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정이 시작되었다. 첫날 목적지는 팍딩. 팍딩은 루크라공항보다도 고도가 낮아 트레킹이 편안한 길이다. 대개 첫날에는 팍딩까지 가며 현지에 적응하게 된다.공항 옆 호텔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아침 8시30분에 출발, 오후 1시에 팍딩에 도착한다. 팍딩 끄트머리 썬라이즈 롯지(Sunrise Lodge)에 여장을 풀고 점심을 들었다. 이 롯지의 주인인 나왕 셀파는 한국의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장기를 가졌다. 그것도 맛있고 시원한 한국김치를… 우리는 에그 프라이드 라이스와 김치를 주문하여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안나푸르나에서 겪었던 고소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나름의 대책을 세웠다. 이번에는 가장 확실하게 고산병이 예방된다는 고소적응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1시간 이상 고도를 높여 올라가고 그곳에서 30분 이상을 머무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거의 완벽하게 고산병 예방이 된다고 한다.약 1시간 30분을 천천히 걸어 ‘뱅카’라는 곳까지 가기로 한다. 길을 가다 쌀 한 부대를 머리에 이고 가는 ‘수라’라는 이름의 열아홉 살 뱅카 처녀를 만났다. 수라는 부모님이 이혼하는 바람에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초등학교 7학년을 마치고 작은 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수라가 매고 가는 쌀부대의 무게는 무려 30킬로그램.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 정도는 매고 갈 수 있다”며 부끄러워하며 웃는다. 뱅카에서 돌아올 때에는 명랑한 어린이들을 만났다. 세계최고의 크라이머가 되겠다는 텐징과 텐징의 누이. 텐징과 함께 네팔민요 '레썸 삐리리', '꼴까다갱요' 등을 부르다보니 어느새 텐징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트레커스 레스토랑(Trekkers Restaurant)에 도착했고 나는 그곳에서 밀크 티 한잔을 마셨다.점심을 워낙 맛있게 먹어 저녁과 내일 아침도 똑같은 에그 프라이드 라이스와 김치를 먹기로 한다. 썬라이스게스트하우스의 주인 나왕 셀파(Nawang Nutu Shelpa)와 찜리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에도 쿡이 있는데 지금 쿡은 휴가를 나가서 주인이 본인이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단다. 나왕 셸파는 최근 2년 8개월간 미국의 한 태국음식점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건물도 두 개로 확장했다고 한다. 미국에 가기 전에는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당시의 보스가 한국인이었고 그때 한국과 한국사람들에 대해서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나왕셀파는 이곳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자 물어물어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웠고 김치를 만들어 주면 한국사람은 물론이고 아시아 사람들 모두 좋아한다고 한다.우리의 포터 중 한 명인 리마는 현직 스님이다. 큰 절을 소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도들이 시주를 잘 하지 않아 노모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부득이 험한 일을 해야 한단다. 리마가 애용하는 헤드랜턴은 한국인 트레커가 준 프린스턴(Princeton)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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