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S/S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곽현주 “패션이라 쓰고 트렌드라 읽는다”

입력 2013-10-11 10:14
수정 2013-10-11 10:13
[최미선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필자와 패션 디자이너 곽현주와의 첫 만남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부 시절 패션 브랜드 론칭 강의를 주도하시는 교수님과 학부생으로서.2012년 패션 트렌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디자이너 곽현주를 만난 후 패션뷰티 전문기자로 만남을 가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인터뷰는 곽현주 디자이너가 직접 운영하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테이블 스타’에서 진행됐다.작업실과 브랜드 샵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테이블 스타는 작업실과 쇼룸의 공간을 터서 한층 넓게 만든 확장 공사를 막 마친 후였다. 카페의 한 켠에서 디자이너 곽현주는 이번 2014 S/S 서울패션위크에 선보일 메인 의상과 스와치 컬러 분류, 콘셉트 재구성으로 한창 바빴다.컬렉션에 쓰일 음악이며 조명, 헤어 및 메이크업 콘셉트 컨펌 등 컬렉션 막바지 준비로 연신 울리던 핸드폰을 뒤로 하고 인터뷰에 응한 디자이너 곽현주. 그와의 2번째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CHAPTER 1 30대, 여성, 디자이너로서의 곽현주 2014 S/S 서울패션위크 준비로 한창 바쁜 것 같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지금까지 디자이너로 살아온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것 같다. 7살 때 처음으로 인형옷을 만들어 입히면서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특히 옷 만드는 일이 좋았던것 같다.중고생 때는 동대문시장에 가서 원단을 구입해 직접 패턴이 없는 드레스를 만들어 입기 시작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다. 졸업 후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7년 정도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 때 내 이름으로 된 브랜드를 내보자는 생각으로 2003년 기센 바이 곽현주를 창립했다.지금까지 20여 차례의 쇼를 치뤘고 벌써 11주년을 맞이했는데, 항상 몇 가지 일을 병행해서 그런지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10년이 흐르게 된 것 같다. 아직도 나는 ‘쇼’를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하나의 컨텐츠, 하나의 문화의 중심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트렌드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 두 가지가 바로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인 것 같다.30대, 여성, 디자이너로 살아가기란.처음에는 ‘옷’을 만난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화려함 속에 가려진 어렵고 힘든 과정을 옷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모두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사실 지금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교로 출강을 나가면 ‘학생들의 눈에는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선망의 대상으로 비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에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내가 학생이었을 당시에는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몇 일 밤을 새기가 일쑤였고, 누구보다 먼저 과제를 제출했다. 이와 같은 열정의 시간들이 떠오르면 ‘앞으로 더 잘 해나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일과 사랑, 모두 성공한 것이 부럽다. 러브스토리를 들려달라.18살 화실에서 처음 만나 16년을 연애했고, 지금은 결혼한 지 7년째가 되었다. 보기와 달리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는 외골수와 같은 성향 때문인지 한 남자와의 지속적인 만남이 내겐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남편은 지금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데,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서로 이해하는 점이 많다.나는 외향적이고 앞만 달려나가는 데 비해 남편은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일의 과정 중 내가 놓치고 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화려한 삶의 이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항상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이라 언제나 고맙다.CHAPTER 2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이너 곽현주 매번 쇼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이 유니크하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나.우선 메이크업은 베네피트와 함께 몇 년간 함께 진행했다. 2013 S/S 서울패션위크에 선보인 컨투어링(음영) 메이크업 같은 경우 많은 여성들이 직접 데일리로도 시도해 볼만한 메이크업 중 하나다. 특히 볼드한 눈썹과 깊이감 있는 컨투어링, 신비로운 느낌의 언더라인 메이크업을 선보였는데 당시 여신 룩과 절묘하게 매치되어 더욱 화제가 된 것 같다.