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기자] 문학과는 달리 영화는 그 장르의 특성상 ‘명작’을 남기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영화라 할지라도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다면 이는 영화의 본질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까. 이런 면에서 볼 때 흥행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전세계인들의 감성을 뒤흔든 영화 한편을 소개코자 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감히 ‘명작’이라 부른다. 1998년 아카데미상에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작품상과 의상상을 비롯한 11개 부문을 휩쓸어 역대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을 수상한 영화 ‘타이타닉’이 그 주인공. 이 영화는 1912년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라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신분을 초월한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제임스 카메론의 1997년 작품이다. 멜로적인 요소는 물론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펼쳐지는 현란한 장관이 매 시퀀스마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영화 ‘타이타닉’.‘타이타닉’은 탄탄한 스토리와 장대한 비주얼 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세련된 드레스와 고전적인 수트 등 1910년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의상 장치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극명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는 부유층과 빈민층들의 의상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완벽한 스타일 구현만으로도 ‘현재’의 시간을 헤집어 100년이란 시간을 역류하게 만드는 영화 ‘타이타닉’. 그 침몰하는 선상 위에서 아련하게 울려 퍼지는 ‘Autumn Dream Waltz’를 들으며 대서양 한 가운데로 홀연히 떠나보자.
영화 ‘타이타닉’의 의상감독을 맡은 데보라 린 스코트는 당시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을 통해 ‘영화 속 가장 멋진 패션’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릴 정도로 그 시대의 의상을 완벽히 고증해냈다.이 영화의 배경인 1910년대는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예술과 사회는 물론 복식사에서도 고전과 현대가 끊임없는 충돌을 이뤘던 시기다. 더구나 이 충돌은 패션문화 방면에서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 이 시대를 ‘벨 에포크’라 부르기도 한다.여 주인공 로즈(케이트 윈슬렛)은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수많은 인파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화이트 스트라이프 재킷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하는 그는 볼드한 리본이 달린 챙이 넓은 모자와 허리선을 강조한 타이트한 드레스로 극 중 캐릭터의 배경을 등장만으로 표현해냈다.또한 디카프리오와 선상에서 데이트를 즐길 때 입었던 노란색 하이웨스트 드레스는 활동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면을 강조함으로써 당시 여성 인권의 상승을 대변하는 장치로 활용됐다.
당시의 부유층들은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리본과 꽃, 레이스 등 화려한 장식을 소품과 의상에 자주 도입했다. 또한 허리를 꽉 조이는 코르셋을 착용해 가슴과 허리, 엉덩이 라인을 강조한 것이 특징적이다.이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디너 파티에서 입었던 로즈의 블랙 드레스는 우와하고 영롱한 큐빅과 자수 장식이 단연 압권이었다. 깊게 파인 가슴과 어깨를 드러낸 짧은 소매의 롱 드레스는 섹시하면서도 품격 있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실크와 시폰 소재의 믹스 매치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당시 복식사의 단면을 보여줬다.
신분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는 남성 패션 또한 영화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극 중 가난한 청년 역을 맡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코듀로이 바지와 서스펜더, 품이 넓은 셔츠로 21세기 패션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캐주얼룩을 선보였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소년미가 돋보이는 잭의 의상은 여주인공 로즈와 그 둘 사이를 훼방 놓는 칼 헉슬리(빌리 제인)와 대비를 이뤄 더욱 눈길을 끌었다.반면 신분을 속인 채 턱시도를 빼 입고 디너 파티에 참석한 잭은 넓고 각도가 큰 화이트 셔츠로 클래식한 매력을 내뿜음과 동시에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피크드 라펠 재킷을 착용해 샤프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매치한 화이트 컬러의 보타이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포멀룩에 포인트로 작용,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한 수’로 작용했다.(사진출처: 영화 ‘타이타닉’ 스틸컷)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센스 있는 커리어우먼 되는 ‘직급별’ 오피스룩 TIP▶ [W 패셔니스타] 벨벳처럼 고운 목소리의 소유자, 로드▶ 트렌드 예감! 스타들의 ‘키치룩’▶ 가브리엘 샤넬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봄이 올 듯 말 듯, 2월 공항패션 T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