학>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권위의 법칙'을 역설한다. 자신보다 전문가로 평가되는 이에게 자문을 구하는 행위가 권위의 법칙에 해당된다. 그렇게 보면 신차 구입 때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확증편향이고,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전문가로부터 판단 받으려는 심리는 권위의 법칙에 근거하는 셈이다. 그런데 확증편형과 권위의 법칙은 기본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다. 확증편향은 확인받으려는 것이고, 전문가는 권위를 내세우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중형차 구입을 마음먹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때 전문가가 B제품을 추천할 때가 있다. 이 때 전문가 말을 믿고 B를 구입해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모든 원망은 전문가에게 모아지고, 해당 전문가는 그 순간 구입자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 반대로 A제품을 묻는 질문자에게 전문가가 '당신의 생각이 옳다'고 답하면 이후 A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설령 문제가 생겨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사람은 누군가(전문가)로부터 자신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은 경향이 다분하다.그래서 지금도 난감한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차를 사면 좋을까요?'이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러움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주택 다음으로 비싼 기계를 구입하는 상황에서 상대방 판단의 옳고 그름을 대신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되물어 본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그러면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내기 마련이고, 그 말을긍정해주는 것으로판단은 마무리된다. 그저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지금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지극히 주관적인 답변자의 생각? 아니면 상대방 의사의 존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늘 고민이다. 비용 지출에 따른 선택은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차는 없다'가 결론이다. 그저 마음에 드는 자동차와그렇지 않은 차만 존재할 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기자파일]리스차, 취득세보다 원론적 접근해야▶ [기자파일]연료효율 높이는 기본은 '운전습관'▶ [기자파일]라오스를 통해 본 동남아시아의 한국차▶ [기자파일]재규어랜드로버에 한국인 사장이 앉은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