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F/W 서울패션위크] 주효순 디자이너 “내 옷을 입는 이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입력 2014-03-24 09:25
[최원희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촬영이라고 해서 긴장했다. 하루 스케줄 중 촬영이나 외부 미팅이 있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한다. 마음이 무거워서”라고 말하는 주효순 디자이너. 그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폴앤앨리스 속의 소녀 그 자체였다. 동화 속 주인공 이상한 나라의 폴과 앨리스를 뜻하는 폴앤앨리스는 어린시절 이상한 나라에 대한 모험의 기억을 회상하는 소년과 소녀를 의미한다. 또한 소녀의 감성을 간직한 어른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만 언제나 소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페미닌하면서도 매니쉬하게 그려내는 것.그는 “자유의 꽃말을 지닌 ‘버드나무’가 좋다”고 말한다. 디자이너 주효순이 폴앤앨리스의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특별한 어떤 것은 아마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부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자유가 아닐까.Chpter1. 폴앤앨리스 그리고 디자이너 주효순 폴앤앨리스의 론칭.항상 ‘내가 만든 옷을 팔고 싶다’는 생각에 실무가 강한 학교를 선택해 졸업을 했다. 졸업 후 취업도 생각했었지만 학업을 마치고 나니 취업하기에 좋은 나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런칭 계획이 조금 앞당겨졌던 것 같다.2007년 온라인 쇼핑몰과 편집샵이 많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기회였던 것 같다. ‘어떻게든 되겠지 혹은 누군가는 사 입어 주겠지’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샵이 있어야지 고객을 만날 수 있었던 개념에서 접근성이 쉬워진 것. 또한 보통 쇼핑몰을 통해서는 저렴한 상품 위주의 구매가 많다 보니 그런 점에서 착안해 ‘이제 다른 고객들이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편집샵이 생기면서 시작하게 됐던 것 같다.폴앤앨리스 그리고 디자이너 주효순.마음은 항상 여행 중이다. 어떻게 보면 현실세계에서의 도피라고 할까. 테마의 선정은 ‘항상 꿈을 꾸며 이런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얼마 전에 나만의 디자인 철학이 확고해졌다. 서울컬렉션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박상훈 사진작가님이 ‘나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굉장히 자연적이고 현실 있는 그대로를 찍고 그런 분이셨는데 사진을 찍고 나서 ‘그분의 철학’이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내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감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옷을 디자인할 때 ‘이 옷은 어느 날 어디 갈 때 코디 해서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디자인을 하기는 하지만 그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누가 입어야 되고 어떤 사람이 입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옷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입었을 때 생각이 달라지고 행복하고 특별함을 느낄 수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닐까. 2007년부터 2014년까지.벌써 2014년이 되고도 3개월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렇지 않아도 2014년으로 넘어오면서 ‘시간이 금새 가버렸구나’라는 생각에 약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심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브랜드의 정체성은 ‘꿈을 잃지 않는 소녀 같은 순수한 마음’과 ‘나이가 들어도 꿈은 항상 있다’는 것이다. 그 꿈을 항상 키워나가고 싶다. 소녀들의 로망을 표현하기보다는 소녀 같은 마음을 표현한다는 말이 더 옳은 것 같다. 항상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Chapter2. 2014 F/W 서울패션위크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아드리아나’ 항상 콘셉트를 잡을 때 크게 감명 받는 작품이나 여행과 같은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주인공인 ‘미드나잇 인 파리’의 아드리아나에서 매력을 느끼면서 컬렉션의 테마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른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답답한 사무실에서 일에만 빠져있다 한 사진작가의 헤프닝으로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 와중에 아이슬란드로의 여행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자연의 신비로움이 나한테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의 주제를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아드리아나’로 잡게 됐다. 1920년대의 플래퍼스타일과 북유럽스타일이 믹스 된 이번 쇼는 때로는 클래식하면서 유니크하고 때로는 매니쉬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브랜드만의 감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Chapter3. 폴앤앨리스, 앞으로의 계획 지금의 패션계는 조금 힘들다. 2010년도 때쯤이었던가. 디자이너와 매장의 위치 등 백화점의 큰 손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의 위험 부담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 주춤해지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단독매장의 오픈이었다. 더 이상 어딘가에 위탁을 하는 것보다는 단독 매장의 선택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 점이 우리에게 플러스가 됐던 것 같다. 분야의 확장보다는 매장의 확장이 목표다. 단독매장을 오픈하면서 조금 더 발을 넓히고 싶기 때문. 사실 백화점 입점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강남 쪽에 단독매장을 오픈하고 싶다. 지역은 신사가 좋겠다. 브랜드는 꾸준하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서 좀 더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사실은 내년 정도에 수출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뉴욕 아니면 파리 정도로. 아시아 쪽은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을 하고는 있지만 페어를 나가서 한다고 한다면 뉴욕이나 파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빠르면 내년 정도에는 본격적으로 시도해보고 싶다.Chapter 4. 디자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요즘에는 디자이너들이 정말 많다. 게다가 옷의 가격대도 비싼 것부터 저렴한 것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내가 브랜드를 론칭할 때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망해도 돼’라는 생각이 통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는 나처럼 시작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나의 브랜드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떤 식으로 팔지도 생각을 하고, 어떻게 팔 것인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은 경쟁 상대와 디자이너들이 너무 많다.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로서의 경력과 같은 사회적 경험의 개인적인 커리어를 쌓는 것을 추천한다. 기업은 어떤 식으로 납품을 하고 어떤 식으로 파는지와 같은 유통 경로, 원가를 낮추는 방법과 같은 노하우에 대해 충분히 그리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커스튬이 아니고서는 가격경쟁이나 마찬가지니까.또한 향후 미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로서 디자이너로서 등 1인 10역 정도는 소화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는 아이들을,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에는 일을 생각한다. 집중하고 싶어도 머리에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놓지 못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실적인 일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폴앤앨리스)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올 봄, 더욱 멋지게 돌아온 ‘매니시룩’▶ [영화, 스타일을 말하다]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 완연한 봄기운, 한결 가벼워진 아우터▶ 공기와 소통하는 작가, 카밀라 아크란스▶ 미니원피스의 매력에 빠진 스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