헤어의 경우, 컬렉션의 콘셉트와 메이크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각 분야는 전문가가 맡는 게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헤어와 메이크업 모두 담당하시는 분들의 힘을 믿는 편이다. 다만 사전 미팅을 통하여 서로 조율하거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많다.메인 의상이 기존에 비해 위트 있고 영해졌다. 2014 S/S 컬렉션의 주요 콘셉트는 무엇인가.이번 쇼의 메인 콘셉트는 ‘유토피아’다. ‘시간 속의 여행’이라고 풀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처음으로 착안하게 된 것은 어느 날 아침, 문득 울리는 알람 시계로 인해 일어난 후 스케줄 표를 보고 하루를 시작하면서부터다.우리의 인생이 모두 ‘숫자’와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을 그 순간 직시했다. 시간, 결정, 돈, 디자인, 꿈 등 모든 것의 기준은 물론 시작과 끝이 숫자의 잣대로 범위를 정하고 결론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우리는 그 숫자에 울고, 웃고, 화내고, 슬퍼하고, 행복해 한다. 수많은 무한대의 숫자를 물감으로 흘러내려 가린다면 진정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유토피아’로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으로 이번 쇼를 준비했다.비비드한 컬러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핑크, 블루, 에메랄드 블루, 옐로우 등이 이번 쇼의 메인 컬러다. 유토피아가 메인 콘셉트인 만큼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의 디지털 프린팅을 의상에 사용할 예정인데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채도 높은 비비드 컬러와 유니크한 소재를 선택했다.기존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느낌보다 영하고 캐주얼한 의상이 많은데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헤어와 메이크업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수정 및 보완하며 2차, 3차 컨펌을 보고 있는 상태다.헤어의 경우 한껏 부풀린 ‘아프로 헤어’를 연상하면 된다. 이처럼 버블 헤어에 매치할 메이크업은 기존처럼 베네피트에서 진행할 예정인데 이번 쇼를 통해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헤어와 메이크업 모두 기대해 달라.CHAPTER 3 디자이너 곽현주의 ‘지치지 않는 열정’ 쇼를 준비하면서 다른 일들도 함께 병행하는 것 같은데.컬렉션를 비롯하여 대학교 강의, 무대 의상 준비, 테이블 스타 운영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하루하루를 쉼 없이 살아가기도 한다.얼마 전에는 컴백한 카라의 의상을 제작했는데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어 이번 무대 의상 제작에 기꺼이 응했다. 기존보다 성숙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여왕’에 어울릴만한 의상을 제작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이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쉽게 지치지는 않는 것 같다. 언제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시도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시도해보면서 에너지를 쏟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해소되는 것 같다.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 ‘테이블스타’가 더욱 확장됐다.바로 옆 건물이 작업실과 쇼룸인데 두 건물을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도록 터서 확장공사를 진행했다. 더욱 넓어진 공간이 마음에 드는 상태고 가볍게 브런치나 커피를 마시며 드로잉이나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다양한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다.디자이너, 레스토랑 오너…다음 계획은 무엇인가.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지금 나에게 비로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바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나 자신’이 되는 것 같다. 특히 패션쇼를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무엇보다 보람이 된다. 향후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해보고 싶지만 우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패션 사업에 주력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중국 및 아시아 국가의 패션 브랜드와 같은 해외 브랜드 컨설팅 사업을 병행하여 지속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또한 아이를 갖고 가정을 이루고픈 소망도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인생에서 한 템포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조만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아직도 가을 옷 쇼핑?” 제시뉴욕이 전하는 겨울 트렌드▶한지혜, 끌로에 패션쇼 참석 “몽희-유나 모습 벗었다”▶지금 스타가 꽂힌 스타일링 “찢어지거나 어울리지 않거나”▶고준희 vs 소녀시대 ‘깡철이’서 만난 레오파드 마니아들▶“가을 여인으로 변신” 가을 트렌드 담은 ‘D라인 언더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