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소비자 관계를 자세히살펴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양측 모두 이익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반면 기업은 어떻게든비싸게 팔려고 노력한다. 또 소비자는 값싸게 구입한 후에도 최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반면 기업은 구입가격에 맞는 최소한의 서비스만 제공하려 한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최대 이익'을 원하기에 이런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된다.그래서 등장한 게 이른바 기업과 소비자 관계의 중요함을 부각시킨 '관계 마케팅'이다.
1990년 미국에서 처음 언급된 관계 마케팅의 기본은 호혜와 평등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신뢰'가 전제돼야 하며, 그러자면 개방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호혜 평등이 지켜지기란 쉽지 않다. 자동차만 해도 동일차종, 동일가격 공급만 평등일 뿐 나머지는모두 차이 또는 차별로 인식되기 일쑤다.대표적인 게 서비스 비용이다.현재 정부가 권고하는 서비스 인력의 공임은 시간 당 최저 2만1,553원에서 최대 2만4,252원이다. 이 또한 권장사항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기술 가치를 시간으로 환산, 확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다. 임플란트 재료비가 같다고 모든 의사가 동일 비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자동차 또한 같은 부품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도 공임은 제조사 또는 정비사업자별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타이어 가격이 같아도 교체에 들어간 전체 비용이 조금씩 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보니 서비스부문은자동차회사의 이익 창출 경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수입차는 서비스 시설과 가치를 앞세워 공임도 차별화한다. 정부 권고 기준으로 시간 당 최대 금액을 받으려는 건 당연지사이고, 나아가 더 많은 공임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폭증해도 결코 불법은 아니어서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소비자 불만이 증가해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서비스 비용에 문제가 없는 지 들여다보겠다며 나섰다. 그러나칼날은 부품값 공개 여부를 겨냥할 뿐실제 찌를 곳은 많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 부품값을 강제할 수 없는 데다 공임도 권고 기준에 불과해서다. 그럼에도공정위는 소비자가 부품값을 손쉽게 알 수만 있어도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정말 그럴까.수입차업계 몇몇에게 의견을 물었다.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듯 "글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품값을공개한다고 수입사가 부품마진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완성차 판매에 따른 수익폭이 줄어든 상황 그리고 서비스는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점을 감안할때정부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 방법은 아예 없는 걸까. 있다면 소비자를 똑똑하게 만드는일이다.현명해진 소비자가 서비스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신차 구매처나 브랜드를 바꾸면 기업도 그냥 있을 수만은없다. 결국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부품값을 보다 확실하게 공개토록 하는 것 외에 소비자에게 수입사별 부품값 비교정보를 제공하면 된다.이익을 놓고 벌이는 기업과 소비자의 줄다리기에서 정부가 도움을 주려면 소비자가 현명해질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게 우선이고, 공정위의 칼날은 그 곳을 향해야 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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