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주유로 최대 840㎞를 달리는 차와 595㎞에 머문 차가 있다. 숫자만 보면 '840㎞'가 훨씬 돋보인다. 이 경우 ℓ당 주행거리, 연료탱크 용량을 감안하지 않으면 판단력은 오작동(?)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벤틀리가 플라잉스퍼 V8의 사전 계약에 나서며 강조했던 문구 가운데 하나가 '1회 주유, 최대 840㎞ 주행'이다. 탱크용량, ℓ당 효율은 언급하지 않은 채 최대 주행 가능 거리만 강조했다. 물론 유럽 기준이어서 국내 결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숫자만 보면 주유 한 번으로 '서울-부산' 왕복이 가능한 수준이다.반면 경차로 분류되는 기아차 모닝은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주행 가능한 거리(복합효율 기준)가 595㎞에 머문다. ℓ당 표시 효율이 17㎞임에도 1회 주유 거리는 벤틀리보다 짧은 셈이다. 그렇게 보면 벤틀리는 국산차 중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르노삼성 QM3 1.5ℓ 디젤의 832㎞보다 많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세 차종의 연료탱크 용량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벤틀리는 90ℓ, QM3는 45ℓ, 모닝은 35ℓ다. 벤틀리 탱크 용량이 QM3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럴 리도 없지만) 만약 모닝과 QM3도 탱크용량이 90ℓ라면 모닝은 최대 1,530㎞, QM3는 1,665㎞를 달린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이런 이유로 효율을 표시할 때는 통상 'ℓ당 주행 가능 거리'가 강조된다. 단순히 1회 주유에 따른 최대 주행거리는 오해(?) 또는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표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벤틀리도 할 말은 있다. 유럽 기준 ℓ당 약 9㎞에 달하는 효율은 같은 배기량의 일부 유럽산 최고급 세단보다높은 수준이다. 벤틀리의 DNA인 '고성능 럭셔리 세단'에 경제성이 더해졌음을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그러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판단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1회 주유, 840㎞' 옆에 '탱크용량 90ℓ'를 표기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또한 국내가 아닌 유럽 기준임을 명확히 밝혔어야 한다. 그래야 오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표시 효율을 두고 말이 많다. 측정된 효율이 실제 주행 때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매 순간 변하는 효율이 표시된 숫자와 일치하지 않는 게정상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판단 기준은 명확히 해주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일이다. 비록 벤틀리 구입자의 효율 관심도가 떨어진다 해도근거가 혼동스러우면 곤란하니 말이다.
오아름기자 or@autotimes.co.kr▶ [기획]자동차 판촉, 혜택인가 함정인가▶ 역동성과 안락함, 둘 다 놓칠 수 없다면? '4도어 쿠페'▶ 벤츠코리아, 소비자 대상으로 골프대회 연다▶ 토요타 차세대 소형차, 마쓰다 엔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