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의 연대기’ 마동석 “생사 넘나드는 영화 작업, 내 팔자라고 생각”

입력 2015-05-14 10:35
[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황지은 기자] 참 아이러니하게도 형사와 조폭 역 모두가 잘 어울린다. 그 와중에 별명은 ‘마블리’와 ‘마욤이’다. 이렇듯 배우 마동석은 ‘아이러니함’으로 똘똘 뭉쳐 어느새 ‘믿고 보는’ 신 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마동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저 지금 굉장히 행복한 상태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어 인터뷰 초반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제 인상이 굉장히 험악하기 때문에 평소에 항상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죠. 안 그러면 사람들이 무서워하거든요. 현장에서 누구든 편하게 다가가고 다가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는 편이예요.” 현장에서 선배들과 후배들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는 마동석은 자칭 타칭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예전에 김성수 감독님이 ‘배우는 현장에 나가면 연기를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100가지가 생기는데, 그걸 이겨내고 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나이 어린 친구들은 형들이나, 선배들이 있으면 긴장을 하죠. 진짜 편하게 대해줘야 마음까지 놓고 연기를 할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거죠. 그래야만 실제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연기를 안 하잖아요.”이렇듯 실제 마동석이 인간적이듯 ‘악의 연대기’ 속 오형사 역시 마음속 따뜻함을 지닌 인물이다. 오랫동안 최반장(손현주)과 함께 경찰 생활을 하며 존경심을 키워왔고, 신참형사(박서준)의 고민을 들어주며 깊은 인간미를 풍긴다. 뿐만 아니라 마동석은 복잡한 갈등 속에서 슬픈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손현주 역시 “얼굴은 호랑이 뜯어먹을 것 같이 생긴 놈인데, 감정이 정말 잘 살아서 여러 번 봐도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호평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이번 영화에서는 타 작품과는 달리 각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잘 살아나있다. “사실 저는 촬영할 때 찍힌 걸 확인 잘 안 해요. 자꾸 확인하면 몰입도가 깨지더라고요. 그래서 언론시사회에서 처음보고 관객의 입장으로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하는 편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슬프더라고요. 동생에 대한 마음과 형에 대한 마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버무려져 울컥하더라고요.” 그간 마동석은 형사 역할을 몇 번 맡아왔던 터라 ‘악의 연대기’ 속 오형사 연기 역시 무난하게 소화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색다른 캐릭터 구상을 했다. “형사도 여러 느낌의 형사가 있잖아요. 최반장이랑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사람이라 까불 수도 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형사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거든요. 열혈 형사이고, 거칠지만 그 속에서 오랜 세월에 대한 부드러움이 묻어나있는 형사를 원하셨어요. 그래서 그 테두리 안에서 발전시키기 위해서 많이 생각했죠. 감독님의 의견, 대본, 제가 생각하는 것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서 이번 오형사 역할을 준비했던 것 같아요.” “역시 형사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남다른 것 같다”고 말하자 마동석은 “사실 제가 형사, 깡패 역할 같은 건 10편 밖에 안 했어요. 제가 영화를 60편 넘게 했는데, 형사나 깡패 역할이 유독 임팩트가 있었나봐요. 아니면 그런 작품마다 흥행이 잘돼서인지,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로 많이 봐주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마동석에 대한 캐릭터 잔상들이 생각보다 강렬했나보다. 그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추적’ ‘스릴러’ ‘액션’ 물이 떠올랐고, 단연 그에 따른 강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많은 분들이 깡패나 형사 이미지로 봐주신다고 해도 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매번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지 않냐’고 하시는데, 전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배우니까 어떤 배역을 주면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배우들이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거든요. 제가 현재 운동을 좋아하고, 또 체력이 되는 한 액션 연기든, 폭력적인 역할이든 들어오면 또 계속 해나가려고요.”이번 작품에서 역시 마동석의 액션은 빠지지 않았다. 그간 숱한 액션극을 찍어서인지 이제는 액션 감독에게 의견을 내며, 때마다 유연하게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이번 액션은 첫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박서준과 함께 했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액션에 대해서는 감독님이랑 늘 같이 상의를 해요. 액션 연기도 감정이라는 게 있잖아요. 아무런 감정 없이 싸우지는 않으니까. 액션과 감정 사이에서 무엇이 더 부각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액션 연기를 하는 편이죠. 감정선이 어긋나는 동작들은 빼고, 좀 더 살릴 수 있는 동작들을 넣고 하는 편이예요. 그런데 이번에 (박)서준이가 센스가 있더라고요. 파이팅 넘치게 잘 했던 것 같아요. 안 다치고 무사히 잘 마쳤어요.”인터뷰 끝에 다다르니 마동석에게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앞서 그는 공식석상에서 “다작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큰 한 방을 날리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고 물었다. “전 그런 게 없어요. 한 방 날리려고 날리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 따라, 시나리오에 따라, 타이밍에 따라,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그 때를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묵묵히 나아가고 싶어요.”마동석은 인터뷰 내내 ‘연기’가 아닌 ‘진실됨’을 강조했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도 완벽히 이해를 하고 진실 되게 하려했고, 실제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조금 오그라들지만,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더욱 특별해지고 있어요. 더 소중해지고, 간절해지더라고요. 한 작품, 한 작품. 진정성 있게 보려고 하는 그런 내 모습을 볼 때 스스로가 달라짐을 느끼고 있죠. 영화 작업은 정말 생사를 걸고 하는 작업이예요. 힘들지만 현장에서 더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제 팔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웃음)”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