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대륙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태평양 중심을 향해 1,000㎞를 가면 19개의 화산섬과 셀 수 없는 암초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제도가 등장한다. 적도 부근에 있어 매우 더운 갈라파고스 제도는 강수량 편차가 심해 건조기부터 우림기까지 모두 나타나는 자연의 보고다.또한 이 제도에만 사는 유일종이 많아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기초를 닦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외부 영향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축된곳을흔히 갈라파고스라 부른다. 자동차 업계에선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동시에 특이한 형태, 다양한 차종으로 발달한 일본의 경차 시장을 대표적인 갈라파고스로 꼽는다.
그런데 최근 중국내 자동차 시장도'갈라파고스'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오직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제품만 살아남고 탄생해서다. 때문에 세계 흐름과는 전혀 다른 독자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이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20일 언론공개일을 시작으로 개막한 광저우국제모터쇼 역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갈라파고스적 행태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3대 모터쇼로 분류되는 광저우지만 새로운 가치나 디자인, 첨단 기술은 전무했다. 대신 거대한 규모의 중국 소비자를 껴안기 위한 전용 제품만이 모터쇼를 수놓았다. 물론이 제품들이 충분하게 팔릴 정도로 중국 시장은 거대하다. 오는 2020년이면연간 3,0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그런 점에서 각사의 생각은 일치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만 집중해도 성장은 충분하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모터쇼 성향 때문인지 광저우 모터쇼의 미디어 센터에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 기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 언론도모터쇼를 찾지 않는다. 중국을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제조사 외에는 중국 내수에 별 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원인은 중국 정부의 전략에 있다는 게 중국 언론들의 보편적인 판단이다. 글로벌 회사와 토종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 전략은 사업 초기 중국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현재는 중국 업체의 '안일함'만을 가져왔다는 것. 파트너사의 기술과 디자인 등에 매달려 독자적인 기술 발전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게됐다는 얘기다.실제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차 미디어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는 모두재미가 없다"며 "중국 업체들은 파트너만 믿고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정 제품을 가리키며"이게 과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만한 자동차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중국 독자 제품 대부분은 이른바 여전히 '짝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단독으로 디자인을 하지 못하니베껴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해 모터쇼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차는 랜드윈드 X7라는 차로, 기술이나 성능이 훌륭해서가 아니라랜드로버 이보크를 그대로빼닮았기 때문이다. 재규어랜드로버 이안 칼럼 디자인 총괄이 본다면입이 벌어질 만큼 차이를 찾을 수 없다.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업체 역시 그들이 보유한 역량을 새로운제품 개발에 쏟지 않는다. 그저 겉으로 중국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요소만을 넣을 뿐 업계를 선도할 기술이나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차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불과 한 달 전 열린 파리모터쇼와 비교하면 광저우는 덩치에 맞지 않는 초라함, 그 자체다.내놓기만 하면 팔리는데, 노력할 이유가 없어서다.
광저우모터쇼는 지난 2003년 처음 열려 올해 12회 째를 맞았다. 그동안 모터쇼 규모는 정확히 4배 커졌다. 1,000여개 업체가 참여하며, 올해 관람 인원은 6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모터쇼 위상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닐 수 없다. 그 개구리가 덩치 큰 황소개구리라 해도개구리는 개구리다. 광저우=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재규어, 최고 시속 1,609㎞에 도전한다▶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 맞춤 금융 서비스 내놔▶ BMW코리아, 대구 전시장 및 패스트레인 개장▶ 광저우모터쇼 뒤흔들 화제의 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