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의 연대기’,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의 힘

입력 2015-05-08 17:10
[bnt뉴스 박슬기 기자] 우발적 본능. 그로 인해 행복했던 때는 한 순간에 끝이 난다.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 특진 승급을 앞두며 승승장구하던 최반장(손현주)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충격적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손현주의 힘은 컸다. 그는 최고의 자리부터 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세밀한 감정선으로 이어간다. 그 과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아찔함과 강렬함, 슬픈 감정을 선사하며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렇듯 ‘악의 연대기’는 단순한 액션과 눈요깃거리를 위한 하드웨어 장르물이 아닌 감정선을 다룬 소프트웨어 적인 드라마 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악의 연대기’는 2013년 작품인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와 함께 거론이 많이 되고 있다. 형사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을 자신이 담당하게 되는 상황설정이 유사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백운학 감독은 “유사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와 영화를 접한 이들은 모두 말한다. ‘끝까지 간다’와 다른 영화라고. 이번 영화에서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변화되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손현주뿐만 아니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까지 탄탄한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배우들히 합세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동석은 최반장의 오른팔로 그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 온 후배 오형사 역할을 맡았다. 때론 과격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극의 재미와 따뜻함을 선사한다. 박서준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듯하다. 그간 브라운관에서 보여왔던 로맨틱남의 모습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신참 형사 박동재 역을 제대로 소화한 것. 특히 어리숙하면서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그는 영화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어 극에 힘을 더한다. 변신은 박서준 뿐만이 아니다. 최다니엘은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며 퇴폐적인 인물 김진규로 분했다. 살기와 처절함을 오가는 그는 그간 대중들에게 보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선사하며 새삼 그를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악의 연대기’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뚜렷한 경계가 없다. 그 사이를 넘나드는 캐릭터. 그 속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특히 극 말미에 나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달 14일 개봉.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