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일을 말하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스타일’의 변주를 맛보다 ‘위대한 개츠비’ <2>

입력 2014-01-28 11:49
[김진현 기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1920년대 패션은 2014년을 사는 여성들에게는 비교적 동 떨어진 스타일로 다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남자 주인공들의 포멀룩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 패션피플이 열광하는 수트 바이블로 여겨지는 스타일이다.‘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남성복은 영국의 오리지널 수트를 표방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양한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이 결합된 아메리칸 스타일의 포멀룩의 형태를 띤다. 조끼를 포함한 쓰리 피스를 기본으로 구성된 의상은 클래식 하면서도 진취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미국 신사를 위한 옷’이라 불리며 아메리칸 전통 포멀룩을 선도하는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가 의상담당을 맡아 1920년대의 포멀룩을 그대로 고증했다. 그들은 이 영화를 위해 남성복 500벌과 남성용 액세서리 1천700여개를 제작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영화 전체 비주얼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마치 런웨이를 방불케하는 다양하고 현란한 패션이 눈을 현혹시키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 그 장엄하고도 스펙타클한 스토리와 함께 화려하고 매혹적인 스타일의 변주가 돋보이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말끔한 한벌 수트에 포인트가 되는 액세서리로 세련되고 무게감 있는 포멀룩을 선보이고 있다.수트 안에 받쳐 입는 화이트 셔츠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다듬어 주는 역할을 한다. 100% 천연 순면을 사용해 광택이 은은하게 비치고 부드러운 화이트 셔츠는 그 사람의 센스를 한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단적인 예. 또한 넓고 각도가 큰 셔츠 칼라는 품위있고 클래식한 매력을 내뿜는 작지만 결정적 요소다. 한편 극 속 주인공들은 풍성하고 무게감 있는 노치드 라펠 재킷과 세련되고 멋스러운 느낌의 피크드 라펠 재킷으로 캐릭터의 성향을 드러냈다. 액자 구성으로 되어 있는 이 영화의 직접적인 화자 닉 캐러웨이는 온화하고 젠틀한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플란넬이나 트위드로 만든 노치드 라펠 재킷을 주로 입었다. 반면 권위적이고 야망이 넘치는 인물 톰 뷰캐넌은 넓은 크기의 끝이 뾰족한 피크드 라펠 재킷을 착용해 공격적인 이미지를 드러냈다.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 역을 맡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매혹적인 포멀룩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제이 개츠비의 이중성, 즉 비열한 성공을 이룩한 속물적이고 탐욕스러운 남자 개츠비와 한 여자 앞에서 순정을 다하는 부드러운 로맨틱가이 개츠비의 모습을 그의 패션을 통해 상징적으로 찾아 볼 수 있다. 격정적 욕망과 불안에 치를 떠는 장면이나 사교 파티 장면에서는 어둡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블랙컬러의 피크드 라펠 재킷을 입었고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와의 데이트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촉감과 따스함이 전해지는 니트패션을 선보였다.디카프리오가 입은 의상은 그의 탁월한 연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제이 개츠비의 모습을 발현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영화에서 액세서리는 전체적인 스타일링의 정점을 찍는 장치로 활용됐다. 여자 주인공들의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액세서리가 아르데코 패션의 한 수를 더했다면 남자 배우들이 착용한 넥타이와 보타이, 서스펜더와 페도라 등의 액세서리는 자칫 밋밋한 포멀룩에 일종의 ‘환기구’ 역할을 했다.클래식한 옴므 패션에 행커치프와 서스펜더, 부토니에를 매치해 모던하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의상을 담당한 브룩스 브라더스는 당시 극 소수의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최고급 소재와 독특하고 럭셔리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로 영화에 보는 재미를 더했다.깔끔한 2:8 가르마의 포마드헤어 또한 샤프하고 감각적인 젊은 층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스타일로 작용했다. 1920년대의 포멀룩은 급변하는 시대와 맞물려 물질적이고 외향적인 것을 쫓아 욕망의 끝에 도달하려는 젊은이들의 내면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 있는 스타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시공간을 건너 뛰어 2014년 서울로 눈을 돌려 보자. 1920년대 상류층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포멀룩은 패션피플이 모이는 곳,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명동, 홍대거리에서 이젠 손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또한 포멀룩은 시상식이나 시사회장에서 남자 연예인들의 공식 유니폼이기도 하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배우 이정재다. 클래식하고 댄디한 분위기의 포멀룩을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해 내는 그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수트 차림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이정재는 벨벳소재의 재킷과 보타이를 매치해 섹시한 매력을 내뿜는가 하면 체크 무늬의 밤색 쓰리 피스 수트에 그와 톤온톤을 이룬 사선 무늬의 넥타이로 유니크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슬림핏의 베이직 블랙 수트에 컬러감이 돋보이는 넥타이와 행커치프로 포인트를 준 그의 시상식 패션은 그 어떤 미사여구도 모자랄 만큼 ‘멋진’포멀룩을 연출했다. (사진출처: 영화 ‘위대한 개츠비’ 스틸컷, bnt뉴스 DB)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내한 패션’ 완성하는 헐리우드 잇 백 스타일링 ▶‘남다른 스케일’ 어른보다 옷 잘 입는 헐리우드 베이비▶생각보다 쉬운 ‘청담동 며느리룩’ 스타일링 팁 ▶최지우 vs 김효진, 클래식한 트위드 원피스 스타일링 대결▶인생의 한 조각이 될 우리아이 사진첩, 특별해지는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