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은 포드, 10년 전은 렉서스, 현재는 폭스바겐 국내에서 연간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수입차도 시대에 따라 선호도가 분명하게 나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대형에서 중형으로, 휘발유에서 디젤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수입차 또한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20일 한국수입차협회의 연간 베스트셀링카에 따르면 20년 전인 1994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포드 세이블이었다. 당시 한 해 동안 904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 때 세이블은 기아차가 포드로부터 직수입, 기아차 브랜드로 판매했다.
그러나 세이블은 1996년 크라이슬러 스트라투스에 1위를 내줬다. 물론 당시 기아차가 세이블 판매를 중단해 나타난 현상이지만 크라이슬러 입장에선 수입차 최다 판매 차종이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포드의 저력은 강했다. 세이블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토러스를 내놓자 단숨에 연간 판매량이 690대로 껑충 뛰며, 스트라투스를 밀어냈다. 여세를 몰아 포드는 몬데오마저 393대를 판매해 수입차 시장의 맹주로 떠올랐다. 나아가 포드는 본격적인 IMF 위기로 수입차마저 곤두박질치던 때 대형세단 컨티넨탈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연간 판매량은 152대로 저조했지만 구제금융 여파가 한국을 흔든 시점이어서 당시로선 선방이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포드를 밀어낸 곳은 벤츠다. 1999년 벤츠는 S320의 연간 판매량을 140대로 마감하며, 최다 인기 차종에 올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뒤를 바짝 추격하던 BMW가 320i의 연간 판매량을 252대로 높이며 상승 기류를 일으켰다. 내친 김에 2001년에는 주력 판매 차종으로 육성한 5시리즈를 1위에 올려 주목받았다.
미국차로 시작해 독일차로 넘어 온 수입차 선호도는 2002년 렉서스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렉서스 ES의 연간 판매량이 1,855대로 BMW 530을 900여대 차이로 밀어낸 것. 그야말로 렉서스 열풍이 불었고, 이는 2006년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영원한 1위는 없듯 렉서스 ES는 같은 일본 브랜드 혼다가 CR-V를 내놓자 흔들렸다. 혼다는 CR-V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놔 2007년 단숨에 3,861대를 판매, 1위에 올랐다. 이어 2008년에는 어코드 3.5ℓ로 4,948대를 판매, 혼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혼다의 상승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프리미엄급 중형 세단을 선호했던 국내 소비자들이 BMW 528과 렉서스 ES350을 저울질했고, 그 결과 BMW 528이 2009년 3,098대로 최다 판매에 올랐다.
BMW 5시리즈의 약진을 추격하던 벤츠가 주목받은 시기는 2010년이다. 새로워진 E클래스를 내놓으며 2010년에만 E300 판매량을 6,228대로 끌어올렸고, 이듬해는 7,019대로 벤츠의 저력을 드러냈다.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어진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벤츠에 자존심을 구긴 BMW는 제품 전략을 수정, 이 때부터 디젤을 앞세웠다. 마침 고유가에 디젤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을 노렸고, 결과는 적중했다. 520d의 연간 판매량이 7,485대에 달했던 것. 토요타가 대중적인 제품 캠리로 520d의 1위 자리를 노렸지만 5,687대에 머물렀다. 이후 520d의 아성은 2013년까지 지속됐다. 특히 2013년에는 8,346대가 판매돼 단일 차종 1만대를 근접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6,546대로 떨어지며 1위 자리를 폭스바겐 티구안 2.0ℓ에게 내줬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소형 SUV의 열풍 덕에 주목받으며, 2014년 수입차 최다 판매 차종에 올랐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최다 판매 차종은 새로운 브랜드의 진입과 기름 값, 크기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왔다. 이에 대해 자동차평론가 서정민 씨는 "최다 판매 차종에 오르려면 제품력은 기본이고, 이른바 트렌드가 중요하다"며 "520d는 중형 디젤 트렌드를, 티구안은 소형 SUV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 1위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는 기름 값 하락에 디젤이 한풀 꺾이되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본다면 렉서스의 반격이 무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르노삼성차, 올해 보수적 목표 제시...왜?▶ 쌍용차, 차급별 패밀리룩 추구로 정체성 강화 나서▶ 경기가 불황이라고? 2억 넘는 고가차는 '활황'▶ BMW, 가장 작은 1시리즈 '얼굴 바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