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벤져스2’ 수현, 그 어떤 수식어라도

입력 2015-05-06 09:50
[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늙어서도 ‘어벤져스’를 했던 아줌마라고 들어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제 이름에 익숙해지겠죠. 어떠한 수식어가 없더라도 말이예요.” 배우 수현은 2006년 드라마 ‘게임의 여왕’을 시작으로 ‘도망자 플랜B’ ‘브레인’ ‘7급 공무원’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를 향한 대중들의 반응은 비록 미약했지만 그럼에도 불구, 천천히 나아갔다. 그 인내의 결과였을까. 수현은 마침내 ‘마블의 신데렐라’로 등극하며, ‘어벤져스2’라는 세계적인 수식어를 얻었다.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웨던, 이하 ‘어벤져스2’)에서 닥터 조로 열연을 펼쳤던 수현과 만났다. ‘어벤져스2’ 개봉 이후로 가득 찬 일정 때문인지 수현은 조금은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그는 “제가 ‘어벤져스2’에 출연한 게, 이제야 실감나요”라며 제법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영화를 찍을 때만해도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을 다 마치고 한국에서 프로모션을 하니까 실감이 나더라고요. 마블을 향한 우리나라사람들의 관심. 또 한국이 등장하고, 한국인인 제가 등장한다는 것에 대한 응원이 이렇게까지 클지는 잘 몰랐었죠.”수현의 말처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2’에 한국과 한국인 배우가 나온 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없이 큰 관심거리였다. 특히 수현이 어벤져스 군단과 얼마만큼 잘 어우러지는 것도 말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어벤져스 군단과 친해보였으면 하는 것이었어요. 관객들이 봤을 때 낯설고, 불편해 보이지 않고. 어우러져보여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그들은 그간 호흡을 맞춰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특유의 친한 분위기가 있는데, 전 갑자기 그들 틈에 갑자기 들어갔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했죠.” “텃세는 없었느냐”고 슬쩍 묻자 그는 “사실 여자들 사이에서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까 너무 털털한 거예요. 어벤져스 군단 멤버들 모두 ‘닥터 조가 누군지 진짜 궁금했어’라며 너무나 친절하게 잘 반겨주셨어요.(웃음)”라고 답했다.극중 수현이 맡은 과학자 닥터 조 역은 사실 전형적인 아시안 캐릭터는 아니다. 보통 할리우드의 아시안 배우들은 액션에 초점을 맞춘 다소 제한적인 배역을 주로 맡기 때문. 그렇기에 수현의 이번 역할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이번 역할은 조스 웨던 감독의 결정권이 가장 컸어요. 어떻게 보면 그 분의 소신대로, 성격대로 밀어붙인 결과였죠. 감독님이 제 비디오 오디션을 보시고는 제가 ‘굉장히 연약해보이지만, 울트론에게 한 방 먹여야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대요. 그래서 결정적으로 캐스팅 하신 것 같아요.” 사실 수현이 맡은 역할 닥터 조는 마블 스튜디오에서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두가 ‘헬렌 조’에서 근거한 역할이라 추측하고 있다. 물음표가 가득한 역할인만큼 연기를 하는 수현 역시 고민이 많았을 터. 그는 어떻게 준비했을까. “많은 분들이 닥터 조가 헬렌 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 추측일 뿐인 거잖아요. 감독님 역시 어떤 것에 신경 쓰고, 공부하라는 조언은 없었거든요. 저는 닥터 조가 가져야할 애티튜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들에게 ‘내가 가진 게 더 나아’와 같은 당당한 자세가 필요했거든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을까. 수현은 어벤져스 군단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은 포스를 내비쳤다. 앞서 내한 기자회견에서 함께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수현이 훌륭한 연기를 했다. 작품을 잘 소화한 것에 대해 꼭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마크 러팔로 역시 “수현은 훌륭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들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극 중 파티 신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각 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함이 돋보이며, 조스웨던 감독표 능청스러운 개그 코드들이 담겨있기 때문. 하지만 수현의 분량이 다소 적어, 많은 관객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수현은 “많은 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한 부분들을 그리려다보니까 편집이 된 부분이 있죠. 저도 같이 장난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편집돼서 아쉬웠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또 아쉬웠던 점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울트론하고 촬영했던 신들이 아쉬웠어요. 원래 제가 조금 더 사악하게 나오는 설정이었어요. 편지를 보고 사악한 미소를 짓는 부분이었는데, 조스 웨던 감독님이 과학자의 본능이 남아있는 걸 원하셨는지, 편집이 됐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재밌었는데 아쉬웠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수현은 “100프로 만족하기도 해요. 작품을 보기 전부터 전 만족한다고 생각했었죠.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도망가고 싶었어요. 보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프리미어에서 봤을 때 사람들이 크게 리액션을 하고, 환호하면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배우로서가 아니라 마블 팬의 입장에서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수현은 ‘어벤져스2’ 홍보가 끝나면 미국 드라마 ‘마르코 폴로 시즌2’를 찍으러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쉴 새 없는 스케줄이지만 그의 얼굴은 더없이 밝기만 하다. “제 2의 김윤진이 되는 건가요”라고 말을 꺼내자 그는 한 치에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되면 너무 좋죠”라고 말한다. “김윤진 선배님이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말 잘 알아요. 무한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까지 올라간 선배님이 정말 ‘대한민국 배우’로서 대단한 것 같아요. 또 특정한 역할이 아닌 그들과 어우러져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죠. 저 역시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타입 캐스팅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로 말이예요.(웃음)”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