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비 과장 논란은 왜 끊이지 않는 걸까

입력 2014-02-21 10:27
또 다시 연료효율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표시 연비가 과장됐다며 소비자에게 5,000억원을 보상한 후 이번에는 기아차가 논란이다. K5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국내 소비자가 자신이 실제 운행해 본 결과 표시연비가 나오지 않는다며 과장 광고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법원은 제조사 손을 들어줬다. 제조사가 '실주행 연비와 차이날 수 있다'는 점을 광고에 표시했고, 일반 소비자라면 체감 효율과 표시 효율의 차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게 근거였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 미국과 한국 소비자 차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다분히 감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차별(?)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면 미국과 한국의 표시 연비 기준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표시 연비에 일부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자동차 연비를 측정할 때입력하는도로저항값 산출 조건 적용에 이견이 있었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내 주요 도로가 시멘트 재질임을 감안했어야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시험은 표면이 매끄러운 아스팔트였다는 점이 문제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시멘트 도로 조건의 재시험을 요구했고, 그 결과 일부 차종의 표시 연비가 하락했다. 현대차는 표시연비의 차이만큼 미국 소비자에게 보상을 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내 연비 표시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한국 정부도대책을 마련했다. 표시 연비와 체험 효율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요지였다. 이에 따라올해부터 표시 연비와 시중에 판매되는 신차 효율을 임의 측정했을 때 오차 범위를 3%로 낮추고, 연료 내 탄소함량도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 통상 체험과 표시 연비의 차이는 언제나 논란거리다. 지난 2010년 에너지관리공단은 운전자의 69.4%가 표시 및 체감 연비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연비 측정 제도를 미국과 비슷하게 변경했다. 현재 활용되는 '복합, 도심, 고속도로' 구분법이 도입된 배경이다.







이렇게 바꾸니 이전보다 표시 연비는 20% 가량 하락했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2012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인연비'라는 단어를 '표시연비'로 바꾸고, 지난해 1월부터는 표시연비 1등급 기준을 ℓ당 15㎞에서 16㎞(복합 기준)로 상향 조정하는 등 자동차 표시 연비는 제도가 변경될 때마다 끊임없이 조금씩 하향 조정되며 불만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럼에도 표시 연비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이유는 효율이라는 게 교통 상황, 도로 조건, 운전자 습관에 따라 최대 편차율이 30%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환경부 후원으로 열린 '연비왕 선발대회' 최종 우승자 효율은 ℓ당 24.2㎞였다. 배기량 1,600㏄ 미만 준중형차로 200㎞를 달린 결과다. 해당 차종의 정부 표시 연비 14㎞를 훌쩍 넘는 기록이며, 고속도로 기준의 16.6㎞보다 7.6㎞ 높았다. 또한 같은 해 크라이슬러코리아가 대형세단 300C의 연비왕 선발대회를 펼친 결과 가솔린 부문의 최고 기록은 18.34㎞에 달했다. 정부 복합 기준의 13.8㎞와 비교해 104%가 높았고, 고속도로 기준 12.1㎞와 비교해도 ℓ당 6㎞ 이상 길었다. 하지만표시 연비 대비 하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시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거나 언덕을 자주 오를 때, 또는 급가속을 많이 하면 효율은 표시 연비 아래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가 작용된다는 점에서 정부도 연비는 참고일 뿐이라고 힘주어 설명한다. 물론 이번 논란의 발화점은 표시 연비 차이를 두고 미국은 보상하되 한국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 내 보상은 미국 정부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일부 한국 승용차의 연비가 조건 부적합으로 기준을 넘었다고 지적한 데서 비롯됐다. 따라서 한국도 미국처럼 보상을 받으려면 공식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하지만 정부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이런 점을 들어 미국의 연비보상과 국내 법원의 판결을 연결, '국내 소비자 역차별'로 보는 시각은 감정적인 측면이 다분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이 같은 감정적 대응의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제조사에 대한 불신이다. 지금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현대기아차가 도입했던 각종 제품전략, 마케팅, 가격 정책 등이 불신의 씨앗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뒤늦게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한번 자리 잡은 불신이 사라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현대기아차가 소통 프로그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젊은 대학생은 물론 주 구매층인 30-40대 소비층을 겨냥한 다양한 서비스 방안도 내놓는 중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로부터 멀어져가는 소비자 마음을 다시 끌어들인다는 의지다. 그러자면 진정성이 우선이다. 현대기아차의 노력에 진정성을 담는 것, 이제 그런 진정성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