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동차업계에는 '세단민국'이라는 말이 있다. 세단을 선호하는 대한민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만큼국내에서 세단 선호현상은 유별나다. 세단이 아니면 일단 고전한다고 본다.해외에서 충분히 검증된 차라도 세단이 아니면 자리잡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세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수입 세단 중에서는BMW 520d의 인기가 압도적이다.520d는 소형 해치백 골프, SUV의 지존 레인지로버 이상으로존재감이 크다.지난해 7,485대가 팔리며 수입차 판매1위에 올랐고, 올해도 10월까지 7,465대가 팔린 명실상부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다.이런520d에 도전장을 내민 업체가 있다.볼보자동차코리아다.이 회사는 신형 S80을 앞세워520d를 조준하고 있다.BMW에 대한 도전이라면 같은 독일차인 벤츠나 아우디에어울리는 단어이겠지만 볼보의 신형 S80도 제품력은 만만치 않다.결론부터 말하면성능과 감성, 가격경쟁력 등을 따졌을 때볼보차로선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여긴다.성능면에선대동소이하지만 도심 주행에선S80 D5가우월하다고 판단해서다.S80 D5 트윈터보는 최고출력이 215마력으로 520d보다 높고, 최대토크도 44.9㎏·m로 520d의 38.8㎏·m를 앞선다.520d와 같은 배기량인 2.0ℓ의 S80 D4도 520d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토크가 약간 높다.S80 D5를 타보면 저회전 영역부터뿜어져 나오는 토크 덕분에 순발력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단단한 하체 구성과 조화를 이룬다.출발가속이 경쾌해중속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도거의 없다.전반적인 운동성능이훌륭한 편이다. 물론 연료효율은S80 D5가 14.2㎞/ℓ로520d의 16.9㎞/ℓ에 뒤진다(복합 기준).
볼보차가 520d와 겨루는항목은 성능 외에 코너링도 있다.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북유럽 기후와 도로를 감안해 만든 하체는 자연스럽게 코너링 성능 향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유럽 승차감 선호도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승에선 곡선도로에서도무리없이돌아나간다. 스티어링 휠에 반응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제어도 쉽다. 시속 80㎞ 급차선 변경에도 크게 휘청대지 않는다.롤링 억제능력이 좋다는 의미다.디자인 개성은 뚜렷하다. S80과 520d 모두 최근 부분변경모델을 선보였다.S80은 범퍼 그릴, 프론트 그릴, LED 주간주행등 그리고 LED 테일 램프를 추가한 데 이어크롬 데코를 더해 고급스럽고 우아한 맛을 살렸다. 520d는 키드니 그릴과 앞뒤 범퍼, 헤드라이트와 리어 램프를 일부 변경했다.
인테리어는 520d 럭셔리가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반면S80 D5는 간결하다.전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에 치중한 결과다.큼지막한 각종 버튼은 추운 겨울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결과다.2014년형부터 적용한 인테리어 라이팅 패키지는 은은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전체적인 인테리어 마감도 훌륭하다.특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선보인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세 가지 모드로 변경된다. 운전자 집중도를 높이면서각종 정보를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편의 및 안전장치는S80 D5가우세한 편이다.볼보차의 경우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와 같은 플래그십 대형 세단이 없어 가장 윗모델인 S80에 다양한 첨단 품목을 적용해서다. 저속추돌방지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를 비롯해 보행자 추돌방지 시스템과 사이클리스트 감지 시스템,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액티브 하이빔, 차선이탈방지 등을 갖췄다.속도와 거리를 조정하면 자동으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시스템과 같은 편의기능도 탑재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도 중요하다.520d 럭셔리는6,960만 원인 데 비해 S80 D5는 860만원이나 싼6,100만 원이다. 볼보차 관계자는 "S80 D5는 520d 럭셔리에없는 첨단 안전 및 편의품목이많고, 연료효율을 제외하면주행성능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추가 옵션이 없는 520d 스탠더드(6,290만 원)와 비교해도 오히려 200만 원 정도 저렴하다"고 강조했다.수입차시장에서 520d의 위상은 여전히 높다.제품력 외에BMW라는 브랜드의 힘은 절대적이다.하지만시승을 해보면볼보차의 플래그십 세단 S80도 성능과 감성, 가격경쟁력 등520d에 맞설 수 있는 경쟁 우위 요소가 많다는 걸알 수 있다.대적하기엔 무리지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분명하다.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