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철없는 고등학생이 어른들의 세계에 겁도 없이 발을 들여 놓는다. 그 판타지 설정은 과연 얼마만큼 리얼리티하게 우리 삶에 녹아들어 현실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까. 코믹 장르를 표방하지만 결코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고교처세왕’이다. 6월11일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펠리스에서 tvN 새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극본 양희승 조성희, 연출 유제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유제원 PD와 양희승 작가를 비롯해 주연 배우 서인국, 이하나, 이수혁, 이열음이 참석했다. ‘고교처세왕’은 18세 고교생 이민석(서인국)이 형을 대신해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알아야하는 처세를 알지 못하는 민석의 단순 무식한 행동들이 펼쳐지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심자을 쫄깃하게 만드는 색다른 판타지를 선사할 전망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유제원 감독은 ‘고교처세왕’의 장르에 대해 “코믹도 맞고 오피스극도 맞고 활극도 맞다”면서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고교처세왕’은 현실 속에서 존재할 법한 캐릭터와 상황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리얼리티’를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이유는 현대라는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 물론 ‘고교처세왕’이 판타지적 설정이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그 부분마저도 시청자들에게 당위성을 얻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리얼리티를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순풍산부인과’ ‘남자셋 여자셋’ 등 히트 시트콤을 집필한 양희승 작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 즉 웃음이라 생각 한다”면서 “그렇기에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다 살아있게 만들었다. 어느 상황에서든지 리얼리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교처세왕’이 단순하게 ‘웃긴’ 작품은 아니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주연 배우들이 코믹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면서도 공통적으로 “최대한 나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은 꾸며진 코미디가 아닌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일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서인국은 상대 배우 이하나를 보고 “이하나는 극중 캐릭터 정수영과 똑같다. 가끔 모니터를 하다보면 정수영인지 이하나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고 평가하며 완벽한 싱크로 율의 캐릭터를 기대케 했을까. 반면 이수혁과 이열음은 반전매력에서 리얼리티를 찾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열음은 “그 동안 나답지 않은 모습을 연기했다. 이번 캐릭터를 통해 실제 내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10대 소녀 특유의 발랄한 모습을 내비쳤다. 이수혁 역시 “이번 캐릭터에 내 생각과 모습을 많이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최대한 나를 많이 드러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훈훈한 촬영장 분위기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더한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유 감독과 한 살 차이가 난다는 이하나는 “편집실에서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히며 “촬영장에 가면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리얼리티라는 것은 말 그대로 현실성,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학생이 철저하게 치열할 것만 같은 회사에 입성한다는 설정 자체는 대단히 말도 안 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판타지 설정 안에서 학생의 순수함과 열정, 어른들의 지혜와 노하우 등은 시청자들이 크게 공감할 만한 리얼리티 중 하나임도 틀림없다. 판타지 장르 속에서 리얼리티를 이끌어 낸다는 의도 자체는 다소 아이러니한 느낌이다. 허나 요즘 흔히 ‘웃프다’라는 말을 하듯 코믹한 상황이 만들어낸 웃음 속에서 현실적인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