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패션] 누가 흰색을 무색이라 했는가

입력 2014-02-26 11:03
[이미주 기자] 패션에서 컬러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흰색은 모든 빛을 반사하는 아무런 색도 없는 무채색이기 때문에 모든 색상의 기본이 된다. 바탕색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무(無)색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가장 기본적인 컬러, 흰색. 흰색은 여러 색상 중 상징적인 의미가 가장 강한 컬러이기도 하다.흰색은 순백, 간결, 신선함, 청결, 순수, 청순, 조용함, 자유로움 등을 상징한다. 부정적으로는 냉담함, 죽음, 공허, 고립, 보수적, 항복의 의미를 가진다.흰색은 어떤 색상과도 조화롭게 어울리기 때문에 색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패션에서 흰색은 순수함과 깨끗함을 부각시킬 수 있지만 디자인과 소재에 따라 단조로움과 무력함을 연상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제작하거나 스타일링해야 한다. ■ 과거 흰색 컬러의 사용 가장 밝고 깨끗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숭고함, 순결함, 단순함, 순수함 등의 느낌을 주는 흰색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상징적인 컬러였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의민족이라 불릴 정도로 흰 옷을 즐겨 입었고 또 흰색을 숭상했다. 흰색은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구극의 색이자 불멸의 색으로 일컬어졌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색상의 의상을 입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지만 갓 태어난 아기에게 흰 옷을 입히고 생을 마감할 때 역시 흰 옷을 입히는 전통적 관례는 흰색을 대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습속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 흰색은 웨딩컬러의 느낌이 강하다. 흰색은 순수, 깨끗함, 순결과 정직을 의미해 신부를 위한 웨딩컬러로 선택되어 왔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 시대 유럽에 기독교가 보급되며 결혼식이 교회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왕족이나 귀족의 신부가 착용한 흰색 의상이 웨딩드레스의 시초가 되었다. 16세기 이후 유럽에서 신부의 처녀성을 강조하고 증명하기 위해 흰 옷을 입는 풍습이 생겼으며 현재까지 웨딩드레스의 색상은 흰색 계열로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패션계에서는 흰색이 상징적 의미대로 사용되지 않는다. 컬렉션에 등장하는 흰색의 쓰임은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12 S/S 컬렉션에서 ‘물에 비친 달빛’을 화이트 컬러의 실크 소재로 표현했다. 오묘한 물빛의 반사를 화이트 톤의 실크 소재와 비즈 장식으로 묘사했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물에 비친 달빛을 튜브 쉐입의 드레스와 곡선 실루엣, 디테일한 장식을 이용해 캣워크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3.1 필립림의 2013 S/S 컬렉션에서는 유니크하고 웨어러블한 디자인에 화이트 컬러를 이용하여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시폰 소재를 이용한 격자무늬 슬리브리스와 독특한 디테일의 화이트 진은 기존에 흰색이 가지는 색상의 상징성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컷 업 기법으로 다양한 소재를 자르고 재배치하여 만들어낸 화이트룩은 신선하고 위트 있다. 디올의 2013-14 F/W에서는 전반적으로 뉴트럴 컬러를 베이스로 이용한 절제된 표현 가운데 인상적인 컬러의 활용이 돋보였다. 특히 블랙 앤 화이트의 강렬한 대비감에서는 디자이너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디올의 화이트룩은 백색의 드레스에 매혹적인 컬러로 디테일을 표현해여성성을 극대화시켰다. 스텔라 매카트니의 2013-14 F/W 쇼는 아방가르드 무드가 물씬 풍겼다. 그 중 크림톤의 오버사이즈 수트는 구조적인 듯 하면서도 자유로운 디자인이 특징으로 흐르는 듯 한 실루엣과 감각적인 프린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화이트룩을 선택한 스타들 공식석상에서 화이트룩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한 스타들. 레이스 소재로 화이트 컬러가 가지는 단조로움을 피하거나 큰 디테일 없이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실루엣만으로 심플함을 돋보이게 스타일링 한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스모키 메이크업과 볼드한 이어링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강렬한 립 컬러를 선택해 얼굴에 시선을 끌도록 연출한 스타들도 눈길을 끈다. 흰색 의상은 반사판 역할을 해 얼굴이 더욱 환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 레드 립 등의 깔끔한 원포인트 메이크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레드카펫에서 화이트 드레스는 단연 돋보이기 마련. 같은 컬러 톤의 드레스를 선택했지만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비즈 장식과 레이스 소재를 이용한 화려한 드레스는 청순하고 우아한 여성미가 돋보여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미니멀한 디자인에 화려한 액세서리로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준 스타일링은 일상생활에서 따라해 볼 만 한 심플하고 포멀한 화이트룩이다. 깊은 클레비지 라인의 슬림한 드레스는 화이트 컬러이기에 더욱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흰색은 무색이 아니다. 무한대로 의도가 담기는 유색이다. 더 이상 과거의 상징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표현하는 대로 패션의 방향을 이끌 수 있는 독보적인 색이다. 독특하거나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어떻게 사용되는 가에 따라 어떤 색보다 유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bnt뉴스 DB, 트렌드포스트)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요즘 대세’ 남자 ★들의 공항패션 따라잡기▶ 미시 ★들의 ‘핫 아이템’, 리얼웨이룩으로!▶ 결혼한 남자스타가 더 멋있는 이유▶ 2014 S/S 패션 트렌드 “스타들은 알고 있다”▶ 손에 쥔 작고 가벼운 ‘클러치’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