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통일은 경제적으로 불가능요즘 국내 경제학 분야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로유명한 장하준 교수(50)가 주인공이다. 각종 신문 칼럼, 방송, 그리고 강연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복지 확대론을 주장하는 핵심 인물 중 한명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경제 이야기를 풀어 쓴 서적은 경제 교양서로 불리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좌우를 넘나드는 경제 이론 덕분에 장 교수는 국내에서 섭외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중 하나에 꼽히기도 한다.
그가 지난달 31일 카이스트에서강연자로 나섰다.카이스트 본교KI 빌딩 퓨전룸 300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장 교수의 인기를 실감케 했는데, 이번 강연은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원장 이광형 교수) 초청으로 이뤄졌다.강연 제목은 <장하준의 경제학 특강>으로 내걸렸다.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을 향해 장 교수는 쉼 없는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경제 숫자와 편향된 경제이론에 매몰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여러 해답이 보인다는 게 강연 내용의 골자였다.하지만 강연의 진정한 재미는 주제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 폭발했다. 먼저 한반도 통일론이다.경제학자로서 통일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한반도 통일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만큼 경제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장 교수는 "독일은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격차가 4배 정도였고, 지금도 독일 GDP의 5%를 동독 지역에 쓴다"며 "그러나 한국과 북한은 경제적 격차가 10배를 넘어 현실적으로 통일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경제와 정치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제한 뒤 정치적으로 중국이 통일을 그냥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그가 강조한 내용 중 하나는 경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인정이이다.그는 "서양에 망치를 가진 자가 되지 마라는 속담이 있는데, (망치를) 가지면 뭐든지 못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특정 경제 논리에 치우쳐 경제를 바라보면 그 사회 전체 시야 자체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간 한국이 추진해 왔던 성장추구 전략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셈이다.더불어 한국경제와 관련해선 그리스 사태를 비유해 생산성 문제를 언급했다. 그리스 사태를 놓고 유럽인들이 그리스의 게으름을 비판했지만 실상은 그리스 사람의 노동시간이 독일 및 네덜란드보다 길었다는 것.그는 "문제는 생산성이지 그리스 노동자의 게으름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도 선진국으로 가려면 (생산성)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국은 이제 성장 논리에서 다소 벗어날 시점이고, 복지에 힘을 써야 된다"며평소 강조해 온 복지 확대론을 펼쳤다.
하지만 복지를 위한 세금 인상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노동의질을 높이고 복지 수준 확대를 위해선 비용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러자면 세금 인상이 수반돼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덴마크의 경우 부가세가 25%인데 국민들이 세율 높다고 불평하지 않는다"고만 언급했을 뿐 한국의 세금 인상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비껴갔다.대신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무상, 공짜 등의 단어가 복지와 혼동되는데, 이것은 공동 구매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춰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패착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과거 개발 시대에는 전문가 말만 믿고 따르면 된다는 논리가 지배했지만 지금은 말도 안 된다"며 "전문가 집단을 견제하는 비전문가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으로 엘리트가 많은 국가"라며 "훌륭한 리더가 사회 경제적 제도를 잘 만들면 생산성 기술이 발달해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한편,이날 강연회에선 최근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삼성 특별법에 대한 질의도 등장했다. 질문을 받은 뒤 그는 "독일의 폭스바겐그룹도 정부가 지분을 일부 확보하고 있다"며 "폭스바겐이 독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만약 쓰러지면 독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보호하자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위기를 대비하자는 차원의 제안이었다는 얘기다.강연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무려 세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통일과 세율 인상 외에 한국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 그리고 경제학과 과학의 연관성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인기를 입증하듯 장 교수를 향한 청중들의 질문 공세는 끝없이 이어졌고, 그는 가급적 모든 답변을 하려 노력했다. 한 마디로 경제학과 과학의 커뮤니케이션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트랜스포머4, 164분을 달린 로봇들의 정체는?▶ 뮤지컬과 같았던 한국 최초 해외 합작영화 '이국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