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생물공정연구센터 최용준 박사 인터뷰미생물인 대장균에서 가솔린의 원료가 되는 지방산이 생성된다. 지방산은 가솔린으로 전환돼 자동차 연료로 사용된다. 연소된 후 배출되는 가스를 다시 포집해 대장균의 먹이로 사용한다. 대장균은 또 다시 지방산을 만들어 낸다. 이른바 탄소 에너지의 지속적 순환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실제 가능한 것일까?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이론상으로 걸림돌은 없다. 발견하지 못한 미생물이 적지 않은 데다 유전자 조작으로 대장균이 섭취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바꿀 수도 있어서다.국내에서도 이런 연구는 활발하다. 그 중 한 곳이 카이스트 생명공정연구센터다. 얼마 전 대장균을 활용한 가솔린 생성에 성공, 화제가 됐던 연구팀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용준 박사(사진)는 대장균이 스스로 지방산을 합성,가솔린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방산은 곧 가솔린, 바이오 디젤, 바이오 알코올로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물질인 만큼 최 박사의 연구 결과는 이미 국내외 특허 출원이 완료됐고, 과학전문저널 네이처에 발표돼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모으는 중이다.
물론 대장균에서 연료를 만들어 낸 것은 카이스트 연구팀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0년에 가솔린 및 디젤 원료인알칸 생산은 이미 성공했지만가솔린 사용에는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카이스트 연구팀은 대사공학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로부터 직접 가솔린 생산에 성공했다.대사공학적으로 특수하게 조작된 대장균은 이른바 에너지원으로나무찌꺼기나 잡초등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물질을 활용,스스로 가솔린 및 바이오 연료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어 화석연료 고갈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지난 17일 카이스트 대전 본원에서 만난 연구팀 최용준 박사는 이번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먼저 최 박사가 사용한 대장균은 'W3110'이라 불리는 무독성 대장균이다. 그는 "모든 생물의 공통점은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대장균도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삼되 사람처럼 소화과정을 거쳐 여러 중요한 물질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방산의 종류다. 최 박사 연구팀이 이뤄낸 것은 배출된 지방산이 가솔린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탄소화합물 구조를 가졌다는 얘기다. 쉽게 얘기하면 지방산은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고,각 특성에 따라 생산 가능한 연료가결정된다.
물론 대장균 배양을 통한 가솔린 추출 및 생산이 상용화에 이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솔린 1ℓ에 포함된 탄소함량은 642g 가량이다.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가솔린의 탄소함량은1ℓ에 0.6g에 불과하다. 탄소 함량의 많고 적음이 자동차에서 연료효율로 표시되는 점에 비춰보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엔진이 연소될 때 탄소를 태우기 때문이다. LPG와 가솔린, 디젤의 연료효율 차이가 나는 이유도 탄소 함량 때문이다. 최 박사는 그러나 "대장균이 지방산을 더 많이 생성할 수 있도록 하면 상용화도 충분이 가능하다"며 "1ℓ에 3g의 가솔린을 한 시간 이내에 만들어내면 생산비용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 연료로 대체하는 것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대장균의 유전자를 재조합, 새로운 대장균 발견에도 주력한다. 최 박사는 "현재 추진하는 것은 가솔린 연료를 포함해 이른바 바이오 화학산업 전체의 허브를 만드는 것"이라며 "필요한 대장균이 적재적소에 보급되려면 터미널(허브) 외에 버스(대장균)가 목적지에 제대로 갈 수 있도록 고속도로(필요 경로)까지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대장균을 배양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과 같은 다양한 바이오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만든다는 얘기다.이와 관련, 최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많이 물어보지만 어느 누구도 시간을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방산 분비가 많은 새로운 대장균을 발견하거나 현재 배양되는 대장균의 유전자 재조합을 끝없이 시험해 나간다면 의외로 빠른 시간 내에 석유산업을 바이오산업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